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퍼지는 메르스> 최악의 시나리오

치사율 낮다고?…그래도 사람은 죽어나간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3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발병 원인 및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국가 위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스 감염국가가 됐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가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5개국 1000여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발생 21일 만인 지난 10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전 세계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내 유입 메르스에 대해 한국판 메르스 ‘코르스(KORS)’가 확인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동국가 현장조사를 통해 얻어낸 메르스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으로 보고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30명, 14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4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슈퍼전자파’, ‘바이러스 변이’ 등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메르스 전국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학교 의대 김익중 교수는 SNS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최악 시나리오  - 전국으로 확산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을 중심으로 오산, 화성, 안성 등 경기도 일대에서 대거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서울권으로도 확산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오다 충청권인 대전, 아산 일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후 원주, 속초 등 강원도 일대로도 번졌다. 지난 11일에는 전남 보성과 경남 창원에서도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전국 각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기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롯된 메르스가 전 세계 25개국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는 근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37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가 격리 조치 및 잠복기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평균 5일로 최대 14일까지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른 4∼5차 감염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국내 유입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0여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된 점도 의학계의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공기전염 및 잠복기로 확산 속도 가속화
기저질환자·노인층 2775만명 주의 요망

지난 1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회는 국내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자료를 공개했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감염자가 기침할 때 나온 비말이 작은 크기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 있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에 공기전염에 의한 확산이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언론브리핑에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감염자의 비말에 직접 노출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와 손을 통해서 전파되는 질환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굉장히 낮거나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비말감염에 의한 전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전염 경로가 공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보건당국의 잘못된 대처법에 의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감염경로 미확인자 5명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감염자 발원지인 평택의 한 병원에서 2명의 미확인자 감염경로를 밝혀냈다. 하지만 3명의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해 공기전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위기 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대구와 경북,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최고 단계인 ‘심각’ 발령이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일부 정치계 및 의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악 시나리오 ② - 합병증 없는 사망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4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개발에 따른 계절성 독감으로 분류된 신종플루의 경우 치사율이 0.07%로 나타났으나, 지난 2010년 3월까지 26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최대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전염률에 따라 최대 500배 이상의 사망자를 낳을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저질환자 규모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가 400만명, 고혈압 환자가 550만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40대 이상 연령층은 전국 1825만명, 이 중 65세 이상이 54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감염 취약자는 대략 28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사망자 발생 시 사상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최초의 10대 감염자와 40대 임산부(이달 중순 출산 예정) 감염자가 발생해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확산이 예견된다. 지난 1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메르스 격리자가 1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예방의학과)는 “국내 종합병원의 경우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전문가가 있지만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의료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악 시나리오 ③ - 장기화·토속화

일각에서는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처럼 3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1000여명의 감염자가 속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VS 
[독감 수준이니 안심하라]

메르스가 고온다습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에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감염자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겨울철 평균 기온이 14∼23℃, 여름철 평균 기온이 38℃로 간혹 54℃까지 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속도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초감염재생산수도 0.6∼0.8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과는 비교되는 자료다.


메르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백신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백신 개발에 나선 진원생명과학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 단축에 따라 최소 1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감기 수준의 질환”이라며 “다만 만성질환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신종플루처럼 토속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 전 세계 214개국으로 확산된 후 1만85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신종플루는 백신 오셀타미버 개발에 따라 독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메르스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유행 감염병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 시나리오 ④ - 유명인 감염·사망

질병관리본부의 감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포함돼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명인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경각심이 고취돼 메르스 확산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로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 마스크로 일반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n95와 kf94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기 때문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메르스 위험지대’ 종묘공원 가보니…
겁 없는 노인들 “까짓것 겁 안나”

지난 9일, 우리나라 노인들의 최대 쉼터인 종묘공원을 찾았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따라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원에는 300여명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바둑 경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인들의 바둑 열전은 뜨거웠다. 벤치뿐만 아니라 땅바닥에서도 바둑판이 벌어졌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모(76)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메르스에 대해 물어봤다. 이 할아버지는 “죽을 사람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죽게 돼 있어”라며 귀찮은 내색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바둑을 두고 있는 김모(81)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마스크는 들고 나왔는데 침만 안 튀면 된다고 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병원에 당분간 안 가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해줬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메르스가 뭐냐?”라고 묻는 노인도 있었다.

종묘공원 어디에서도 메르스 공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나눔스튜디오의 현수막에서만 조그맣게 ‘메르스로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문구를 찾아볼 뿐이었다. 탑골공원도 분위기는 매한가지였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약재상 골목도 찾아가 봤다. 노인 10명에 3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취약층인 노인들의 종묘공원 출입 제한에 대해 종로경찰서에 문의하자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과에 노인층에 대한 메르스 예방책 및 권고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대답 회피만 할 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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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