<요지경세태> ‘헬조선’ 외치는 청년들 천태만상

“더이상 한국엔 희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사회가 날이 갈수록 팍팍하다 못해 노력해도 빈곤해져만 간다. 청년들은 이런 대한민국을 ‘헬조선’ ‘지옥불반도’라 부른다.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속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지옥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헬조선’(Hell·지옥+조선)과 ‘지옥불반도’(지옥불+한반도)라는 신조어가 떠돌아다닌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젊은이는 10대에 입시, 20대에 취업, 30대에는 주거·결혼 전쟁을 겪는다. 발버둥쳐도 ‘루저’ 신세와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 헬조선 신드롬은 경제적 약자의 아픔을 그저 “‘노오력’이 부족해”라고 외면하는 불통의 현실에 대한 야유이자 집단 반란이다.

‘지옥+조선’
 
헬조선의 등장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역사 갤러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본래 헬조선은 식민사관을 비호하고 근대지상주의(일본이 한국을 지배해서 이만큼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반도 역사가 미개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지옥같은 현실과 헬조선이라는 단어의 강렬함에 이끌려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5월부터 헬조선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가 등장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한국 사회가 살기 어렵고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사람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헬조선이라는 표현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헬조선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노오력’ ‘금수저’ ‘탈출’ 등 이다. 이 키워드는 헬조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이 단어를 뜯어보면 헬조선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헬조선 목소리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취업과 청년문제다. ‘청년을 노예처럼 부려 먹는 조직문화’가 지옥인 것이다. 청년들에게 자발적 희생을 강조하는 의미의 단어 ‘노오력’ 등이 핵심이다. 노오력은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성세대와 노력해도 끊을 수 없는 청년 빈곤을 풍자하는 데서 비롯됐다. 
 

최근 3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젊은이), 5포세대(3포세대에 취업·주택구입 등 포기한 젊은이), 7포세대(5포세대에 인간관계 및 희망을 포기한 젊은이) 등 이것보다 오래된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과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청년이 노력해도 되지 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노오력과 짝을 이룬 말로써 가장 많이 쓰이는 키워드는 ‘금수저’다. 금수저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부유한 사람과 상류층 자제를 일컫는다. 대물림되고 있는 부를 비꼬고 있다. 헬조선의 헬(Hell)은 이 신조어의 현대성을 부각하지만 ‘한국’도 아닌 ‘조선’은 이미 신분의 대물림이 거의 제도화된 한국 사회의 퇴행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조선의 한양 북촌에서 태어난 권문세도가들의 자녀들이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듯, 오늘날 ‘강남족’은 저들만의 세습적 신분이 이루어 거주지, 통혼권, 학습, 유학 루트, 언어 등의 차원에서 배타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금수저와 상반된 의미로 ‘흙수저’도 있다. 흙수저는 저소득층, 일용직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소득이 저조한 계층을 의미한다. 흙수저에는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가 내재돼 있다. 이런 보이지 않은 계급적 한계를 빗대어 최근에는 “내가 흙수저로 태어난 것은 노오력이 부족해서”라며 한국 사회는 노력으로 극복 불가능한 신분 사회가 됐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노력해도 빈곤한 삶’ 풍자한 신조어
지옥같은 현실·기성세대 향한 분노
 
네티즌들은 헬조선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탈출 뿐’이라고 말한다. 탈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예 같은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청년층 간 ‘계층’과 ‘불평등’ ‘반목’이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오늘날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현실에서 절망할 때 찾는 해결책이 있다. ‘한국을 뜨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을 중심으로 취업이민 스터디와 이민계까지 결성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 경쟁구조, 빈약한 사회안전망 등에 실망한 2030 젊은이들이 최근 해외이민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코리아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민을 떠나는 이들의 공통으로 “내 아이에게 답답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암울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렸다.
 
해답은 탈출?
 
한 사회학자는 “청년들이 ‘살기 힘들다’ 외치면 정상적 사회라면 ‘뭐가 힘드냐? 어떻게 고칠까?’하고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헬조선의 486세대는 ‘내가 20대였을 땐 말이야’라고 훈계하고, 그 윗세대는 ‘북한 가라’고 말한다.”
 
헬조선은 청년세대의 절규를 귀담아듣지 않는 기성세대의 태도를 풍자하는 유머다. 기성세대는 ‘헬조선’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기사 속 기사 - 미니인터뷰> ‘헬조선’ 운영자에게 들어보니…
 
인터넷 커뮤니티 ‘헬조선’에는 한국 사회의 치부만 전문적으로 올라온다. 기자는 헬조선 운영자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헬조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최초로 사이트를 개설한 김모(30)씨와의 일문일답. 
 
▲하는 일은?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초중고 교육을 받고 입시를 통해 대학에 나와 우여곡절 끝에 취직했다. 시간이 날 때 헬조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헬조선은?
정식 오픈은 올해 5월27일이다. 헬조선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판단되는 이슈들을 볼 수 있는 사이트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기준을 배제한 ‘현재 대한민국 모습을 전달할 수 있는 사이트로 만들자’라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자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북한이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문제점 잘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냉소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에 대한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괴롭더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 그러니 노예처럼 일해라’는 기득권 이데올로기가 만났다.
 
젊은이들은 누구 쇠사슬이 더 크고 예쁜지 자랑한다. 자신의 쟁취 해야 하는 건 아예 생각지도 못한 채 노예화 되고 있다, 기득권은 원정출산, 이중국적, 국적포기를 선도하며 앞서서 국부 유출에 힘쓰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의 헬조선이 되고 있다. 
 
▲헬조선에는 한국을 풍자하는 촌철살인 같은 드립(?)이 올라온다. 기억에 남는 드립은?
‘너도 나도 죽창 한방이면….’ 죽창을 달라는 말은 불평등을 의미한다.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저 죽창을 달라고 하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포기선언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포기하게 하였는지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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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