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로또 패턴의 비밀

6개 숫자에 공식이…당첨번호 평행이론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존재 여부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또분석가들은 로또 추첨이 ‘우연’이 아닌 ‘확률’에 근거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평행이론 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로또 당첨번호의 법칙 및 패턴에 대한 우연의 일치를 분석해봤다.

로또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한 회차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하면서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 존재 여부와 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이 거세다.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할 확률은 1.84%로 로또추첨 654회차 만에 두 번의 우연이 발생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로또분석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로또 평행이론은 로또 당첨자가 같은 지역에서 여러 명이 나오거나 시차를 두고 당첨번호가 유사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지역의 평행이론] 동네가 1등 만든다?

평행이론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지난 2013년 5월4일에 추첨된 544회차 때다. 당시 1등 당첨자 13명 가운데 3명이 모두 부산 지역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1등 당첨 복권 판매 지역을 살펴보면 부산 3명(수동 2명, 자동 1명), 강원도 양양, 충남 예산, 경남 양산(이상 수동), 경기도 용인, 광주시 서구, 서울시 중구, 충남 보령, 경기도 군포, 경기도 의정부, 대구시 북구(이상 자동)로 조사됐다. 부산 3명 중 2명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문에 의하면 한 사람이 두 장을 구매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명의 1등 당첨자는 개인당 10억4638만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지역의 평행이론의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262회차 이후 16차례에 걸쳐 동일 지역 1등 당첨자가 배출된 점이 드러났다.


319회차(2009년 1월10일)의 1등 당첨자는 모두 5명으로 이 중 3명이 대구시에서 나왔다. 2명은 달서구 송현동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했으며, 다른 1명은 북구 구암동에서 자동 응모했다.

536회차(2013년 3월9일)에서는 11명의 1등 당첨자 중 2명이 부산시 부산진구의 각기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로 당첨됐다. 552회차(2013년 6월29일)와 570회차(2013년 11월2일)에서는 각각 부산시 사하구와 부산진구 부전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1등 당첨자로 배출됐다. 634회차(2015년 1월24일)에서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동시에 당첨됐다.

동일 회차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동시 당첨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546회차(2013년 5월18일) 때는 30명이 1등에 당첨됐는데, 이 중 10명이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서, 2명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수동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600회차(2014년 5월31일)에서도 15명 중 7명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당첨, 5명은 김량장동, 2명은 마평동에서 수동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회차(2014년 12월6일)의 경우 당첨자는 10명, 배출점은 8곳이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판매점과 경기도 안성시 금산동의 한 판매점에서 동시에 두 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수동 응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로또판매점에서 동일 인물이 아닌 응모자가 중복 당첨된 사례도 있다. 606회차(2014년 7월12일) 1등 당첨자 10명 중 2명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판매점에서 배출됐으나 두 사람이 수동과 자동 응모로 한 점을 미뤄 동일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역·번호 중복 둘러싼 다양한 추측 주목
세가지 근거 화제…우연 아닌 확률 주장도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동일 판매점에서 수동 응모로 당첨된 점을 미루어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회차가 5차례(3명 이상 중복 선정에 한함)에 걸쳐 포착됐다. 5명 중복 선정 회차는 327회차(2009년 3월7일, 경남 양산시 평산동)와 474회차(2011년 12월31일,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 인물일 경우 각각 44억1337만원(1인 당첨금 8억8267만원)과 46억8345만원(1인 당첨금 9억3669만원)을 받게 된 셈이다.


3명 중복 선정 회차는 494회차(2012년 5월1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588회차(2014년 3월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641회차(2015년 3월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인일 경우 당첨금은 494회차 31억6376만원, 588회차 86억6802만원, 641회차 59억7022만원이다.

[중복의 평행이론] 자주 나오는 번호들

로또 당첨번호의 중복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어 화제다. 640회차(2015년 3월7일)와 64회차(2004년 2월21), 654회차(2015년 6월13일)와 472회차(2011년 12월17일)의 당첨번호 다섯 자리가 동일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로또분석가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당첨번호 일치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로또 추첨의 조작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640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5’이며, 64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6’이다. 다른 번호인 ‘35’ ‘36’조차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654회차 당첨번호 ‘16, 21, 26, 31, 36, 43’에서 ‘21’을 뺀 나머지 숫자가 472회차 당첨번호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72회차 당첨번호는 ‘16, 25, 26, 31, 36, 43’이다. 여기서도 다른 번호인 ‘21’과 ‘26’이 20번대 숫자라는 점에서 평행이론에 대한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각 회차별 1등 당첨액을 살펴보면 64회차(4명) 38억9981만원, 472회차(7명) 18억965만원, 640회차(8명) 18억7930만원, 654회차(8명) 18억7930만원이다.

