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사설응급차 ‘허술 관리’ 논란

‘삐뽀삐뽀’ 사이렌만 달면 끝?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다요금 징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구급차 점검이 도마 위로 떠올랐다. 응급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특수구급차가 응급현장에 출동되고 있어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구급차 신고제 이행 상황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점검한 결과, 법정 기준을 충족한 구급차가 5802대(특수구급차 2339대, 일반구급차 3463대)로 확인됐다고 지난 3월26일 발표했다. 응급환자 이송 안전 강화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5일부터 구급차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별로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전수·점검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 환자에 
과다요금 징수

지자체의 법정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특수구급차에 후두경 등 기도삽관 장치,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 장치, 휴대용 간이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 쇼크방지용 하의(MASK), 부목 및 기타 고정장치(철부목, 경부·척추보호대), 자동제세동기, 휴대용 산소포화농도 측정기 등의 응급의료장비와 비닐팩에 포장된 수액제제(인공혈액제제 등), 리도카인, 아트로핀, 주사용 비마약성진통제, 주사용 항히스타민제, 소독제(과산화수소, 알콜 및 포비돈액), 니트로글리세린(설하용),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등 구급의약품을 갖춰야 한다. 일반구급차에는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장비와 기도 확보 장치,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를 구비해놔야 한다. 특수구급차 5대당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각 8명씩 총 16명의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법정 기준 충족 구급차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자체 운용 구급차가 1634대(특수구급차 1328대, 일반구급차 306대), 의료기관 구급차가 3280대(특수구급차 416대, 일반구급차 2864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구급차가 787대(특수구급차 534대, 일반구급차 253대), 기타 법령에 따른 운용자 운용 구급차가 101대(특수구급차 61대, 일반구급차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보다 특수구급차가 202대 늘었으며 일반구급차가 108대 줄어들어 총 94대가 증가했다. 사설응급차는 의료기관과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이 운용하는 구급차로 특수구급차 950대와 일반구급차 3117대로 총 4067대가 이에 해당된다.

<일요시사>는 1013호 사회면을 통해 ‘환자 울리는 사설응급차 횡포 백태’라는 제목으로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잉 요금 징수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두 명의 제보자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와 관련된 사실을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민간사업자와 응급구조사의 제보에 따르면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의 특수구급차 상당수가 응급의료장치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민간사업자가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민간사업자에게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줌으로써 지자체 점검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한 제보자는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신고제 도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사설응급차가 신고필증 발부를 위해 임시적으로 타 사설응급차에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지자체 검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건복지부가 구급차 관련 법안을 개정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의 만행을 고쳐보려 했으나 허술한 점검에 콧방귀를 낀 민간사업자가 많다”며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가 많다 보니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의료장비 미비
정상영업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법정 기준 미충족 구급차는 행정지도를 통해 미비사항을 개선하도록 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해줬다”며 “점검한 구급차의 응급의료장비에 스티커를 부착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장비를 대여 받아 신고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덧붙여 “근거 없는 제보임에 틀림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는 “점검을 마친 타 지역 사설응급차 업체로부터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한 후 점검 받은 것”이라며 “응급의료장비의 고유번호를 점검자가 적어가지만 중복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필증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스티커를 제거해도 정상영업이 가능하고 다시 붙이면 된다”며 “깡통차(응급의료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구급차)를 운용하는 업체도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와 다를 게…의료장비 없이 운송만
보건부 신고필증 부착만으로 허술 점검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는 의료기관 416대와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534대로 총 950대다. 구급차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규모를 살펴보면 의료기관 387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413대로 각각 29대, 121대씩 증가한 것이다. 이에 사설응급차 관계자들은 기존 사설응급차를 운영하는 전 업체의 특수구급차가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기존 응급의료장비 미비 특수구급차의 상당수가 대여한 응급의료장비로 지난해 6월 실시된 지자체 검수를 통과,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채로 1년 넘게 운용해 왔다는 말이다.


