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월드컵 기획특집2>대기업, 도 넘은 월드컵 마케팅 대해부



한국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월드컵 개막과 함께 붉은 악마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붉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장관이 연출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2일 그리스 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그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앞 다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과 맞물린 광고효과가 어마어마한 것이 그 이유다. 이 과정에서 ‘깜짝 행사’나 ‘이색 이벤트’ 등 유쾌한 홍보행사도 눈에 띈다. 하지만 지나치면 아니한 만 못한 법.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면서 월드컵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들은 뒷전에 밀려나는 일도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불법 광고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면서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기업들의 축제’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고경쟁 과열에 시민들 발끈…“응원단 뿔났다”
불법옥외 광고도 버젓이…“벌금내면 되지 뭐!”

롯데백화점·롯데마트는 1등 당첨자에게 대표팀 한 골당 2000만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주는 경품 행사를 열었다. 1등 당첨자가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은 4000만원. 12일 경기에서 대표팀이 두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방문 고객 중 3명을 추첨해 ‘싼타페’ ‘YF쏘나타’ ‘아반떼 스페셜 에디션’ 한 대씩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롯데슈퍼는 4억원이 넘는 현금을 경품으로 내놨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100명에게 현금 120만원씩을, 8강에 진출하면 추가로 30명에게 240만원씩을 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4강에 진출할 경우 10명에게 2400만원씩을 추가로 증정할 계획이다.

‘남아공’ ‘심육강’ ‘한국승’
응원 이름 가진 사람에 경품

패션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은 보디가드, 예스 등 전국 300여개 전문점에서 구매고객들을 대상으로 대표팀이 1승할 때마다 구매금액의 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깜짝행사’도 있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은 그리스전 승리에 따라 13일 하루 동안 아디다스,컨버스,피에르가르뎅,파코라반 등의 브랜드를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동백점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커플 티셔츠와 축구화, 축구 유니폼을 추첨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지급했다.


‘16강 기원 이벤트’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이달 말까지 파브 3D TV를 구매한 고객 중 총 333명에게 100만원과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보상판매 및 24시간 바로배송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금융권은 대표팀 성적에 따라 우대 금리를 지급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외환은행은 1승 때마다 0.1%포인트씩 최대 0.3%포인트의 이자를 높여주는 ‘월드컵 특판예금’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16강에 진출할 때 300달러 이상 환전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금 상품 ‘골드리슈’ 50g을 지급하는 행사를 30일까지 열 예정이다.

이색 이벤트도 눈에 띈다. GS샵은 월드컵을 맞아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름에 ‘남아공’ ‘심육강’ ‘한국승’ 등 한국팀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사람이 기업 블로그인 ‘리얼쇼핑스토리(blog.gsshop.com)’에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된다. 응모자 가운데 10명을 추첨해 응모자의 이름을 새긴 붉은 색 티셔츠와 16강을 기원하는 찰떡 선물 세트를 준다. JW메리어트 호텔도 ‘남아공’이란 이름을 가진 손님에게 20만1000원짜리 패키지 상품 객실을 하루 숙박료 436만원짜리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바꿔준다. 260㎡(약 80평) 규모의 이 방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과 성악가 안드리아 보첼리가 묵었던 방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를 맞아 기업들의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수혜를 거둔 것은 다름 아닌 현대·기아차다. 월드컵 공식후원을 하면서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을 광고효과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 경기당 A보드를 통해 기업로고가 노출됨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로고는 평균 13분가량 경기장에 등장하게 되며, 이 로고는 전세계 앞에 노출된다.

