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GTX 따라 돈이 깔렸다

‘시테크’ 전성시대

바야흐로 ‘시(時)테크’가 돈인 시대가 왔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시테크는 빛을 발한다. 교통수단으로 직장이나 학교가 얼마나 가까워지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고, 임대 수익형 부동산은 수요확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쾌속 교통망 쌍두마차 속속 개통
역사 주변 수익형 부동산 ‘활짝’

쾌속 교통망의 쌍두마차인 KTX, GTX가 속속 개통을 하거나 예산안이 확정,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일대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개통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KTX에 비해 주춤했던 GTX도 예산안이 확정, 착공이 가시화되면서 수도권 남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GTX 관련 국비로 삼성∼동탄 구간 226억원과 삼성∼동탄외 구간 기본계획 용역비 100억원 등 총 326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지하철 영업속도의 2배가 넘는 쾌속 교통망이 보편화되면서 수익형 분양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기존과 달리 수혜지역의 거주자들의 생활반경이 크게 넓어진 탓에 생활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쾌속 교통망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속도다. 현재 KTX 산천의 영업 최고속도는 305㎞/h,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는 180㎞/h로, 지하철 중 가장 빠른 신분당선이 90㎞/h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이상이나 빠른 셈이다.

예산안 확정
착공 가시화

KTX(Korea Train Express:고속철도)는 대한민국에서 운행 중인 유일한 초고속열차다. 1992년 6월30일 착공해 서울∼부산 간 총 연장 약 410km중 1단계 공사를 완공, 2004년 4월1일부터 영업운행이 시작됐다. 서울∼부산 간에 주요 역은 광명, 천안·아산, 대전, 동대구 등이 있다. 운행은 ‘stop&skip’형태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수서역, 광명역세권, 동탄2신도시, 평택시 등이 있다.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해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 40∼50m에 터널을 건설하여 노선을 직선화함으로써 기존 전철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운행할 예정이다.
노선은 A, B, C 3가지가 있는데 노선 A(킨텍스∼동탄 노선)가 가장 유력하다. 먼저 노선 A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킨텍스∼용산∼강남∼성남 또는 판교∼죽전 또는 기흥∼동탄)를 연결하는 74.8km 구간이다. 경기도 서북부와 서울 도심, 경기도 동남부를 가로지르게 된다.노선 B(청량리∼송도 노선)는 서울시 청량리에서 인천시 송도(청량리∼용산∼여의도∼당아래∼부평∼송도)까지 연결하는 49.9km 구간으로, 통행량이 많은 서울 도심과 부천, 인천을 지나간다. 노선 C(의정부∼금정 노선)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경기도 군포시 금정(의정부∼창동 또는 상계∼청량리∼강남∼양재∼과천∼군포)까지 연결하는 49.3km 구간으로, 서울 동부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북축을 가로지르게 된다.

KTX 수혜지역은…동탄2신도시
GTX 수혜지역은…기흥역세권


이 제안대로 GTX가 건설되면 동탄∼삼성(서울 강남) 간 출근시간은 66분에서 18분으로, 삼성∼일산 간 교통시간은 83분에서 22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GTX 사업을 제안한 경기도는 GTX가 완공되면 이용자 하루 76만명, 승용차 통행 감소량 하루 38만대, 연간 교통혼잡 비용 감소 7000억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기흥역세권, 동탄2신도시 등이 있다.

부동산센터 장경철 이사는 “쾌속 교통망의 개통으로 서울 및 타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크게 좋아지는 지역의 수익형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른 지역 접근성이 뛰어나고, 발달된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면 투자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지역 내 상권에 머무르지 않고, 인접한 지역 수요층까지 유입할 수 있는 광역 상권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KTX·GTX 수혜가 예상되는 수도권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위례 드림시티(상가) = 위례신도시 근생8-3, 1·2블록 근린상가인 ‘위례 드림시티’가 5월경 분양에 들어간다. 지하 3층~지상 5층, 연면적 8088㎡, 총 66개 점포 규모로 3면 개방형 상가다.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빠른 상권형성이 기대된다. 입지는 상주인구 10만여명의 수도권 마지막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 남측 관문에 위치한다.
주요 상업시설 및 공공·업무시설 최대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과 위례신도시를 관통하는 트램이 만나는 더블역세권이다. 외곽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및 송파IC 인접, KTX 수서역 신설 예정에 있다. 

