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대형마트 주차장 점검해보니…

‘어두컴컴’ 목숨 걸고 장보러 갈판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최근 발생한 ‘트렁크 살인사건’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이 여성들의 범죄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일요시사>에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사례를 살펴보고 예방법을 알아봤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트렁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김일곤(48)씨를 검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동물병원에 들어가 강아지용 안락사약을 구매하려 했다.

수의사와 간호사가 “개를 안락사 시키듯이 죽여달라”는 김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잭나이프로 위협하기도 했다. 수의사와 간호사가 진료소 뒤쪽으로 이어지는 미용실로 몸을 피한 후 경찰에 신고하자 김씨는 도주했다. 수의사의 신고로 출동한 성수지구대 소속 경찰이 김씨를 추적, 동물병원에서 1km 떨어진 성동세무서 건너편 인도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CCTV 부족 
어두운 조명

앞서 지난 11일,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SUV 차량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차량의 트렁크에서 주모(35)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미 시신은 불에 타 그을린 상태였다. 시신 감식 결과, 목과 복부 부위가 심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흉기에 목 부위가 찔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사건 발생 지역의 CCTV를 추적한 결과,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 9일 주씨가 충남 아산시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김씨에게 납치 살해된 정황을 밝혀냈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전과 22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차량만 절도한 후 의정부의 한 주택가에 차량을 버린 채 도주한 점도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선불폰과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해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되자 지난 14일부로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김씨 자취가 좁혀지지 않자 경찰은 지난 16일 수사전담팀을 수사본부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주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다는 점을 추가 조사하고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30대녀 트렁크 살인사건 김일곤 검거
아산 마트 지하주차장서 납치·살해

‘트렁크 살인사건’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지하주차장이 여성의 강력범죄 사각지대로 지목됐으나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9월1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도 현모(28)씨의 시신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당시 현씨의 시신은 노란색 원피스를 찢어 만든 매듭으로 목이 감긴 채 나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성폭행 당한 흔적이 없는 점을 확인했다.

분당경찰서는 현씨 차량이 주차된 장소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으나 사건 발생 6일 만에 용의자 김모(26)씨를 PC방에서 붙잡았다. 당시 피의자 김씨는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고급차량에 탑승한 현씨를 발견, 12만원을 뺏은 후 현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 5월5일, 부천시 원미구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백화점 직원 김모(43)씨가 절도차량에 납치돼 성폭행 당한 후 목이 졸린 채 살해됐다. 시신은 벽돌에 매달려 충남 천안의 청룡저수지에 유기됐다. 당시 피의자는 공군 이모(29) 대위로 밝혀졌으며 성폭행 및 강도 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군 헌병대에 이첩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 이외의 강력범죄(절도·폭행·성범죄·강도)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2012년 2902건, 2013년 3194건, 백화점에서 2012년 1618건, 2013년 2605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1만319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범죄 유형별 발생건수를 살펴보면 대형마트에서 절도 5749건, 폭행 311건, 성범죄(성폭행·성추행 등) 26건, 강도 10건이 발생했으며, 백화점에서도 절도 3902건, 폭행 302건, 성범죄 17건, 강도 2건으로 조사됐다.

이화승(회사원·36)씨는 “맞벌이 가정의 여성은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할 일이 많다”며 “트렁크살인사건이 아니었다면 범죄위험을 생각지 못한 채 나 역시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마트나 백화점은 유동인구가 많다하더라도 차량 내에서 갑작스럽게 범죄가 일어나면 쉽게 알아채기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검거된 강력범죄범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7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에 탑승한 여성을 납치하려 했던 김(39)씨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지난 7월에는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외제차 여성 운전자를 노린 범인이 범행 발생 5일 만에 검거됐다.

으슥한 주차장 
시설개선 시급

지난 6월에도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이 자동차에 타는 순간 뒷좌석에 타 흉기로 위협한 남성이 블랙박스에 포착돼 경찰에 붙잡혔다. 이외에도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7살 유치원생이 2013년 7월16일에 유괴되기도 해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에게도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지하주차장의 강력범죄 발생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여성전용주차장 확대, 보안요원 배치, CCTV 추가 설치, 조명등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각지 지방자치단체는 2008년 이후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 여성전용주차장 주차구획 설치기준’을 마련해 여성전용주차장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주차장법, 주차장법시행령, 주차장법시행규칙에는 기재되지 않아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차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를 살펴보면 ‘30대 이상인 노상·노외·부설 주차장에는 총 주차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전용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여성전용주차장이 마련돼 있긴 하나, 전체 주차대수의 10%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합 위치에 마련디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규모마트 및 지역 백화점의 경우 여성전용주차장이 마련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주차 전용층을 운영하는 대형마트도 있다.

 

‘위험천만’ 여자 혼자 가기 무섭다
유사한 강력범죄 잇달아 ‘초긴장’

 

지역자치단체 조례에 언급된 여성전용주차장의 부합 위치는 ▲사각이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 또는 주차관리원(주차부스)과 근접해 접근성 및 이동성ㆍ안전성이 확보되는 장소 ▲CCTV감시가 용이하고 통행이 빈번한 위치 ▲차량출입구 또는 주차관리원이나 승강기에서 장애인 주차구획 다음으로 근접한 곳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3년 1월 ‘건축물 범죄예방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하주차장에 일정간격의 비상벨을 설치토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범죄 예방용 비상벨이나 비상전화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한 대형마트 주차관리자는 “비상벨 있더라도 흉기 위협으로 구조요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전요원 배치가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법적 규정이 하루빨리 마련돼 여성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자유롭게 쇼핑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에 안전요원이 배치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차관리소 상주직원 및 주말동안 배치되는 차량유도 안내직원을 통해 관리되고 있어 보안관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주차관리자는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인력비를 아끼고 있는 시점에 보안요원을 곳곳에 배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일부 업체가 외주업체를 통해 발렛파킹 요원을 운용하고 있긴 하나, 이들은 안전요원이 아니기 때문에 흉악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안요원이 배치되려면 업체 측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마련 없이는 개선되지 않는 곳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하주차장의 조명등의 개선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에는 조명등이 격등제(1칸 건너 1개)나 격격등제(2칸 건너 1개)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센서등을 통해 사람이 지날 때만 불이 켜지도록 하고 있다. 범죄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건물 지하주차장에는 범죄 예방을 위해 LED 조명이 설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진영(미용사·30)씨는 “서비스직 근무자들은 퇴근시간이 일반 회사원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라 한적한 지하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공포를 느끼곤 한다”며 “마트나 백화점뿐만 아니라 모든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CCTV 사각지대가 없어야 할 것이며 조명부터 환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전용 확대
보안요원 배치

지난 3월17일, 충남 논산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남고생의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현장에 설치된 CCTV 3대가 모두 고장난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 예방 및 사건기록, 범죄용의자 검거에 활용되는 방범용 CCTV에 대한 추가 설치 및 화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방범용 CCTV 한 대당 화질 개선비 200여만원, 추가 설치비 1500만원으로 대책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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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