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로또 패턴의 비밀

6개 숫자에 공식이…당첨번호 평행이론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존재 여부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또분석가들은 로또 추첨이 ‘우연’이 아닌 ‘확률’에 근거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평행이론 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로또 당첨번호의 법칙 및 패턴에 대한 우연의 일치를 분석해봤다.

로또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한 회차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하면서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 존재 여부와 조작 의혹에 대한 여론이 거세다. 당첨번호 숫자 5개가 일치할 확률은 1.84%로 로또추첨 654회차 만에 두 번의 우연이 발생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로또분석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로또 평행이론은 로또 당첨자가 같은 지역에서 여러 명이 나오거나 시차를 두고 당첨번호가 유사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지역의 평행이론] 동네가 1등 만든다?

평행이론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건 지난 2013년 5월4일에 추첨된 544회차 때다. 당시 1등 당첨자 13명 가운데 3명이 모두 부산 지역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1등 당첨 복권 판매 지역을 살펴보면 부산 3명(수동 2명, 자동 1명), 강원도 양양, 충남 예산, 경남 양산(이상 수동), 경기도 용인, 광주시 서구, 서울시 중구, 충남 보령, 경기도 군포, 경기도 의정부, 대구시 북구(이상 자동)로 조사됐다. 부산 3명 중 2명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문에 의하면 한 사람이 두 장을 구매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명의 1등 당첨자는 개인당 10억4638만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지역의 평행이론의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262회차 이후 16차례에 걸쳐 동일 지역 1등 당첨자가 배출된 점이 드러났다.


319회차(2009년 1월10일)의 1등 당첨자는 모두 5명으로 이 중 3명이 대구시에서 나왔다. 2명은 달서구 송현동에 위치한 한 로또판매점에서 수동으로 구매했으며, 다른 1명은 북구 구암동에서 자동 응모했다.

536회차(2013년 3월9일)에서는 11명의 1등 당첨자 중 2명이 부산시 부산진구의 각기 다른 판매점에서 자동 응모로 당첨됐다. 552회차(2013년 6월29일)와 570회차(2013년 11월2일)에서는 각각 부산시 사하구와 부산진구 부전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1등 당첨자로 배출됐다. 634회차(2015년 1월24일)에서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다른 판매점에서 수동, 자동 응모한 두 사람이 동시에 당첨됐다.

동일 회차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동시 당첨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546회차(2013년 5월18일) 때는 30명이 1등에 당첨됐는데, 이 중 10명이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서, 2명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수동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600회차(2014년 5월31일)에서도 15명 중 7명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당첨, 5명은 김량장동, 2명은 마평동에서 수동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회차(2014년 12월6일)의 경우 당첨자는 10명, 배출점은 8곳이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판매점과 경기도 안성시 금산동의 한 판매점에서 동시에 두 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수동 응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로또판매점에서 동일 인물이 아닌 응모자가 중복 당첨된 사례도 있다. 606회차(2014년 7월12일) 1등 당첨자 10명 중 2명이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판매점에서 배출됐으나 두 사람이 수동과 자동 응모로 한 점을 미뤄 동일 인물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역·번호 중복 둘러싼 다양한 추측 주목
세가지 근거 화제…우연 아닌 확률 주장도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동일 판매점에서 수동 응모로 당첨된 점을 미루어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회차가 5차례(3명 이상 중복 선정에 한함)에 걸쳐 포착됐다. 5명 중복 선정 회차는 327회차(2009년 3월7일, 경남 양산시 평산동)와 474회차(2011년 12월31일,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 인물일 경우 각각 44억1337만원(1인 당첨금 8억8267만원)과 46억8345만원(1인 당첨금 9억3669만원)을 받게 된 셈이다.


3명 중복 선정 회차는 494회차(2012년 5월1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588회차(2014년 3월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641회차(2015년 3월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일인일 경우 당첨금은 494회차 31억6376만원, 588회차 86억6802만원, 641회차 59억7022만원이다.

[중복의 평행이론] 자주 나오는 번호들

로또 당첨번호의 중복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어 화제다. 640회차(2015년 3월7일)와 64회차(2004년 2월21), 654회차(2015년 6월13일)와 472회차(2011년 12월17일)의 당첨번호 다섯 자리가 동일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로또분석가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당첨번호 일치율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로또 추첨의 조작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640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5’이며, 64회차 당첨번호는 ‘14, 15, 18, 21, 26, 36’이다. 다른 번호인 ‘35’ ‘36’조차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654회차 당첨번호 ‘16, 21, 26, 31, 36, 43’에서 ‘21’을 뺀 나머지 숫자가 472회차 당첨번호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72회차 당첨번호는 ‘16, 25, 26, 31, 36, 43’이다. 여기서도 다른 번호인 ‘21’과 ‘26’이 20번대 숫자라는 점에서 평행이론에 대한 근거로 제기된 것이다.

