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 편파 선정 논란

한쪽으로 쏠렸다 ‘공정한 거 맞아?’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대한민국 명장 도입 30주년을 맞아 <일요시사>에서는 그동안 선정된 587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편파 선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정자의 절반 정도는 영남지역 거주자로 나타났으며, 기계 및 공예 분야의 직종에 치중 선정된 점도 포착됐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명의 중복 선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각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기능인에게만 부여되는 대한민국명장은 산업현장에서 명예훈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86년 용접공 박동수씨가 제1호 대한민국명장으로 선정된 이래 지난해까지 587명의 대한민국명장이 탄생했다. 기계ㆍ전기ㆍ전자ㆍ통신 등 22개 분야 96개 직종 가운데 산업현장 15년 이상 근로자에 한해 신청자격이 주어지며, 서류심사 및 현장심사, 면접 과정을 거쳐 매년 35명 내외로 선정자가 배출된다.

기술인 최고 권위
연 35명 내외 배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있는 대한민국명장은 국민들에게 숙련기술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능력 위주의 사회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해왔다. 대한민국명장 선정자에게는 일시장려금 2000만원과 기능경기대회 전문위원 자격을 부여하며, 이듬해부터 계속장려금 215만∼450만원을 연차 배당 지급한다. 또한 근로대학 교원 임용 자격과 산학겸임교사 자격도 부여한다.

대한민국명장 선정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일요시사>가 그동안 선정된 587명의 명단을 검토한 결과 영남지역 거주자만 273명(46.9%)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3명, 0.5%), 강원 (11명, 1.9%), 충청(34명, 5.8%), 호남(39명, 6.7%)의 합산 선정자는 87명(14.9%)에 불과했다. 인천ㆍ경기 지역에서는 104명(17.9%), 서울에서는 118명(20.3%)의 선정자가 배출됐다. 선정자 10명 가운데 5명꼴로 영남지역 거주자에게 대한민국명장 타이틀을 안겨준 것이다. 이는 선정자 명단에서 5명의 거주 지역이 누락돼 282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총인구 4799만761명 대비 인천ㆍ경기가 28.8%(1382만8088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영남이 26.2%(1259만1579명)를 차지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았다. 서울(943만1482명, 20.1%), 충청(498만6615명, 10.4%), 호남(496만936명, 10.3%), 강원(146만3650명, 3%), 제주(52만8411명, 1.1%)가 뒤를 이었다. 이는 총인구 지역 대비 대한민국명장 선정자 거주 지역 분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관계자는 “대한민국명장은 산업 현장 기능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산업공단이 몰려있는 영남지역 거주자가 다수 선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술력 및 능력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므로 지역 안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명장 선정대상 22개 분야를 살펴보면 영남지역의 전략산업인 전자ㆍ섬유ㆍ자동차ㆍ조선뿐만 아니라 호남지역의 자동차ㆍ농업과 더불어 충청지역의 전기ㆍ정보통신ㆍ물류 등 기술 분야 전문직 대다수가 포함돼 있다. 영남지역 선정자가 46.9%를 차지한 점은 지나친 편파 선정이라는 지적이다.


선정된 587명 보니 ‘세 가지 의문점’
지역 편중…절반이 영남지역 거주자

호남지역의 전략산업인 농업 분야의 대한민국명장 선정자를 살펴보면 10명의 선정자 가운데 경기 지역 1명을 제외한 9명이 모두 영남지역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종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자가 배출된 용접공의 경우 24명 중 16명(66.7%)이 영남지역 거주자였다. 5명 이상 선정 직종 중 제관ㆍ전자기기ㆍ선체건조ㆍ선박기관정비ㆍ생산기계ㆍ농업기계ㆍ농기계정비 직종에서는 영남 지역 거주자가 100%의 점유율을 보였다. 또한 한복 직종에서도 10명 중 7명이 영남 지역 거주자였으며, 경기도에 다수의 도자기공예가가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도자기공예 대한민국명장의 절반이 영남 지역 거주자였다. 도자기공예 경기지역 거주자는 4명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매년 대한민국명장의 선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종별 선정자를 1명으로 제한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91년과 1992년에서 동종 직종에서 3명의 대한민국명장을 배출해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직종은 1991년 도자기공예ㆍ목공예ㆍ방적ㆍ양복ㆍ주물, 1992년 보일러ㆍ양복이다.

