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월드컵 기획특집6>잇따른 사건사고 엿보기

월드컵이 뭐길래…이겼다고 펑펑 졌다고 퍽퍽


2010 남아공월드컵이 개막한 후 우리나라의 경기도 두 차례 치러졌다. 첫 경기였던 12일 그리스전은 2:0 기분 좋은 승리로 끝이 났지만 17일 아르헨티나전은 4:1의 참담한 결과로 패배의 쓴맛을 봐야했다. 기쁨 혹은 절망을 함께 나누는 월드컵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무 기쁜 나머지 혹은 너무 절망적인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사람들의 크고 작은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혈압 환자 경기 보면서 흥분 금물, 부산 50대 사망
대전 거리응원 마치고 귀가하는 여고생 납치 ‘성폭행’


17일 설욕의 아르헨티나전이 끝나고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대구에서는 30~40대 남성들의 몸싸움이 있었다. 17일 오후 9시15분께 대구 달서구 본리동 한 식당에서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전 경기를 보던 A(41)씨와 B(36)씨는 TV를 가린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시작했다.

패배의 아픔 어이할꼬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지고 있던 터라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은 결국 말다툼으로 시작해 몸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이에 대구 성서경찰서는 18일 이 두 사람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이들이 경찰서에 올 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조사 후 모두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청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18일 술집에서 말싸움 끝에 옆자리 손님에게 주먹을 휘두른 C(35)씨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 등은 아르헨티나전을 보기 위해 17일 밤 충북 청주시의 한 술집에 당도했다. 기분 좋게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가 밀리자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골 차이가 날수록 술잔은 바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던 찰나에 옆 테이블에 손님으로 앉아있던 D(37·여)씨의 말투가 거슬려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C씨는 자신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D씨 등 3명을 폭행했다. 경찰에서 C씨는 “한국이 지고 있는데 옆사람들이 깐죽대서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월드컵을 시청하던 50대 남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17일 오후 10시께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E(52)씨는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한창 게임에 몰두해 있을 10시께 E씨는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놀란 가족들은 급하게 그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E씨는 평소 고혈압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축구 경기를 보던 중 흥분을 참지 못하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2:0으로 승리를 안겨준 지난 12일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첫 월드컵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져도 문제 이겨도 문제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2일 저녁 11시쯤 종로구 용두동의 한 호프집에서 골든벨을 울렸다가 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무전취식)로 김모(49)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이날 그리스전을 보기 위해 혼자 이 호프집을 찾았다.

술을 마시며 경기를 보던 김씨는 한국 대표팀이 통쾌하게 승리하자 기쁨에 겨워 이날 호프집을 찾은 다른 손님 10여 명의 술 값 16만원을 대신 지불하겠다고 소리쳤다. 김씨의 외침에 다른 손님들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지만 김씨는 돈을 지불하지 못해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그리스전 승리 소식에 기뻐 다른 손님 술값도 내겠다고 했다가 카드도 없고, 현금도 없어 지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월드컵으로 손님이 많은데 화장실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폭력을 휘두른 노래방 주인을 붙잡았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마모(55)씨는 지난 13일 새벽, 술에 취해 노래방 근처를 지나던 최모(33)씨가 노래방 건물 화장실을 이용하자 주먹을 휘둘렀다. 노래방에 손님이 많아 혼잡한데 손님도 아니면서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마씨는 경찰에서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노래방에 손님이 많았는데 최씨가 화장실을 쓴 것이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런가 하면 대전에서는 거리응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여고생이 납치 성폭행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그리스전이 끝나고 오전 4시께 시내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F(17·여)양은 갑자기 괴한에게 납치를 당했다. 이 남성은 F양을 흉기로 위협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으며, 4km정도 떨어진 읍내동으로 이동했다.

괴한은 차 안에서 F양을 성폭행한 뒤 집 근처까지 태워다주고 유유히 떠났다. 살해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가해 남성이 잡히지 않아 대전 지역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이날 사건으로 대전 경찰은 방범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충남경찰청은 17일 아르헨티나 야외응원전을 앞두고 가용인력을 총동원했다. 야외응원전이 펼쳐지는 서대전시민공원과 대전월드컵 경기장 두 곳에 2개 중대를 배치했고, 경기종료 후에는 응원 장소 인근에 일시적 몰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5개 경찰서 교통경찰관과 전·의경을 총동원했다.

이기면 이겨서 문제

마지막으로 울산에서는 13일 거리응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고교생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했다. 13일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학성고등학교 앞 도로에서 월드컵 거리응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G(16)군이 H(30)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졌다. H씨는 G군을 친 뒤 바로 도주했다가 곧 바로 경찰에 찾아와 자수했으며, H씨는 당시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치(혈중알콜농도 0.198%)로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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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