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 편파 선정 논란

한쪽으로 쏠렸다 ‘공정한 거 맞아?’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대한민국 명장 도입 30주년을 맞아 <일요시사>에서는 그동안 선정된 587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편파 선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정자의 절반 정도는 영남지역 거주자로 나타났으며, 기계 및 공예 분야의 직종에 치중 선정된 점도 포착됐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명의 중복 선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기능인에게만 부여되는 대한민국명장은 산업현장에서 명예훈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86년 용접공 박동수씨가 제1호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된 이래 지난해까지 587명의 대한민국명장이 탄생했다. 기계ㆍ전기ㆍ전자ㆍ통신 등 22개 분야 96개 직종 가운데 산업현장 15년 이상 근로자에 한해 신청자격이 주어지며, 서류심사 및 현장심사, 면접 과정을 거쳐 매년 35명 내외로 선정자가 배출된다.

기술인 최고 권위
연 35명 내외 배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있는 대한민국명장은 국민들에게 숙련기술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능력 위주의 사회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해왔다. 대한민국명장 선정자에게는 일시장려금 2000만원과 기능경기대회 전문위원 자격을 부여하며, 이듬해부터 계속장려금 215만∼450만원을 연차 배당 지급한다. 또한 근로대학 교원 임용 자격과 산학겸임교사 자격도 부여한다.

대한민국명장 선정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일요시사>가 그동안 선정된 587명의 명단을 검토한 결과 영남지역 거주자만 273명(46.9%)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3명, 0.5%), 강원 (11명, 1.9%), 충청(34명, 5.8%), 호남(39명, 6.7%)의 합산 선정자는 87명(14.9%)에 불과했다. 인천ㆍ경기 지역에서는 104명(17.9%), 서울에서는 118명(20.3%)의 선정자가 배출됐다. 선정자 10명 가운데 5명꼴로 영남지역 거주자에게 대한민국명장 타이틀을 안겨준 것이다. 이는 선정자 명단에서 5명의 거주 지역이 누락돼 282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총인구 4799만761명 대비 인천ㆍ경기가 28.8%(1382만8088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영남이 26.2%(1259만1579명)를 차지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았다. 서울(943만1482명, 20.1%), 충청(498만6615명, 10.4%), 호남(496만936명, 10.3%), 강원(146만3650명, 3%), 제주(52만8411명, 1.1%)가 뒤를 이었다. 이는 총인구 지역 대비 대한민국명장 선정자 거주 지역 분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관계자는 “대한민국명장은 산업 현장 기능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산업공단이 몰려있는 영남지역 거주자가 다수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술력 및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므로 지역 안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명장 선정대상 22개 분야를 살펴보면 영남지역의 전략산업인 전자ㆍ섬유ㆍ자동차ㆍ조선뿐만 아니라 호남지역의 자동차ㆍ농업과 더불어 충청지역의 전기ㆍ정보통신ㆍ물류 등 기술 분야 전문직 대다수가 포함돼 있다. 영남지역 선정자가 46.9%를 차지한 점은 지나친 편파 선정이라는 지적이다.


선정된 587명 보니 ‘세 가지 의문점’
지역 편중…절반이 영남지역 거주자

호남지역의 전략산업인 농업 분야의 대한민국명장 선정자를 살펴보면 10명의 선정자 가운데 경기 지역 1명을 제외한 9명이 모두 영남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종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자가 배출된 용접공의 경우 24명 중 16명(66.7%)이 영남지역 거주자였다. 5명 이상 선정 직종 중 제관ㆍ전자기기ㆍ선체건조ㆍ선박기관정비ㆍ생산기계ㆍ농업기계ㆍ농기계정비 직종에서는 영남 지역 거주자가 100%의 점유율을 보였다. 또한 한복 직종에서도 10명 중 7명이 영남 지역 거주자였으며, 경기도에 다수의 도자기공예가가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도자기공예 대한민국명장의 절반이 영남 지역 거주자였다. 도자기공예 경기지역 거주자는 4명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매년 대한민국명장의 선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종별 선정자를 1명으로 제한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91년과 1992년에서 동종 직종에서 3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배출해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직종은 1991년 도자기공예ㆍ목공예ㆍ방적ㆍ양복ㆍ주물, 1992년 보일러ㆍ양복이다.