한 사설응급차 관계자는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려면 1대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 사장들이 인맥을 활용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점검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특장차전문업체에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구매비용을 조사해본 결과, 1대당 최소 45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1억원가량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설응급차 등록 허가를 받으려면 특수구급차 5대 이상을 운용해야 하므로 한 업체당 특수구급차에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 비용만 2억25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제보자는 “점검기간 동안만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1년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하는 것”이라며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에 응급의료장비가 미비한 특수구급차가 출동될 경우 큰 위험이 초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시사>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에 특수구급차의 미발부 신고필증 건수 및 점검 결과 자료를 의뢰했으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매년 6월 실시하는 사설응급차 점검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조차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비 대여
점검 임시 대응

지난달 17일, 메르스 확진자 133번 환자와 145번 환자가 사설응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인 것으로 밝혀져 사설응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응급의료장비 미비로 인한 응급처치 부실 대응이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주 1회 이상 구급차 소독이 이뤄져야 하나 이를 시행하지 않아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특수구급차의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특수구급차가 갖춰야 할 장비 기준에 통신 장비가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자와 응급구조사간 핸드폰 통화로 인한 의사소통 불편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 및 동반탑승자, 응급구조사가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필증 부착과 관련한 지자체 점검에서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이 점검 리스트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6일 보도한 구급차 신고필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법정 설비 및 장비 기준 충족 여부를 관할 지자체에서 직접 확인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법정 설비에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가 부착돼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칸막이 부착 여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사설응급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의료기관 구급차 3280대 가운데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구급차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로부터 사망통보를 받지 않은 실제 사망자의 경우 응급환자로 간주하지 않아 119구급차 이송이 불가하며 사설응급차를 통한 장례식장 이송만 가능하다. 특히 사설응급차에는 냉동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사망자 이송간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 사설응급차 출동 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칸막이 미부착…감염병에 노출
다른 지역서 장비 빌려 눈가림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사망통보를 받지 않았으나 사망한 지 오래된 사망자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해야 하는 사망자를 종종 태운다”며 “구급차에 냉동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동반 유가족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냉동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운용해야 시신의 훼손 및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장비 미비사항과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장비 및 구급의약품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살펴보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1개월에 처하며 2차, 3차 위반 시 업무정지가 각 1개월씩 늘어난다. 환자에 대한 과다요금 징수 처분도 장비 미비 행정처분 기준과 같으며, 응급구조사 미탑승 적발 시 1차 위반 업무정지 7일, 2차 위반 업무정지 1개월, 3차 위반 업무정지 2개월에 처한다. 위반 시 영구 면허 및 자격 정지 처분은 행정처분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다.


수당 줄이려
구조사 출동 자제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는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특수구급차 5대당 각 8명씩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나, 실제 응급출동 시 응급구조사가 동반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북 지역의 응급구조사 미동반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지역에서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응급구조사에게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응급구조사의 동반 출동을 꺼리는 것”이라며 “출동 문의 시 위급하지 않았다가 이송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응급구조사가 없으면 환자는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속 기사> 119 구급활동 현황
19초당 한명씩 실려간다

<일요시사>가 통계청 e나라지표에 공시된 지난해 119구급활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119구급차의 이송건수는 163만1724건, 이송환자는 167만83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31명 중 1명이 구급차를 이용했으며 하루 평균 4598명, 18.8초당 한 명씩 이송된 셈이다. 2005년 대비 이송건수는 54.1%(57만2728건), 이송인원은 52.5%(57만7645명)이 증가했으며 10년간 평균 이송건수는 134만7940건, 이송인원은 139만5237명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이송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22.3%), 서울(19.6%), 부산(6.2%), 경북(5.7%), 인천(5.4%), 충남(4.8%) 순이다.

국민 31명 중 1명꼴 구급차 이용
하루 4598명 이송…8월 가장 많아


월별 평균 이송건수는 13만5977건으로 8월이 14만7345건, 15만216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월이 11만6791건, 11만9566명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119구급차의 출동장소별 이송인원을 살펴보면 가정이 52.2%(87만539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도로(14.4%, 24만2124명), 주택가(6.6%, 11만78명), 공공장소(5.3%, 8만9540명) 순이며,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하철(18.3%, 1만393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 이송인원은 50대가 30만1534명으로 전체 18%를 차지했으며, 70대가 15.2%(25만5665명), 80세 이상이 10.7%(18만232명)였다.

한편 119구급차의 총 출동건수는 238만9211건으로 정상출동이 88.1%(210만3968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취소(9.1%, 21만6768건), 오인(2.2%, 5만1779건), 기타(0.6%, 1만5139건), 허위(0.1%, 1557건) 순으로 조사됐다. 119구급대가 미이송한 75만8237건 가운데 25.7%가 사설응급차 및 자가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평균 소요시간은 현장에서 병원간 17.6분이며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 평균 34.4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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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