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3주년 특별인터뷰> ‘중국통’ 윤석헌

최대 고비 맞은 대중외교 “대통령 결심이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강주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초 중국의 전승절(이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 관계와 더불어 일본, 북한의 행사 참석 여부까지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9월3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하겠다며 각국 정상들의 참석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최고의 살아있는 중국전문가로 중국 최고위층 인사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그는 최근 시급하게 떠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과 관련, “꼭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또 중국정부에 대한 대북관,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특유의 소신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자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일이기에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윤 회장은 주저없이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곧 있을 중국의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미국이 한국정부에 참석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설과 이에 대해 한국정부와 미국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보도들로 양국 외교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국전문가로서 박 대통령이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야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문제는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간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국가적인 현안들이다. 비단 전승70주년 기념 행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 같은 형태의 외교적인 갈등은 앞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금번 전승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유무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이고도 원칙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날은 중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중국정부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천안문에서 거대한 열병식을 열고 전세계 지도자들을 참관시킬 예정이다. 이 자리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친밀감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가?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가까운 친구이자 중국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료나 외교가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왜 그런 걱정을 하며, 누구를 위한 걱정인지 말이다. 외교란 것은 동서양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대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외교의 기본은 자국의 이익이 목적이 아닌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교무대에서 소리 나지 않는 전쟁을 하는 곳이 국제외교무대다.


-주변국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인데?
▲과연 누구의 눈치를 본다는 말인가? 만약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지당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국익에 부합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미래적 혜안이 필요하다. 혹자는 대통령이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참석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한국에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과 미래의 상황을 잘 판단해 옛 친구인 미국과 새로운 친구인 중국에 대한 외교적 결심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전승절 고민? 무조건 참석해야!”
한국 최고 중국전문가로 평가
최고위층 인사들과 인맥 형성

-한국정부가 이미 한 번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사실이다. 중국정부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질서에 새로운 가치를 내밀면서 창립을 저울질하며 세를 규합할 때였다.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출범 초창기에 우방국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시기였던 만큼 시진핑 주석이 직접적으로 한국정부에 여럿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AIIB창립에 대한 지지의사 표시가 한발 늦었다. 물론 한국정부가 오랜 우방인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은 아니다. 너무 눈치를 보다 대한민국의 존재감과 국익을 모두 놓쳐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당시에 중국 측 입장도 참 난감했을 것 같은데?
▲최근 AIIB 초대 행장 내정자인 진리췬을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나서 한국정부의 이러한 처지를 한중우호 인사의 입장에서 설명한 적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옛 친구고, 중국은 한국의 새로운 친구다, 옛 친구에게 취해야 할 친구로서의 도리가 있고, 새로운 친구에게 취해야할 친구로서의 자세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한국정부의 입장을 에둘러 설명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또 양국의 우호인사로서 한 말이었는데, 진리췬 행장은 흔쾌히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정부가 조금만 먼저 지지의사를 표명했어도 AIIB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는 또 다른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승기념일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는 건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기념일에 참석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 한국도 중국과 같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제공한 상해임시정부에서 외교적 투쟁을 했고 광복군을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한 역사를 보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의 들러리가 아니라 이날에 초대받아도 되는 당당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중국정부는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화나 김정은 체제의 몰락을 원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며칠 전에 있었던 DMZ목함지뢰 도발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돌발적인 행동에 불쾌해하고 내심 당혹해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정권의 몰락을 지지하지는 않다. 북한정권의 몰락은 중국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어떤 부담이 된다는 뜻인가?
▲중국은 지리학적으로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럽게 몰락한다면 국경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의 처리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는 두고두고 중국의 큰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은 북한정권에 자연스러운 개방을 통해서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을 돕고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지도부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 이는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에 중국지도부가 이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의 핵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 북한 핵문제는 이란 핵협상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중국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는 다자간에 협의를 통해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안정을 보장받고 결국은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고, 북한이 받아내려고 하는 궁극적인 답일 것으로 본다.

이같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지난 세월 쉬지 않고 일어났던 일들이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전례로 미뤄 볼 때 위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고민이 필요하다.


<kangjoomo@ilyosisa.co.kr>

 

(본 기사는 중국복단대학에 국비유학중인 윤민호군의 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윤석헌은?]

현재 중국국제상회(한국의 전경련 격)의 아시아 아프리카 담당 수석대행인과 북경대학의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6국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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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