절반은 영남 거주
충청·호남 저조

대한민국명장 심사위원 위촉 기간은 3년,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선정자 91명을 분석한 결과 금형ㆍ요리ㆍ이용ㆍ제과제빵ㆍ컴퓨터응용가공 직종에서 3명 이상의 선정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연도별로는 직종별 한 명씩 선정했으나, 전체 96개 직종 가운데 32개 직종에서 3년간 배출자가 전무했다. 이용 직종의 경우 4년 연속 1명씩, 요리·금형·제과제빵·컴퓨터응용가공 직종은 3년 연속 1명씩 선정자가 나왔다. 

각 연도별 대한민국명장 선정자 규모에도 편파 심사 의혹이 드러났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10명 내외로 선정해 오다가 1991년 대한민국명장을 41명이나 선정했다. 연간 평균 5.4명에서 8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때도 영남 지역 거주 선정자가 전체의 59%를 차지해 편파 심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부장관은 경남 산청 출신의 최병렬 의원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관계자는 “국내기능경기대회 명장부 경연을 거쳐야만 배출되던 대한민국명장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서류 및 현장 심사로 변경됨에 따라 확대됐던 것 같다”며 “당시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자세한 정보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기능경기대회 청년부와 명장부 경연이 1991년 1월14일 삭제됐다. 하지만 연 평균 대한민국명장 선정자수인 19.6명의 두 배 수준 선정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당국은 명확한
답변 제시 못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명이 대한민국명장에 중복 선정된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1991년 선정된 김정옥(도자기공예)을 비롯한 정수화(칠기공예, 1995년), 원광식(금속공예, 2000년)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한민국명장 선정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용노동부와 문화재청에 문의해본 결과 두 기관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와 대한민국명장에게는 해당 기관으로부터 각각 전수활동비와 계속장려금을 지원받는다. 문화재청가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활동비 명목으로 정수화 보유자에게는 매달 171만원, 김정옥·원광식 보유자에게는 매달 131만3000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계속장려금 명목으로 김정옥·정수화 대한민국명장은 선정 이후 계속 종사 20년이 넘어 매년 450만원이 지급되고 있으며, 원광식은 계속 종사 16년차로 315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들의 월별 지원금을 계산해보면 정수화 보유자가 208만5000원, 김정옥 보유자가 168만8000원, 원광식 보유자가 157만5500원으로 나타났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인의 대한민국명장 중복 선정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모르는 사실이었다”며 “산업기술 분야에서 전통기술을 보유한 자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명장의 취지대로 중복 선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담당자는 “이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전통예술인으로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는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예분야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대한민국명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우수숙련기술인 종합정보망(pool.hrdkorea.or.kr) 자료에는 직종과 근무처만 공개돼 있을 뿐 입상경력, 자격사항 등의 7개 부문 정보가 모두 누락돼 있었다.

무형문화재 3인 중복선정
특정분야 직종에 치중도

중요무형문화재 3인의 중복 선정과 더불어 직종별 선정자 규모도 문제로 지적된다. 96개 중 직종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자가 배출된 직종은 공예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공예·목공예·도자기공예 등의 공예가만 총 94명(16%)였다. 공예 분야의 과다 선정자 배출을 두고 대한민국명장의 취지인 산업현장 기술인 선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15년도 대한민국명장 선정계획> 자료에 따르면 일반산업 및 서비스 분야와 공예 분야의 심사 기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산업 및 서비스분야의 채점표는 숙련기술보유정도 30점, 발전기여도 50점, 지위향상기여도 20점, 가산점 +2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반면 공예 분야의 경우 숙련기술보유정도 20점, 발전기여도 45점, 지위향상기여도 20점, 산업화·현대화노력 15점으로 심사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여기서 산업화·현대화노력 항목에는 ‘수출액, 매출액, 생산·시설장비의 현대화, 고용인원, 그밖의 숙련기술의 응용 등을 통한기술개발 노력 및 상용화 노력’으로 명시돼 있어 관련 상세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공예뿐만 아니라 다중 선정된 직종으로는 용접(25명)과 양장·양복(2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예ㆍ용접ㆍ양장ㆍ양복만 전체 선정자의 24%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당초 24개 분야 167직종에서 22개 분야 96개 직종으로 변경했다.


한 제과분야 대한민국명장은 “대한민국 대표 기술인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누구보다 열심히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 직종에 계속 장려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지원받는 계속장려금을 제빵사를 꿈꾸는 소외계층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대한민국명장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 제기로 인해 명장들의 명예가 실추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예 직종 16%
다중선정 직종

대한민국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선정 및 우대해 숙련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및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 아래 도입됐다.

하지만 선정자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기존 취지를 상실, 명목만 앞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권위있는 심사위원을 위촉함으로써 숙련기술인에 대한 지위 향상이 도모되길 기대해 본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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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