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지는 성폭행범 천태만상

초등생이 그짓을…이러다 유치원생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몇 년 전 초등학생 3명이 지적장애 여성을 강간해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청소년 성폭행 범죄가 크게 늘었다. 형사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변변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청소년 성범죄를 점검한다.
지난 2013년 초등학생 3명이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적 장애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A군(당시·11·초교 6년) 등 동급생 3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은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B씨(당시·23·지적 장애 2급)를 원주시의 한 공사장으로 유인해 차례로 성폭행했다. 
 
음부에 이물질
옷 벗기고 사진
 
B씨는 강하게 저항했지만 3명이 합세해 덤비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 범행에 앞서 A군 등은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순번을 정하고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속칭 ‘야동’을 돌려보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사건 다음달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고교생 C(17)군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드러났다. C군은 길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나 안부를 묻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A군 등을 동네 놀이터로 불러내 범행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하지만 A군 등 3명의 처벌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인 관계로 소년부로 송치됐다. 형법 제9조에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고, 소년법에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하게 돼 있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물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이다. 
 
따라서 모두 열한살인 3명의 가해 초등학생들은 소년법에 근거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의 심리를 받게 된다.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사건을 송치한 것이다.
 
사건이 법원으로 송치되면 심리를 맡은 판사는 감호위탁·사회봉사·수강교육·보호관찰·소년원 송치(1개월∼2년) 등을 결정하게 된다. 가해 학생들이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벌은 ‘소년원 2년 수용’인 셈이다.  
 
아동 상대 성범죄 급증 “가해자 연령도↓” 
겁없는 10대들…초등학생 2년간 3배 증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수위가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성년자에 대해 처벌을 성인과 동등하게 적용하여 나이가 어려도 죄질이 나쁠 경우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게 됐다. 
 
현행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고치자는 소년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그런 사이 촉법소년이 성폭행 가해자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한 해 300여 건씩 일어나고 있다. 2011년 224건이었던 촉법소년 성폭행은 해마다 증가해, 3년 만에 61%가 늘었다.
 

10대 청소년들이 갈수록 겁이 없어지고 성범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해 마다 10대 성폭력이 수천건에 달하면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여중생 후배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10대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변성환 부장판사)는 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A(15)군과 B(15)군에게 각각 장기 3년, 단기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처벌없다는 점
노리고 범행도
 
A군 등은 지난해 6월5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산정동의 한 빌라 옥상에서 C(13세)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 등은 C양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콘돔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만 1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윤간한 피고인들의 범죄는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게다가 피해자를 육체적·정신적·인격적으로 무참히 짓밟는 참담한 범행을 저지르고서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보인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비록 피고인들이 소년임을 감안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월에는 10대 2명이 가출한 또래 자매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며 돈을 갈취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10대들은 성매매 알선(포주)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한 조폭에게 다시 돈이 뜯겼다. 오모(19)군 등 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오군 등은 지난해 8월 가출 청소년 A(14)양과 A양의 언니(18) 등 자매를 울산의 한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했다. 이후 오군 등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A양 자매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뒤 스마트폰 채팅앱 등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했다. 자매가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 대부분은 오군 등이 강제로 가져갔다.
경찰은 “수사 결과 10대 남성이 여성 청소년의 성매매를 알선한 것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여성 청소년끼리 서로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폭력 가해자 중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성폭력 사건은 2012년 642건 대비 2014년에는 14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10건→79건, 7.9배) ▲울산 (12건→44건, 3.7배) ▲경남(32건→104건, 3.3배) ▲제주(4건→13건, 3.3배)순으로 증가비율이 높았다.  
 