이번 월드컵을 TV로 시청하는 사람은 연인원 약 4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재방송이나 하이라이트방송을 통해서도 현대·기아차의 기업로고는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 광고효과가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FIFA를 공식후원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때의 홍보효과는 6조원에 달했으며, 독일월드컵에서의 브랜드 노출효과는 7조원을 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메시, 호날두, 루니 등 스타들이 총출동해 초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번 월드컵에서 현대·기아차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번 월드컵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약 3000억∼5000억원 선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투자금의 20배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어서 고무적”이라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 역시 최대수혜주 중에 하나다. 독점중계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음에도 입가엔 미소가 번져있다. 과거 월드컵에 비해 광고료가 많이 뛴 것이 그 이유다.

현대차 광고효과 10조
SBS 광고매출 1200억

한 증권사의 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는 “방송 3사가 중계했던 2002년 월드컵과 비교하면 한국 경기의 광고료가 세 배 정도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BS가 이번 월드컵 중계를 위해 쓴 돈은 1086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반면 광고 판매 등 매출액은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최소 1200여 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 대부분은 “과거보다 비싸긴 하지만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못 낼 액수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만큼 광고효과가 뛰어나단 소리다.

강명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연구원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드컵 마케팅 효과는 투자비의 3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드컵 응원 특수를 노리는 기업체들의 ‘샅바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자사 브랜드를 부각시키기 위해 신사협정을 위배하는가 하면 경쟁업체의 광고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체들의 경쟁 속에 정작 월드컵 축제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월드컵 응원의 메카인 서울광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각축전이 대표적이다. 서울광장 행사는 당초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기업 브랜드와 슬로건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진행될 예정이었다.

응원행사의 주관사인 현대자동차와 후원사인 SKT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장 응원가 지정 문제부터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응원가가 경쟁 통신업체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결국 특정 기업을 연상시키는 대표곡들을 응원가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뒤늦게 접한 붉은악마는 “마음 놓고 불러야 할 응원가조차 기업이 통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케팅이 중심에 있는 서울광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응원장소를 강남 코엑스와 봉은사 근처로 변경하는 등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불법광고물이 공공연히 등장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중구 을지로2가 본사 외벽 유리창에 박지성 선수를 모델로 한 대형 광고물을 부착했다. 건물을 감쌀 정도로 커서 이른바 ‘래핑(Wrapping)’이라 불리는 광고물이다.


이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시행령에 저촉된다. 옥외광고물법 등에 따르면 광고 현수막은 구청에서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건물 등은 유통산업법에 따라 외벽에 광고현수막을 걸 수 있으나 그 외 건물에 광고현수막을 걸면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다.

이 밖에도 교보생명은 광화문 본사 사옥에 가로 90m, 세로 20m 크기의 래핑광고를 부착하고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초대형 래핑을 설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불법이었다.

불법광고물 단속권한은 각 구청에 있다. 그러나 구청의 능력으로는 소형 현수막이나 불법 전단 정도를 단속할 수 있을 뿐 기업의 래핑광고나 초대형 광고현수막은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래핑이나 대형 현수막을 철거하려면 사다리차를 이용하거나 건물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며 “그런 장비도 없거니와 있다 한들 공무원이 줄을 타고 내려오는 등의 전문 기술을 어떻게 익히겠냐”며 단속 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결국 구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과태료 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대 500만원까지 밖에 부과할 수 없다.

이에 최근 서울 중구청은 해당 기업에 “이 광고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며 계고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콧방귀만 뀔 따름이다. 래핑광고의 엄청난 효과에 비하면 벌금은 무시해도 될 만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광고효과에 비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이 터무니없이 적은 점을 기업이 악용하고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법을 개정해 광고효과에 버금가는 금액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응원가로 아웅다웅
‘시민들 뿔났다’

반면 기업 관계자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적 축제가 있을 때 설치하는 대형 광고물은 비록 불법이라도 공익적 효과가 적지 않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구청에서 래핑광고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은 한 기업의 담당자는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 것도 아닌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구청 담당자는 “건물에 래핑을 하거나 현수막을 걸어도 광고물이 아니라면 단속대상이 아니다. 공익을 강조하고 싶다면 로고나 상호, 기업을 연상하게 하는 문구를 빼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