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3주년 특별인터뷰> ‘중국통’ 윤석헌

최대 고비 맞은 대중외교 “대통령 결심이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강주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초 중국의 전승절(이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 관계와 더불어 일본, 북한의 행사 참석 여부까지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참석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최고의 살아있는 중국전문가로 중국 최고위층 인사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그는 최근 시급하게 떠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과 관련, “꼭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또 중국정부에 대한 대북관,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특유의 소신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자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일이기에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윤 회장은 주저없이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곧 있을 중국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미국이 한국정부에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설과 이에 대해 한국정부와 미국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보도들로 양국 외교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국전문가로서 박 대통령이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야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는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간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국가적인 현안들이다. 비단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 같은 형태의 외교적인 갈등은 앞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금번 전승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유무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이고도 원칙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날은 중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중국정부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천안문에서 거대한 열병식을 열고 전세계 지도자들을 참관시킬 예정이다. 이 자리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친밀감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가?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가까운 친구이자 중국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료나 외교가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왜 그런 걱정을 하며, 누구를 위한 걱정인지 말이다. 외교란 것은 동서양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대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외교의 기본은 자국의 이익이 목적이 아닌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무대에서 소리 나지 않는 전쟁을 하는 곳이 국제외교무대다.


-주변국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인데?
▲과연 누구의 눈치를 본다는 말인가? 만약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지당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국익에 부합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미래적 혜안이 필요하다. 혹자는 대통령이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참석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한국에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과 미래의 상황을 잘 판단해 옛 친구인 미국과 새로운 친구인 중국에 대한 외교적 결심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전승절 고민? 무조건 참석해야!”
한국 최고 중국전문가로 평가
최고위층 인사들과 인맥 형성

-한국정부가 이미 한 번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중국정부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질서에 새로운 가치를 내밀면서 창립을 저울질하며 세를 규합할 때였다.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출범 초창기에 우방국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시기였던 만큼 시진핑 주석이 직접적으로 한국정부에 여럿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AIIB창립에 대한 지지의사 표시가 한발 늦었다. 물론 한국정부가 오랜 우방인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너무 눈치를 보다 대한민국의 존재감과 국익을 모두 놓쳐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당시에 중국 측 입장도 참 난감했을 것 같은데?
▲최근 AIIB 초대 행장 내정자인 진리췬을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나서 한국정부의 이러한 처지를 한중우호 인사의 입장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옛 친구고, 중국은 한국의 새로운 친구다, 옛 친구에게 취해야 할 친구로서의 도리가 있고, 새로운 친구에게 취해야할 친구로서의 자세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한국정부의 입장을 에둘러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또 양국의 우호인사로서 한 말이었는데, 진리췬 행장은 흔쾌히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정부가 조금만 먼저 지지의사를 표명했어도 AIIB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는 또 다른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승기념일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는 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기념일에 참석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 한국도 중국과 같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제공한 상해임시정부에서 외교적 투쟁을 했고 광복군을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한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의 들러리가 아니라 이날에 초대받아도 되는 당당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중국정부는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화나 김정은 체제의 몰락을 원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며칠 전에 있었던 DMZ목함지뢰 도발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돌발적인 행동에 불쾌해하고 내심 당혹해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의 몰락을 지지하지는 않다. 북한정권의 몰락은 중국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어떤 부담이 된다는 뜻인가?
▲중국은 지리학적으로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럽게 몰락한다면 국경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의 처리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는 두고두고 중국의 큰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은 북한정권에 자연스러운 개방을 통해서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돕고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지도부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 이는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국지도부가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의 핵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 북한 핵문제는 이란 핵협상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중국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는 다자간에 협의를 통해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고 결국은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고, 북한이 받아내려고 하는 궁극적인 답일 것으로 본다.

이같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지난 세월 쉬지 않고 일어났던 일들이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전례로 미뤄 볼 때 위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고민이 필요하다.


<kangjoomo@ilyosisa.co.kr>

 

(본 기사는 중국복단대학에 국비유학중인 윤민호군의 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윤석헌은?]

현재 중국국제상회(한국의 전경련 격)의 아시아 아프리카 담당 수석대행인과 북경대학의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6국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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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