절반은 영남 거주
충청·호남 저조

대한민국명장 심사위원 위촉 기간은 3년,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선정자 91명을 분석한 결과 금형ㆍ요리ㆍ이용ㆍ제과제빵ㆍ컴퓨터응용가공 직종에서 3명 이상의 선정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연도별로는 직종별 한 명씩 선정했으나, 전체 96개 직종 가운데 32개 직종에서 3년간 배출자가 전무했다. 이용 직종의 경우 4년 연속 1명씩, 요리·금형·제과제빵·컴퓨터응용가공 직종은 3년 연속 1명씩 선정자가 나왔다. 

각 연도별 대한민국명장 선정자 규모에도 편파 심사 의혹이 드러났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10명 내외로 선정해 오다가 1991년 대한민국명장을 41명이나 선정했다. 연간 평균 5.4명에서 8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때도 영남 지역 거주 선정자가 전체의 59%를 차지해 편파 심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부장관은 경남 산청 출신의 최병렬 의원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관계자는 “국내기능경기대회 명장부 경연을 거쳐야만 배출되던 대한민국명장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서류 및 현장 심사로 변경됨에 따라 확대됐던 것 같다”며 “당시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자세한 정보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기능경기대회 청년부와 명장부 경연이 1991년 1월14일 삭제됐다. 하지만 연 평균 대한민국명장 선정자수인 19.6명의 두 배 수준 선정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당국은 명확한
답변 제시 못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명이 대한민국명장에 중복 선정된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1991년 선정된 김정옥(도자기공예)을 비롯한 정수화(칠기공예, 1995년), 원광식(금속공예, 2000년)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한민국명장 선정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용노동부와 문화재청에 문의해본 결과 두 기관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와 대한민국명장에게는 해당 기관으로부터 각각 전수활동비와 계속장려금을 지원받는다. 문화재청가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활동비 명목으로 정수화 보유자에게는 매달 171만원, 김정옥·원광식 보유자에게는 매달 131만3000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계속장려금 명목으로 김정옥·정수화 대한민국명장은 선정 이후 계속 종사 20년이 넘어 매년 450만원이 지급되고 있으며, 원광식은 계속 종사 16년차로 315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들의 월별 지원금을 계산해보면 정수화 보유자가 208만5000원, 김정옥 보유자가 168만8000원, 원광식 보유자가 157만5500원으로 나타났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3인의 대한민국명장 중복 선정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모르는 사실이었다”며 “산업기술 분야에서 전통기술을 보유한 자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명장의 취지대로 중복 선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담당자는 “이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전통예술인으로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는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후진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예분야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대한민국명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우수숙련기술인 종합정보망(pool.hrdkorea.or.kr) 자료에는 직종과 근무처만 공개돼 있을 뿐 입상경력, 자격사항 등의 7개 부문 정보가 모두 누락돼 있었다.

무형문화재 3인 중복선정
특정분야 직종에 치중도

중요무형문화재 3인의 중복 선정과 더불어 직종별 선정자 규모도 문제로 지적된다. 96개 중 직종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정자가 배출된 직종은 공예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공예·목공예·도자기공예 등의 공예가만 총 94명(16%)였다. 공예 분야의 과다 선정자 배출을 두고 대한민국명장의 취지인 산업현장 기술인 선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15년도 대한민국명장 선정계획> 자료에 따르면 일반산업 및 서비스 분야와 공예 분야의 심사 기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산업 및 서비스분야의 채점표는 숙련기술보유정도 30점, 발전기여도 50점, 지위향상기여도 20점, 가산점 +2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반면 공예 분야의 경우 숙련기술보유정도 20점, 발전기여도 45점, 지위향상기여도 20점, 산업화·현대화노력 15점으로 심사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여기서 산업화·현대화노력 항목에는 ‘수출액, 매출액, 생산·시설장비의 현대화, 고용인원, 그밖의 숙련기술의 응용 등을 통한기술개발 노력 및 상용화 노력’으로 명시돼 있어 관련 상세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공예뿐만 아니라 다중 선정된 직종으로는 용접(25명)과 양장·양복(2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예ㆍ용접ㆍ양장ㆍ양복만 전체 선정자의 24%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당초 24개 분야 167직종에서 22개 분야 96개 직종으로 변경했다.


한 제과분야 대한민국명장은 “대한민국 대표 기술인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누구보다 열심히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관련 직종에 계속 장려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지원받는 계속장려금을 제빵사를 꿈꾸는 소외계층 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대한민국명장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 제기로 인해 명장들의 명예가 실추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예 직종 16%
다중선정 직종

대한민국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 규정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선정 및 우대해 숙련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및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 아래 도입됐다.

하지만 선정자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기존 취지를 상실, 명목만 앞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기준을 수립하고 권위있는 심사위원을 위촉함으로써 숙련기술인에 대한 지위 향상이 도모되길 기대해 본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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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