각 회차별 1등 당첨액을 살펴보면 64회차(4명) 38억9981만원, 472회차(7명) 18억965만원, 640회차(8명) 18억7930만원, 654회차(8명) 18억7930만원이다.

로또포털의 분석연구소 관계자는 “통계학적으로 로또 숫자가 이전 회차들의 숫자와 5개 이상 일치할 확률은 1.84%로 매우 낮은 확률”이라며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명당의 평행이론] 잘 터지는 판매점

로또 당첨번호를 둘러싼 평행이론의 근거 자료로 로또 명당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로또포털 자료에 따르면 262회차 이후 로또 1등 당첨 판매점은 전국 2584개점이다. 1회 배출점은 1369개점, 2회 배출점은 305개점, 3회 배출점은 93개점, 4회 배출점은 35개점, 5회 배출점은 15개점, 6회 배출점은 5개점, 7회 배출점 3개점, 8회 배출점은 2개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 로또판매점이 19회(자동 14회, 수동 5회),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이 25회(자동 14회, 수동 11회) 1등을 배출해냈다. 스파 로또판매점에서는 606회차에 2명, 부일카서비스 로또판매점에서는 546회차에 10명이 동시에 당첨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 분석해보니…
로또명당·행운번호 있다?

일부 번호의 잦은 번호 추첨도 평행이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1회차부터 654회차까지의 추첨번호별 당첨횟수를 살펴보면 1번이 120회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7번(120회), 40번(117회), 43번(116회), 34번(113회), 37번(112회), 4·13·17·26번(111회)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9번(80회), 28번(86회), 22번(87회), 29·41번(88회)이 최저 당첨횟수를 기록했다. 번호 한 개당 추첨 횟수는 평균 101.7회다. 이는 보너스 번호를 포함한 추첨 횟수를 나타낸 수치다. 당첨 번호에서 홀수 번호가 2349회, 짝수 번호가 2229회 추첨돼 홀수 번호가 120회나 더 자주 추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혹의 평행이론] 끊이지 않는 조작설

2002년 12월7일 1회 로또 추첨이 시작된 이후 654회차까지 3969명이 1등 당첨자로 선정됐다. 서민들의 ‘일확천금의 꿈’으로 자리 잡은 로또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과 조작설, 그리고 최근 평행이론설에 휘말려왔다. 로또 판매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 조정된 2004년 8월 이후에는 조작설에 대한 의혹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나눔로또는 로또 추첨의 공정을 알리기 위해 매주 옴부즈맨을 선발, 로또판매점 탐방 및 추첨방송 참관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첨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추첨방송의 참관에 참여한 옴부즈맨 중 5명의 자원자를 선발, 창고에서 옴부즈맨과 함께 추첨기계 및 번호가 담긴 가방을 꺼낸다. 추첨공이 담긴 5개의 가방과 테스트공이 담긴 가방 1개의 시건 장치를 해제한 후 공의 무게(4g 내외) 및 둘레(45mm 내외)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로또 관계자는 1번 가방의 추첨공만 측정하며, 나머지 가방은 옴부즈맨이 직접 측정한다.

5개의 가방 중 추첨방송에서 쓸 가방 선정에도 안대를 착용한 다른 옴부즈맨에 의해 정해지며 예비용 가방도 추가 선정한다. 이후 RFID칩(근거리통신칩)이 내장된 추첨공의 인식 테스트를 3∼5회 거친 후 리허설 방송이 진행된다. 현장에는 나눔로또 및 은행 관계자, 경찰공무원, 옴부즈맨, 방청객, 방송관계자만이 참관할 수 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로또 당첨꿈 백태 “조상꿈 꾸면 복권 사라”

나눔로또가 2013년도 1등 당첨자 292명 중 168명을 대상으로 ‘당첨과 꿈의 연관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7%만이 ‘좋은 꿈을 꿨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은 꿈을 꾸지 않은 결과다. 또한 ‘로또리치’가 회원 17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01명(33.8%)만이 ‘꿈과 로또 당첨은 연관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1등 당첨자 가운데 좋은 꿈을 꾼 응답자의 꿈 유형을 살펴보면 ‘조상’이 27%, ‘동물’이 19%, ‘대통령’이 11%, ‘물·불·재물’이 8%, ‘숫자’가 5%로 나타났다. 나눔로또의 설문조사 결과, 재미 삼아 로또를 구매한 1등 당첨자는 36%로 나타났으며, 로또리치의 설문조사에서는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46회 22억1550만원 1등 당첨자는 “당첨 당시 특별한 꿈을 꾸진 않았다”고 은행 직원에게 밝힌 바 있다.

한편 나눔로또가 로또 1등 당첨자 161명의 스펙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300만원 미만 소득 행정·사무직의 40대 기혼남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경기 지역에 84㎡(30평형대) 이하 자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 당첨금 사용 계획에는 예금 및 주식투자 등의 재테크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출금상환과 주택 및 부동산 구매가 그 뒤를 이었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