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와 캐디의 미묘한 관계 해부

어떤 캐디가 좋은 캐디인지 정답은 없다

지난 7월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경기 중 최나연이 그린에서 직접 홀에서 깃대를 빼서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의 초보 캐디는 언제 핀을 뽑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던 듯했고, 보스가 핀을 빼자 당황한 듯 달려와 깃대를 받아갔다. 최나연은 경험 없는 캐디 때문에 고생한 것처럼 보였는데 우승 후에는 “새 캐디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골프 선수의 캐디 교체는 투어의 일상
선수 성장 단계에 적합한 캐디 필요해

헤어질 때는 다소 잡음
멋진 이별 사례도 많아

최나연은 올해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도 캐디를 칭찬했다.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에서 나뭇가지를 치울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고 그 홀에서 파 세이브를 하면서 우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최나연과 존스
유소연과 허든

그 캐디 데이비드 존스는 최나연이 2013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할 때 처음 만났다. 유럽 2부투어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대한 공략법을 최나연에게 알려줬다. 이후 최나연이 삼고초려로 모셔온 캐디였다.
그러나 아칸소에서 우승할 때는 새로운 캐디였다. 최나연의 매니저는 “존스가 북아일랜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고 해 새로운 캐디를 구했다”고 했다. 존스는 지금 전인지의 캐디가 됐다. 최나연과 존스가 같이 일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반드시 가족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신지애도 비슷한 일이 있다. 2008년 경험이 거의 없던 신지애의 가방을 메고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돕고, 세계랭킹 1위로 이끈 캐디 딘 허든과 2011년 헤어졌다. 당시 허든이 호주에 있는 노모의 병환 때문에 캐디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허든은 곧바로 유소연의 가방을 메고 US오픈 우승을 도왔다. 신지애와 이별한 이유가 반드시 어머니의 병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 허든은 한국선수 전문 캐디가 됐다. 놀랍게도 유소연과 US오픈 연장전을 치러 패한 서희경의 가방을 멨고, 그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장하나의 가방도 챙겼으며 최근 전인지의 US여자오픈 우승도 도왔다.
신지애나 최나연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캐디를 갈아 치우고 해고 사유를 둘러댔다고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골프 선수가 캐디를 바꾸는 것은 투어의 일상이다. 캐디와 오랫동안 지내며 우정을 쌓는 것은 미담이지만 바꾸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캐디가 선수를 해고하는 일도 잦다. 돈을 더 많이 벌게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아 떠나는 일도 다반사다.
또 선수들이 캐디와 만나고 헤어지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최나연과 신지애의 경우 실제로 캐디가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라고 하고, 다른 자리를 알아봤거나 미리 제의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캐디와 선수와의 관계는 미묘하다. 캐디가 너무 말이 많아도 문제라고 선수들은 생각하고 말이 없어도 문제다. 선수의 기분을 살피면서 침묵해야 할 때 입을 닫고 필요할 때 기를 살려줘야 하는데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의 기준은 말 그대로 선수 기분에 따라 다르다.
선수들은 캐디의 역할이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불만이다. 역시 모두가 공감할 객관적 기준은 없다. 캐디의 실력이 형편없으면 당연히 안 되지만, 지나치게 실력이 뛰어나도 선수의 독자적인 판단능력이 줄어드는 것 같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을 냉정하게 얘기하는 캐디가 좋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으며 반대로 컨디션에 따라 거리를 짧게 혹은 길게 불러주는 등 융통성이 있어야 유능한 캐디로 보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어떤 캐디가 좋은 캐디인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유능한 캐디
최고의 선수

프로전향 시기가 점점 어려지기 때문에 선수의 성장 단계에 따라 그에 맞는 캐디가 필요하다. 어린 선수에게는 노련한 캐디가 좋지만 경험이 쌓이고 독자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 기가 센 캐디와 함께 있으면 충돌이 일어난다.
캐디를 바꾸면 기분이 새로워지고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신지애는 2012년 킹스밀에서 경험이 별로 없고 체격이 작은 캐디를 처음 데리고 나왔다. 덩치 큰 딘 허든이라는 방패 없이 신지애가 야전사령관이 되어 처음 맞는 경기였다. 신지애는 그 때 폴라 크리머와 9홀 연장전을 치러 이겼다. 캐디의 실수가 몇 번 있었지만 신지애는 오히려 더 잘 했다. 그 다음 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신지애는 그 강한 바람을 뚫고 9타 차로 우승했다.

왓슨과 에드워즈
최고 감동스토리

캐디 교체는 순기능이 많다. 그래도 헤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조용히 헤어지는 것이 좋다. 최근 PGA투어 캐나디언오픈에서 로버트 앨런비와 그의 캐디가 시끄럽게 헤어졌다. 라운드 도중 캐디가 해고되고 자원봉사자가 가방을 메야 했다. 클럽 선택에 관한 의견 다툼이 이유였다. 대다수의 갈등에서 그러듯 양쪽 주장이 달랐는데 한 조에서 이를 목격한 다른 캐디는 앨런비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캐디는 약자다. 선수를 비난했다가 찍히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우승 한 번에 1억원 넘게 버는 요즘 PGA투어 캐디는 매우 짭짤한 직업이다. 그 동네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선수를 비난한 것을 보면 앨런비가 인심을 많이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앨런비가 경기 중 캐디를 바꾼 일이 네 번째라는 얘기도 나왔다.
앨런비는 올해 초 하와이에서 납치 폭행,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한 선수다. 보도를 보면 그 캐디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는 앨런비를 보호하려 애쓰는 인상이었다. 그런 그가 경기 중간에 쫓겨났다.
멋지게 헤어진 경우도 많다. 최경주는 2011년, 8년간 함께 한 캐디 앤디 프로저를 자신의 재단 자선행사에 초청해서 포옹하며 “나의 가족이자 형님이었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둘 사이의 관계가 항상 100점짜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헤어질 때는 감동적이었다.
신지애는 2012년 킹스밀부터 함께한 캐디와 최근 헤어졌다. 역시 프랑스에 있는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돌아간다는 이유였다. 캐디와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동안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3년 가까이 지내며 갈등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한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진한 추억을 만들었다.
톰 왓슨이 선수를 시작하면서 함께한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의 이별이 가장 감동적이다. 왓슨이 나이가 들어 성적이 부진하자 에드워즈를 당시 최고 선수인 그레그 노먼이 불렀고 에드워즈는 가고 싶어 했다.
왓슨은 “최고 캐디는 최고 선수와 함께 있어야 빛을 발한다”면서 보내줬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돌아왔다. “자신의 샷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보스를 모실 수 없다”면서다. 에드워즈는 얼마 후 루게릭병에 걸렸다. 부진하던 왓슨은 갑자기 멋진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에드워즈는 2004년 마스터스 기간 중 세상을 떠났다. 왓슨은 눈물을 흘리면서 샷을 했고 관련 재단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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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