2012∼2014년 3년 동안 심의된 사건 총 2949건 중 ▲초등학교(533건, 18.1%) ▲중학교(1672건, 56.7%) ▲고등학교(678건, 23%) 등 초·중학생 사건비중이 전체 75%에 이르렀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2012년 93건 대비 2014년에는 310건으로 2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건의 내용 또한 초등학생이 일으킨 사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심각했다. 부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피해 학생의 음부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사건이 있었고, 대전의 한 초등학생은 동급생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어 다른 친구들에게 전송했으며, 인천의 한 초등학생은 유치원생 3명을 7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접하기 쉬운
음란물 원인?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기준 또한 지역별로 제각각이었다. 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경기 지역은 퇴학 조치가 내려졌지만, 충북 지역은 전학, 충남 지역은 사회봉사 5일, 울산 지역은 특별교육 5시간, 경남 지역은 출석정지, 제주 지역은 특별교육 10일 등 모두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행 사건 발생 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기, 고등학교 남학생이 모텔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퇴학 ▲충북, 중3 남학생이 학교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중2 여학생을 성폭행-전학 ▲충남, 중학생이 여학생을 아파트 상가로 강제로 끌고 가 성폭행-사회봉사 5일 ▲울산, 여관에서 술에 취해 정신없는 여학생을 성폭행-특별교육 5시간 ▲경남, 고등학생이 여학생과 게임에서 지면 술마시기 내기를 하여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강간-출석정지 ▲제주, 중3 남학생이 8세 어린이에게 휴대폰을 주고 성폭행-특별교육 10일 등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유사한 사건에 대해 어떤 학교에서는 퇴학처분을 하는 반면 어떤 학교에서는 출석정지, 교육이수 처분에 그치는 등 징계 기준이 제각각인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또래 겁주고 단체로 포주노릇

넘쳐나는 소년원…촉법소년은 면죄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3∼2014년 두 해 동안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총 2247건으로 하루 평균 3.1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848건이던 성폭력이 2014년에는 1399건으로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청소년 성범죄가 날로 지능적이고 흉폭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합당한 처벌로 경각심을 줘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더 커 별도의 처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범죄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처벌이 아닌 예방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에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며 “포기하지 말고 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처벌 뒤에 이어지는 ‘낙인’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청소년 성범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청소년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첫 성교육 선생님이 되는 셈이다. 음란물로 그릇된 성 가치관을 형성한 아이들이 조기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학생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휴대폰 보유율은 90%를 웃돌았다.
 
솜방망이 처벌
재발방지 미흡
 
성교육 상담센터 이현숙 소장은 “음란물은 대부분 성폭력 상황이 설정되어 있고 영상 속 여성이 피해를 당하면서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왜곡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며 “강간을 수용하는 정도가 높아지면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않거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성범죄' 최다 발생 지역은?
 
최근 5년간 만 15세 이하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제주와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제주 68.33건, 광주 40.17건, 전남 38.33건, 전북 33.77건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사건 발생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로, 제주보다 6.11건이 적다. 2011년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성범죄는 1만4117건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2709건, 2012년 2987건, 2013년 3270건, 2014년 3145건이 발생했으며, 2015년 8월까지 2006건이 발생했다. 
 
아동 성범죄 발생 비율 역시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로 인구 10만 명당 22.2건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 평균 10.21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어 전남 15.18건, 울산 13.79건, 광주 13.45건, 전북 13.02건 등의 순이었다. 발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북으로 7.88건이었다. <창>
 
 

<기사 속 기사> ‘군 성범죄’ 추이
 
군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1일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범죄 사건’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군인에 의한 성폭력범죄 기소 건수가 2.8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1.4배 증가했고, 군형법상 강간·추행죄로 기소된 건수도 5.5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간부의 군내 성적 문란행위 징계 건수 증가율은 47%로 일반 병사의 증가율(37%)보다 높게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 간부가 50%, 해군 간부가 13%, 공군 간부가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공군 간부의 경우 2013년에 전년 대비 125%나 증가했다. 일반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들이 오히려 성범죄 사건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군의 성 군기 문란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자 2013년 ‘성 군기 사고예방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성 군기 사고 예방활동 지침’, 올해는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등을 내놨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군 성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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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