로또포털의 분석연구소 관계자는 “통계학적으로 로또 숫자가 이전 회차들의 숫자와 5개 이상 일치할 확률은 1.84%로 매우 낮은 확률”이라며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명당의 평행이론] 잘 터지는 판매점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근거 자료로 로또 명당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로또포털 자료에 따르면 262회차 이후 로또 1등 당첨 판매점은 전국 2584개점이다. 1회 배출점은 1369개점, 2회 배출점은 305개점, 3회 배출점은 93개점, 4회 배출점은 35개점, 5회 배출점은 15개점, 6회 배출점은 5개점, 7회 배출점 3개점, 8회 배출점은 2개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 로또판매점이 19회(자동 14회, 수동 5회),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이 25회(자동 14회, 수동 11회) 1등을 배출해냈다. 스파 로또판매점에서는 606회차에 2명,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에서는 546회차에 10명이 동시에 당첨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 분석해보니…
로또명당·행운번호 있다?

일부 번호의 잦은 번호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1회차부터 654회차까지의 추첨번호별 당첨횟수를 살펴보면 1번이 120회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7번(120회), 40번(117회), 43번(116회), 34번(113회), 37번(112회), 4·13·17·26번(111회)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9번(80회), 28번(86회), 22번(87회), 29·41번(88회)이 최저 당첨횟수를 기록했다. 번호 한 개당 추첨 횟수는 평균 101.7회다. 이는 보너스 번호를 포함한 추첨 횟수를 나타낸 수치다. 당첨 번호에서 홀수 번호가 2349회, 짝수 번호가 2229회 추첨돼 홀수 번호가 120회나 더 자주 추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혹의 평행이론] 끊이지 않는 조작설

2002년 12월7일 1회 로또 추첨이 시작된 이후 654회차까지 3969명이 1등 당첨자로 선정됐다. 서민들의 ‘일확천금의 꿈’으로 자리 잡은 로또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과 조작설, 그리고 최근 평행이론설에 휘말려왔다. 로또 판매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 조정된 2004년 8월 이후에는 조작설에 대한 의혹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나눔로또는 로또 추첨의 공정을 알리기 위해 매주 옴부즈맨을 선발, 로또판매점 탐방 및 추첨방송 참관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첨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추첨방송의 참관에 참여한 옴부즈맨 중 5명의 자원자를 선발, 창고에서 옴부즈맨과 함께 추첨기계 및 번호가 담긴 가방을 꺼낸다. 추첨공이 담긴 5개의 가방과 테스트공이 담긴 가방 1개의 시건 장치를 해제한 후 공의 무게(4g 내외) 및 둘레(45mm 내외)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로또 관계자는 1번 가방의 추첨공만 측정하며, 나머지 가방은 옴부즈맨이 직접 측정한다.

5개의 가방 중 추첨방송에서 쓸 가방 선정에도 안대를 착용한 다른 옴부즈맨에 의해 정해지며 예비용 가방도 추가 선정한다. 이후 RFID칩(근거리통신칩)이 내장된 추첨공의 인식 테스트를 3∼5회 거친 후 리허설 방송이 진행된다. 현장에는 나눔로또 및 은행 관계자, 경찰공무원, 옴부즈맨, 방청객, 방송관계자만이 참관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로또 당첨꿈 백태 “조상꿈 꾸면 복권 사라”

나눔로또가 2013년도 1등 당첨자 292명 중 168명을 대상으로 ‘당첨과 꿈의 연관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7%만이 ‘좋은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은 꿈을 꾸지 않은 결과다. 또한 ‘로또리치’가 회원 17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01명(33.8%)만이 ‘꿈과 로또 당첨은 연관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등 당첨자 가운데 좋은 꿈을 꾼 응답자의 꿈 유형을 살펴보면 ‘조상’이 27%, ‘동물’이 19%, ‘대통령’이 11%, ‘물·불·재물’이 8%, ‘숫자’가 5%로 나타났다. 나눔로또의 설문조사 결과, 재미 삼아 로또를 구매한 1등 당첨자는 36%로 나타났으며, 로또리치의 설문조사에서는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46회 22억1550만원 1등 당첨자는 “당첨 당시 특별한 꿈을 꾸진 않았다”고 은행 직원에게 밝힌 바 있다.

한편 나눔로또가 로또 1등 당첨자 161명의 스펙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300만원 미만 소득 행정·사무직의 40대 기혼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경기 지역에 84㎡(30평형대) 이하 자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당첨금 사용 계획에는 예금 및 주식투자 등의 재테크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출금상환과 주택 및 부동산 구매가 그 뒤를 이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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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