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왕회장 ‘황당 소송’ 전말

화장실 갈때 나올때 다르다더니 정신 못 차리고 돈욕심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피죤 이윤재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2년형을 면하고자 113억원의 피해금액을 변제해놓고 5개월 만에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비자금 조성, 해외법인 부당지원, 직원 폭언·폭행, 청부 폭행, 부당 해고 등 이 회장을 둘러싼 끊임없는 구설수를 다시 한 번 조명해봤다.

지난해 4월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죤의 이윤재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이 접수됐다. 소장에서 이 회장은 “형사재판을 받은 상황에 양형에서 입게 되는 사실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113억원의 변제금 중 사비 96억1827만원를 충당한 사실을 밝혔다. 이 회장이 소장에서 밝힌 부당이득 반환금은 ▲중국법인 대여금 채권 23억3200만원 ▲중국법인 직원 인건비 34억4479만원 ▲격려금 및 영업활동 지원비 등 허위 회계처리금 8억3048만원 ▲격려금 및 영업비 30억원 등이다.

이윤재 회장
잇달아 구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지난 2013년 11월, 이 회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제품용기 스티커 인쇄, 플라스틱성형전문업체, 화학업체 등 8개 납품업체와 계약 체결을 하면서 43억2400여만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횡령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2007년부터 2008년 8월까지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중국 현지법인 벽진일용품유한공사에 직원 인건비 40여억원과 현지 공장 리모델링 공사대금 18여억원을 피죤의 법인자금으로 충당한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2008년 10월21일부터 2009년 3월7일까지 피죤 회계의 허위 처리로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재판 때 실형 피하려 피해금 113억 변제
재판 후 “96억 돌려달라” 반환 소송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회사 피해금액 113억원(공소장 변경과정에서 절감된 인건비 6억원 제외)을 모두 변제하자 “피해가 모두 회복됐고 고령에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만을 적용하기로 했다.

변제한 지 5개월 만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청구한 이 회장에 대해 재계 총수가 횡령·배임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조성되자 이 회장은 3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소송을 취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을 낮추고자 변제해놓고 다시 돈을 돌려받으려 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비난 쇄도에 소송을 취하하는 이 회장의 황당한 소송은 법조계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과 직원 폭언·폭행 사건이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어 피죤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월27일, 전국화학섬유노조 피죤지회는 이 회장과 피죤 회계팀 부장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조조합원과 개별면담을 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함으로써 노조 탈퇴를 압박했다는 이유다.

피죤지회가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이 회장은 노조조합원에게 “너희들이 잘 되길 바라지만 같이 갈 수는 없다” “이회장님은 잘 합의해서 정리했으면 하는 것” 등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협박과 “다른 동료들을 설득해서 회사를 나가달라” 등의 자진 퇴사를 강요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형 위해 지급
속보이는 꼼수


김현승 피죤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윤재 회장이 조합원을 직접 만나 회유·협박한 이유는 노조를 없앤 뒤 회사를 매각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윤재 회장의 부도덕한 경영과 회사 매각을 막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2월에는 피죤 사장으로 취임했다가 4개월 만에 해고당한 이은욱 전 사장이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이회장으로부터 청부 폭행을 당했다. 2011년 9월7일 서울강남경찰서에 접수된 이 전 사장의 괴한 폭행 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전 사장이 9월5일 밤 10시50분쯤 강남구 삼성동 자가 아파트로 귀가하던 중 30대 초반 남성 3명에게 얼굴, 가슴 등을 폭행당했다.

폭행 사건 2시간 후인 6일 오전 1시에는 이 사장과 함께 해고 무효 소송을 낸 김모 전 상무가 “이은욱 당한 거 알고 있지 않냐. 가족도 있지 않냐” 등의 협박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청부 폭력 가담자는 광주무등산파 행동대원 오모씨 등 3명으로 이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판매실적을 이유로 직원이 이 회장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졌으며, 2009년에도 이 회장이 간부의 뺨을 슬리퍼로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 운전기사의 자백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임성철 판사는 이 회장의 청부 폭행 혐의를 인정, 2011년 12월6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하자 이 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12년 8월 가석방으로 풀러난 지 두 달 만에 사내이사로 복직했다.

2011년 5월에는 이 회장의 외아들이자 피죤의 최대주주인 이정준씨가 피죤 회사를 상대로 배당금 지급 명령을 신청했다. 이 회장과 피죤이 인천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배당금 청구 소송으로 이어졌으나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미국 메릴랜드대 경제학 교수 재직 중이며 피죤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아들의 배당금 지급 명령에 대한 부당함에 “아들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수백억원대의 탈세 혐의 의혹을 받았다. 피죤 측도 “아들 명의의 주식은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들 이씨의 배당금을 딸 이주연 부회장에게 대신 넘겨줘 횡령 혐의 의혹도 제기됐다.

여전한 잡음
변한 게 없다?

<한겨레 21> 보도를 통해 밝혀진 이 회장 자녀의 재산은 아들 이씨가 피죤 주식 124만주(32.1%), 선일로지스틱 주식 7875주(39.4%),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경기도 남양주 소재 임야 등 다수의 토지, 예금 및 펀드 등이다.

딸인 이 부회장은 피죤 주식 59만주(지분율 15.3%), 비상장 계열사인 선일로지스틱 주식 5375주(26.9%),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등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의 손자(이 부회장의 아들)도 선일로지스틱 주식 6010주(30.1%)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기준) 이는 이 회장이 사망 후 재산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녀 및 손자 명의로 재산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죤은 김준영, 김동욱, 유창하, 이은욱 사장 등 전문경영인 4명의 재직 기간이 2∼9개월인 것으로 밝혀져 ‘CEO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또 30여명의 임원 평균 재직 기간은 5개월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79년 8월 설립된 피죤은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를 출시해 국내 섬유유연제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이 회장과 관련된 사건으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남겼다.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도 50% 대에서 20% 대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며 부동의 1위 자리도 LG생활건강에 뺏겼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피죤 매출액이 지난해 697억5761만원, 2013년 771억1688만원, 2012년 916억4670만원으로 기록돼 2012년 대비 218억8908만원이나 떨어졌다.

5개월만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비난 여론 조성되자 돌연 취하


피죤 매각설마저 떠돌고 있어 경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전국화학섬유노조 피존지회가 ‘피죤 매각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이 경영권 및 보유 지분을 팔기로 했으며 매각자문사도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피죤 측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피죤이 73.43%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현지법인 벽진일용품유한공사는 지난 2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매각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매각 주관사로 국내 회계법인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진일용품유한공사의 손실액은 2012년 96억원, 2013년 41억원, 2014년 30억원이며, 2013년 6월부터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피죤은 지난 3월, 2020 비전 선포식에서 ‘Vision 2020’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매년 20%씩 매출성장을 미뤄 매출 목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밝혔다. 피죤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15일, 이 회장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강의실과 스터디룸을 기부했으며, 청소년NGO ‘푸른나무 청예단’에도 희망방을 기부했다.

‘부도덕’ 낙인
개선 가능할까

한편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피죤은 2009년부터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모유육아활동’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와 공동으로 병원 및 상담실을 운영해 올바른 모유수유 방법을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인도 생산을 시작으로 러시, 브라질 등 9개 국가에서 모유수유교육을통한 유아용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에서는 피죤의 주력상품으로 젖병을 내세우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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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