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도 마시는 에너지음료 '앞과 뒤'

“물먹듯 마시다간 큰일 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자리 잡은 에너지 음료. 일 권하고 잠 안 재우는 사회 풍조 탓에 때때로 마셔주면서 일해야 한다. 한때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졌지만,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밤을 지새우려는 이에게는 에너지 음료는 여전히 좋은 친구다.  


 
에너지 음료는 말 그대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음료다. 에너지 음료에는 신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활력을 주는 용도로 카페인을 넣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에너지 음료라는 개념이 미미했다. 이와 비슷한 제품으로 자양강장제로 불린 박카스가 대표적이었다.  
 
안정성 논란
 
에너지 음료는 정신적 육체적 각성상태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야근하는 직장인이나 수험생들 사이 인기를 끌었다. 또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 2년 동안 에너지 음료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2011년 1월 국내에서 판매된 에너지 음료는 총 2억5000만원, 단 1년만에 2012년 2월에 이르러 판매량이 30억원으로 12배나 뛰어올랐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의 핫식스와 코카콜라의 번인텐스, 몬스터 에너지까지 에너지 음료의 종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12년 말 난립하는 에너지 음료에 카페인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기 시작했다.

2011년 동서식품은 에너지 음료 레드불을 수입·판매키로 했을 때 안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안정성 여부가 문제 돼 수입될 수 없었다. 에너지 음료에는 카페인이 다량 함유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음지에서 유통되던 에너지 음료 레드불 48캔을 압류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수입 허가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에 판매됐다. 한 동안 국내업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음료와 더불어 학생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팔려 나갔다. 학원가나 대학가 주변의 편의점은 시험기간 때마다 에너지 음료 특수를 누렸다. 
 
그러던 중 제동이 걸린다. 2012년 8월13일 최동익 민주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카스는 카페인 함량이 30mg인데 반해, 에너지 음료는 이보다 2배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불은 62.5mg, 핫식스 60mg, 핫식스 한정판은 86.4mg 등이었다. 이는 몸무게 30kg 기준 어린이 카페인 권장 일일 섭취량 75mg에 근접한 양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에너지 음료가 콜라 등 탄산음료와 동일한 것으로 분류되고 있어 청소년들도 편의점 등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음료의 유행성 논란이 불거졌다. 
 
‘힘난다?’ 직장인·수험생에 인기
난립하는 제품들…고카페인 논란
 
핫식스 캔 겉표지에는 ‘타우린 1000mg 함유, 과라나 천연 고카페인 함유 60mg’이라고 적혀 있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성분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식물에서도 발견되지만 대부분 동물의 심장이나 간, 뇌에 들어 있는 영양소다. 타우린은 중추기능조절로 잠을 깨우거나 운동을 할 때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과다섭취하게 되면 위궤양이나 설사를 유발한다.
 

과라나는 남미 열대 과일이다. 이 열매에서 카페인을 추출한다. 과라나에서 추출한 카페인은 천연 카페인으로 각성효과를 준다. 잠시 동안 피로를 잊게 하고 활동성을 증진시킨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마시게 되면 불면증, 신경과민,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혈압 상승, 이뇨 효과로 인한 탈수 증세에 시달릴 수 있다.

 
 
아울러 핫식스에는 B2, B6 등의 B계열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비타민제를 섞어 마시면 비타민을 과다 섭취하게 된다. B계열의 비타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 메스꺼움, 홍조, 발진, 시력저하, 구토, 근육 마비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페인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400mg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kg당 2.5mg이하다. 카페인에 중독된 상태에서 섭취를 중단하면 반나절 후에 불안, 흥분, 수면장애, 얼굴 홍조, 소변량 증가, 소화장애, 근육 경련, 우울증, 판단 장애, 두통, 불면, 근육통 등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핫식스에 함유된 카페인은 체중 50kg인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섭취권장량 125mg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제품을 세 캔 이상 마시면 하루 섭취량을 초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에너지음료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우려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에너지음료에 대해 일반음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에너지 음료의 열풍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유사 상품들이 범람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준 것이 결정적인 인기 하락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가 최근 3년간 주요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부작용 드러나
하락 국면 접어들어 
 
세븐일레븐의 지난 2012년 에너지음료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56.3%로 고속성장했으나 2013년 -15.1%로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18.4%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1∼2월 누적 매출신장률도 -9.4%에 그쳤다. CU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 전년동기 보다 -12%로 하락한 에너지음료는 지난해는 -23%까지 급감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11%를 기록 중이다. GS25에서도 지난 2013년 2.5%로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2014년 -14.6%로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에너지 음료가 유명해진 것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술과 고카페인 음료를 섞은 ‘에너지 폭탄주’ 때문이다. 혼합주로 취기가 잘 돌지 않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협회 연구팀이 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술과 에너지 음료를 섞어 마실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주 위험
 

에너지 음료에 함유된 고농축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켜 많은 양의 음주를 유도하며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고카페인 음료에 든 탄산이 알코올의 흡수를 가속시켜 다음날 숙취도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최근 카페인 섭취가 건강상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국가는 카페인 함유량을 제한하거나 '에너지'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에너지’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하루 2캔 이상 섭취금지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에너지음료 건강엔?
 
에너지 음료를 장기간 또는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 불면증, 심장박동 이상, 발작 등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2년 전 14세 소녀가 에너지음료 2캔을 마신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하기도 했다. 
 
사인은 카페인 중독에 의한 심장부정맥이었다. 당시 소녀는 1캔에 카페인 함유량이 240㎎(콜라 7캔 함유량과 같음)인 에너지음료를 2개나 마셨다고 한다. 하루 성인의 카페인 권장량이 40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다 섭취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지난달 초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이 식품의약국(FDA)에 에너지음료의 위험성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시카고에서는 판매금지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 플로리다주가 이번 학기부터 공립학교에서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뉴욕주도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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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