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퍼지는 메르스> 최악의 시나리오

치사율 낮다고?…그래도 사람은 죽어나간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3개월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발병 원인 및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국가 위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스 감염국가가 됐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가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25개국 1000여명의 감염자와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발생 21일 만인 지난 10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전 세계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 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내 유입 메르스에 대해 한국판 메르스 ‘코르스(KORS)’가 확인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동국가 현장조사를 통해 얻어낸 메르스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스 기초감염재생산수는 0.6~0.8명으로 보고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30명, 14번 감염자에 의한 전염자가 4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슈퍼전자파’, ‘바이러스 변이’ 등의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메르스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메르스 전국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학교 의대 김익중 교수는 SNS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최악 시나리오  - 전국으로 확산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을 중심으로 오산, 화성, 안성 등 경기도 일대에서 대거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서울권으로도 확산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오다 충청권인 대전, 아산 일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후 원주, 속초 등 강원도 일대로도 번졌다. 지난 11일에는 전남 보성과 경남 창원에서도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전국 각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기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롯된 메르스가 전 세계 25개국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전국 확산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는 근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37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가 격리 조치 및 잠복기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르스 잠복기는 평균 5일로 최대 14일까지 갖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른 4∼5차 감염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국내 유입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가 10여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된 점도 의학계의 전국 확산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공기전염 및 잠복기로 확산 속도 가속화
기저질환자·노인층 2775만명 주의 요망

지난 11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회는 국내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자료를 공개했다. 메르스 최초 발병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의 병실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감염자가 기침할 때 나온 비말이 작은 크기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 있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낙타 헛간 공기 중에서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에 공기전염에 의한 확산이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언론브리핑에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감염자의 비말에 직접 노출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와 손을 통해서 전파되는 질환이 아니라면 이런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기전파의 가능성은 굉장히 낮거나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비말감염에 의한 전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전염 경로가 공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보건당국의 잘못된 대처법에 의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감염경로 미확인자 5명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감염자 발원지인 평택의 한 병원에서 2명의 미확인자 감염경로를 밝혀냈다. 하지만 3명의 감염경로는 밝혀내지 못해 공기전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위기 경보를 ‘경계’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대구와 경북,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최고 단계인 ‘심각’ 발령이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일부 정치계 및 의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해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악 시나리오 ② - 합병증 없는 사망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백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속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40여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개발에 따른 계절성 독감으로 분류된 신종플루의 경우 치사율이 0.07%로 나타났으나, 지난 2010년 3월까지 263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최대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전염률에 따라 최대 500배 이상의 사망자를 낳을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기저질환자(당뇨, 고혈압 등) 및 40∼70대 연령층이 메르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저질환자 규모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가 400만명, 고혈압 환자가 550만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40대 이상 연령층은 전국 1825만명, 이 중 65세 이상이 54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감염 취약자는 대략 28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상 최악의 사상자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사망자 발생 시 사상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최초의 10대 감염자와 40대 임산부(이달 중순 출산 예정) 감염자가 발생해 10대 및 영유아의 메르스 확산이 예견된다. 지난 12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메르스 격리자가 1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 교수(예방의학과)는 “국내 종합병원의 경우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전문가가 있지만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의료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악 시나리오 ③ - 장기화·토속화

일각에서는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처럼 3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1000여명의 감염자가 속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센터 나르트어 반 도어마렌 박사팀은 지난 2013년 9월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 발표 논문에서 상온 40℃ 및 상대습도 8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확산이 여름휴가철 중 소강 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VS 
[독감 수준이니 안심하라]

메르스가 고온다습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에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감염자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겨울철 평균 기온이 14∼23℃, 여름철 평균 기온이 38℃로 간혹 54℃까지 오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 속도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초감염재생산수도 0.6∼0.8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산과는 비교되는 자료다.


메르스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감염 원인 및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백신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백신 개발에 나선 진원생명과학측은 “정상적인 임상 실험 과정을 거친다면 백신 개발까지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메르스가 응급임상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동물연구결과 갈음 규칙(Animal Rule)’이 적용돼 임상개발기간 단축에 따라 최소 1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메르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감기 수준의 질환”이라며 “다만 만성질환이나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신종플루처럼 토속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 전 세계 214개국으로 확산된 후 1만8500명의 사상자를 낳은 신종플루는 백신 오셀타미버 개발에 따라 독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메르스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유행 감염병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 시나리오 ④ - 유명인 감염·사망

질병관리본부의 감염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치인·연예인·스포츠인 등 유명인이 포함돼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명인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경각심이 고취돼 메르스 확산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로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생활화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예방 마스크로 일반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n95와 kf94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기 때문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메르스 위험지대’ 종묘공원 가보니…
겁 없는 노인들 “까짓것 겁 안나”

지난 9일, 우리나라 노인들의 최대 쉼터인 종묘공원을 찾았다. 메르스 공포의 확산에 따라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원에는 300여명의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바둑 경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노인들의 바둑 열전은 뜨거웠다. 벤치뿐만 아니라 땅바닥에서도 바둑판이 벌어졌으며,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모(76)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메르스에 대해 물어봤다. 이 할아버지는 “죽을 사람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죽게 돼 있어”라며 귀찮은 내색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바둑을 두고 있는 김모(81)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마스크는 들고 나왔는데 침만 안 튀면 된다고 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병원에 당분간 안 가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얘기해줬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메르스가 뭐냐?”라고 묻는 노인도 있었다.

종묘공원 어디에서도 메르스 공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나눔스튜디오의 현수막에서만 조그맣게 ‘메르스로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문구를 찾아볼 뿐이었다. 탑골공원도 분위기는 매한가지였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 약재상 골목도 찾아가 봤다. 노인 10명에 3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메르스 취약층인 노인들의 종묘공원 출입 제한에 대해 종로경찰서에 문의하자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과에 노인층에 대한 메르스 예방책 및 권고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대답 회피만 할 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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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