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 왕회장 ‘황당 소송’ 전말

화장실 갈때 나올때 다르다더니 정신 못 차리고 돈욕심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피죤 이윤재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2년형을 면하고자 113억원의 피해금액을 변제해놓고 5개월 만에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비자금 조성, 해외법인 부당지원, 직원 폭언·폭행, 청부 폭행, 부당 해고 등 이 회장을 둘러싼 끊임없는 구설수를 다시 한 번 조명해봤다.

지난해 4월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죤의 이윤재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이 접수됐다. 소장에서 이 회장은 “형사재판을 받은 상황에 양형에서 입게 되는 사실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113억원의 변제금 중 사비 96억1827만원를 충당한 사실을 밝혔다. 이 회장이 소장에서 밝힌 부당이득 반환금은 ▲중국법인 대여금 채권 23억3200만원 ▲중국법인 직원 인건비 34억4479만원 ▲격려금 및 영업활동 지원비 등 허위 회계처리금 8억3048만원 ▲격려금 및 영업비 30억원 등이다.

이윤재 회장
잇달아 구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지난 2013년 11월, 이 회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제품용기 스티커 인쇄, 플라스틱성형전문업체, 화학업체 등 8개 납품업체와 계약 체결을 하면서 43억2400여만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횡령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2007년부터 2008년 8월까지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중국 현지법인 벽진일용품유한공사에 직원 인건비 40여억원과 현지 공장 리모델링 공사대금 18여억원을 피죤의 법인자금으로 충당한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2008년 10월21일부터 2009년 3월7일까지 피죤 회계의 허위 처리로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재판 때 실형 피하려 피해금 113억 변제
재판 후 “96억 돌려달라” 반환 소송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회사 피해금액 113억원(공소장 변경과정에서 절감된 인건비 6억원 제외)을 모두 변제하자 “피해가 모두 회복됐고 고령에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만을 적용하기로 했다.

변제한 지 5개월 만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청구한 이 회장에 대해 재계 총수가 횡령·배임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조성되자 이 회장은 3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소송을 취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을 낮추고자 변제해놓고 다시 돈을 돌려받으려 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비난 쇄도에 소송을 취하하는 이 회장의 황당한 소송은 법조계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과 직원 폭언·폭행 사건이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어 피죤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월27일, 전국화학섬유노조 피죤지회는 이 회장과 피죤 회계팀 부장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조조합원과 개별면담을 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함으로써 노조 탈퇴를 압박했다는 이유다.

피죤지회가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이 회장은 노조조합원에게 “너희들이 잘 되길 바라지만 같이 갈 수는 없다” “이회장님은 잘 합의해서 정리했으면 하는 것” 등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협박과 “다른 동료들을 설득해서 회사를 나가달라” 등의 자진 퇴사를 강요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형 위해 지급
속보이는 꼼수


김현승 피죤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윤재 회장이 조합원을 직접 만나 회유·협박한 이유는 노조를 없앤 뒤 회사를 매각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윤재 회장의 부도덕한 경영과 회사 매각을 막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2월에는 피죤 사장으로 취임했다가 4개월 만에 해고당한 이은욱 전 사장이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이회장으로부터 청부 폭행을 당했다. 2011년 9월7일 서울강남경찰서에 접수된 이 전 사장의 괴한 폭행 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전 사장이 9월5일 밤 10시50분쯤 강남구 삼성동 자가 아파트로 귀가하던 중 30대 초반 남성 3명에게 얼굴, 가슴 등을 폭행당했다.

폭행 사건 2시간 후인 6일 오전 1시에는 이 사장과 함께 해고 무효 소송을 낸 김모 전 상무가 “이은욱 당한 거 알고 있지 않냐. 가족도 있지 않냐” 등의 협박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청부 폭력 가담자는 광주무등산파 행동대원 오모씨 등 3명으로 이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판매실적을 이유로 직원이 이 회장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졌으며, 2009년에도 이 회장이 간부의 뺨을 슬리퍼로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 운전기사의 자백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임성철 판사는 이 회장의 청부 폭행 혐의를 인정, 2011년 12월6일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하자 이 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12년 8월 가석방으로 풀러난 지 두 달 만에 사내이사로 복직했다.

2011년 5월에는 이 회장의 외아들이자 피죤의 최대주주인 이정준씨가 피죤 회사를 상대로 배당금 지급 명령을 신청했다. 이 회장과 피죤이 인천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배당금 청구 소송으로 이어졌으나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씨는 미국 메릴랜드대 경제학 교수 재직 중이며 피죤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아들의 배당금 지급 명령에 대한 부당함에 “아들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수백억원대의 탈세 혐의 의혹을 받았다. 피죤 측도 “아들 명의의 주식은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들 이씨의 배당금을 딸 이주연 부회장에게 대신 넘겨줘 횡령 혐의 의혹도 제기됐다.

여전한 잡음
변한 게 없다?

<한겨레 21> 보도를 통해 밝혀진 이 회장 자녀의 재산은 아들 이씨가 피죤 주식 124만주(32.1%), 선일로지스틱 주식 7875주(39.4%),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경기도 남양주 소재 임야 등 다수의 토지, 예금 및 펀드 등이다.

딸인 이 부회장은 피죤 주식 59만주(지분율 15.3%), 비상장 계열사인 선일로지스틱 주식 5375주(26.9%), 서울 강남 소재 빌딩을 포함한 건물 2채 등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의 손자(이 부회장의 아들)도 선일로지스틱 주식 6010주(30.1%)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기준) 이는 이 회장이 사망 후 재산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녀 및 손자 명의로 재산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죤은 김준영, 김동욱, 유창하, 이은욱 사장 등 전문경영인 4명의 재직 기간이 2∼9개월인 것으로 밝혀져 ‘CEO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또 30여명의 임원 평균 재직 기간은 5개월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79년 8월 설립된 피죤은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를 출시해 국내 섬유유연제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이 회장과 관련된 사건으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남겼다.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도 50% 대에서 20% 대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며 부동의 1위 자리도 LG생활건강에 뺏겼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피죤 매출액이 지난해 697억5761만원, 2013년 771억1688만원, 2012년 916억4670만원으로 기록돼 2012년 대비 218억8908만원이나 떨어졌다.

5개월만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비난 여론 조성되자 돌연 취하


피죤 매각설마저 떠돌고 있어 경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전국화학섬유노조 피존지회가 ‘피죤 매각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이 경영권 및 보유 지분을 팔기로 했으며 매각자문사도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피죤 측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피죤이 73.43%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현지법인 벽진일용품유한공사는 지난 2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매각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매각 주관사로 국내 회계법인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진일용품유한공사의 손실액은 2012년 96억원, 2013년 41억원, 2014년 30억원이며, 2013년 6월부터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피죤은 지난 3월, 2020 비전 선포식에서 ‘Vision 2020’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매년 20%씩 매출성장을 미뤄 매출 목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밝혔다. 피죤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15일, 이 회장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강의실과 스터디룸을 기부했으며, 청소년NGO ‘푸른나무 청예단’에도 희망방을 기부했다.

‘부도덕’ 낙인
개선 가능할까

한편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피죤은 2009년부터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모유육아활동’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와 공동으로 병원 및 상담실을 운영해 올바른 모유수유 방법을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인도 생산을 시작으로 러시, 브라질 등 9개 국가에서 모유수유교육을통한 유아용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에서는 피죤의 주력상품으로 젖병을 내세우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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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