▲위례 지앤지프라자 파크에비뉴(상가) = 위례신도시 근생 7-1-1, 2에 (주)지앤지스토리가 시행하고, (주)그랜드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수변상가인 ‘지앤지프라자 파크에비뉴’가 분양 중이다. 대지 1197㎡, 연면적 5542㎡에 지하 2층∼지상 5층 총 35개 점포로 구성된다.
8호선 복정역과 우남역(2017년), 위례신사선 중앙역(2021년)역세권이다. 우남역세권 근린상가 중 유일하게 수변공원 조망이 가능한 상가다. 수변공원은 산책로, 자전거도로, 정자, 운동기구, 놀이터 및 쉼터로 구성돼 지역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준공은 2017년 상반기며 KTX 수서역이 신설 예정에 있다.

교통수단 따라
집값 달라진다

▲동탄2신도시 우성KTX타워(상가) = KTX동탄역이 걸어서 1분 거리인 초역세권에 입지한 상가인 ‘우성 KTX 타워’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세경산업개발이 시행하고 우성건영이 시공을 맡았으며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 내 일반상업용지에서 최초로 분양되는 대형상가다. 일반상업 2-6블록에 위치한다.
지하 3층∼지상 11층, 1개동,연면적 2만5680㎡에 이르는 총 116개 점포로 구성된다. 주차대수는 법정대비 130% 높은 203대로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KTX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동탄역과는 불과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커뮤니티 시범단지 초입사거리 코너에 위치해 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검단 블루텍(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상가) = 대림산업·고려개발이 인천 검단산업단지에서 지식산업센터 ‘검단지식산업센터 블루텍’이 기숙사와 지원상가를 동시에 선보인다. 대지 2만6441㎡에 연면적이 15만1935㎡(지하 2층∼지상 15층)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약 520실의 제조업 공장과 356실의 기숙사, 66실의 지원 상가, 휴게실, 회의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다. 입주는 내년 10월 예정. 내년 개통 예정인 인천지하철 2호선 오류역이 인접하고 지난해 개통한 KTX 검암역세권 주변에 있어 교통이 편리해졌다.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오피스텔) = 용인시 더블 역세권인 기흥역 초역세권내 노른자위 핵심블록에 들어서는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기흥역 복합도시내 1블럭은 주상복합단지로 지하 4층∼지상 38층, 3개동으로, 주거용 소형 오피스텔 403실(전용 22∼24㎡)이 공급된다. 분양가는 인근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3.3㎡당 850만원대로 책정됐다.
수요측면에서 동백지역 종합병원이 신축 예정이다. 현장으로부터 반경 10㎞ 이내 골프장 20개소와 7개 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2년간 연 6% 임대수익률을 확정 보장, 분양조건은 계약금 750만원(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2017년 11월 입주예정이다.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까지 이어지는 광역철도(GTX)가 개통되면 삼성역까지 4정거장이면 이동해 10분대 도달 가능해진다.


▲동탄2신도시 앨리스빌(상가) = 우미건설은 주거시설인 ‘동탄 린스트라우스 1차’와 함께 원스톱라이프가 가능한 복합상가인 ‘동탄 앨리스빌’을 분양한다. 동탄2신도시 c-12블록에 위치한 앨리스빌은 약 2만9152㎡ 규모의 스트리트 상권으로 조성된다.
유럽풍 분위기와 스토리텔링형 상가라는 점이 특색이다. 동탄∼강남, 동탄∼삼성을 잇는 교통편이 매우 편리하다. KTX (2016년 6월 개통 예정) 선로와 같이 사용하는 삼성∼동탄 37.9㎞ 구간에 시속 180㎞의 GTX이 도입되면 서울 20분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인접 수요도 유입
광역상권 가능성↑

▲은평뉴타운 신한 헤스티아 3차(오피스텔) = 은평뉴타운 준주거 5블록에서 ‘은평뉴타운 신한 헤스티아 3차’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14층 전용 면적 19∼27㎡ 총 295실로 이뤄진다. 주변에 카톨릭대학병원, 롯데몰 등 개발호재가 풍부하다. 지하 2층∼지상 9층에 쇼핑몰, 대형마트, 영화관 등 연면적 15만9759㎡ 규모로 지어지는 복합쇼핑몰인 롯데몰(2016년 예정)을 단지에서 도보 3분 이내 이용 가능하다.

지하 5층∼지상 16층 800병상 규모의 은평 카톨릭대학병원(2018년 예정)은 통일로를 사이로 마주하고 있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연신내역이 일산∼동탄 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노선역으로 2020년 개통될 예정에 있어 교통여건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입주는 오는 2017년 7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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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