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보다 안전빵이 낫다”

5월 분양성수기 흥행대전

저금리에 수익형 부동산이 재주목을 받으면서 알짜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급 또한 늘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수익형 부동산은 철저하게 수익에 초점을 맞춘 안정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하는 신상품보다는 검증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업계는 권하고 있다.

분양성수기인 5월을 맞아 알짜 수익형 상품을 잡으려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에 흥행몰이를 하는 지역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환승역세권 ▲아파트 인기 지역 ▲공급이 없거나 적은 가뭄지역 등으로 나타났다.

▲환승역세권 = 최근 단기간에 100% 분양을 마감한 ‘공덕파크자이’의 상업시설인 단지내 상가와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오피스텔의 경우 각각 공덕역(4개 환승역)과 합정역(2개 환승역)을 끼고 있는 환승역세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서 2개 이상의 역이 지나는 환승역이 유리한 이유는 도심 곳곳을 이어주며 최단거리를 제시함으로 정확한 시간대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또 버스 등 대중교통이 역세권 위주로 경유를 하게 돼 지역 연계성을 살려준다.

환승역은 사통팔달 접근성이 좋아지므로 역세권 주변으로는 택지와 업무시설들의 개발행위가 많아지게 된다. 유동 인구층의 급격한 증가가 이루어지며 역지명의 인지도가 높아져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은 젊은 소비층의 비율이 높아져 판매시설과 유흥 시설 등 다양한 계층의 소비층이 상주하게 되어 업종의 다양성 및 경쟁력이 높아진다.

저금리에 수익형부동산 재주목
공급 늘면서 옥석 가리기 필요

▲아파트 인기 지역 = 아파트 최대 인기 지역 중 하나인 광교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힐스테이트 광교’오피스텔은 평균 422대 1, 최고 800대 1의 경이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 역시 2일 만에 전 실 마감을 기록했다.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아파트 흥행 지역에 공급되는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위례신도시, 은평뉴타운, 하남 미사지구, 시흥 배곧신도시 등이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 흥행 지역은 각종 개발호재에 탁월한 교통여건, 그리고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추고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공급이 없거나 적은 가뭄지역 = 공급이 전무했거나 적었던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도 인기다. 실제 한동안 뜸했던 지역 수익형 부동산의 청약 성적과 계약률도 좋았다. 실제 공덕역 인근에서 분양한 ‘공덕역 갑을명가시티’오피스텔도 분양개시 3개월 만에 100% 마감을 했다. 3년 만에 공급된 데다 저렴한 분양가로 인기를 끌었다.

강남역 일대에서 분양에 나섰던 ‘강남역 아크로텔’(470실)과 ‘현대썬앤빌’(166실) 오피스텔도 최근 100% 분양에 성공했다. 희소성이 높은 투룸 공급으로 화제를 모았던 ‘역삼푸르지오시티’오피스텔도 분양을 마감했다.

공급 가뭄 지역이나 최초 공급되는 물량은 기존 물량의 노후화의 영향을 받았다. 신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이전 수요와 급등하는 전세가로 내 집 마련에 나서거나 수익형 부동산을 선점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대기수요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몇 년간 공급이 없었거나 적었던 지역의 경우 희소성면에서 가치가 높지만 투자 지역 선정시 기존 경쟁 상품과 경쟁력은 있는지, 투자대비 적정 임대수익이 나올 수 있는 입지인지 충분히 검토 후 투자에 임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30∼40대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투자 상품 가치 하락 시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인구유입에 결정적인 호재가 있는 지역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눈길을 끄는 알짜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뭘 잡아볼까’
알짜상품 주목

▲공덕역 블루마리(오피스텔) = 마포 신공덕동에 스튜어디스, KTX 승무원 전용 호피스텔인 ‘공덕역 블루마리’오피스텔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대지면적 1187㎡, 연면적 1만67㎡, 지하 3층∼지상 18층, 전용면적 19.88∼39.76㎡ 총 259실 규모다.


전체의 81.5%가 남향·남동향으로 구성됐다. 오피스텔은 최근 진화되고 있는 고객 콘셉트에 맞춰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이른바 ‘호피스텔’(호텔식 서비스+오피스텔)이다. 국내 최다 역인 공덕역과 근접해 있으며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우수한 학교가 인근 3km내에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약금 10%, 중도금 50%(무이자 융자)다. 준공은 2017년 4월 예정.

▲강남역 센트럴애비뉴(상가) = 2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에 위치한 ‘강남역 센트럴애비뉴’상가는 3월 준공을 마치고 3층 메디컬존 분양을 개시했다. 이번에 분양에 나선 메디컬존은 총 14개 점포로 탁월한 전망과 희소성을 강점으로 전용면적 기준으로 34.4∼183㎡로 3.3㎡당 3000만∼3200만원선이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역 일대로 위치 선정에 우위를 선점한 상가로 동선과 통로를 철저하게 분석해 설계된 4면 개방 스트리트형 몰링상가이다. 상가 연면적 1만3000여㎡에 점포수만 116개에 달한다. 총 728실에 달하는 오피스텔 입주민이라는 든든한 고정수요와 1일 약 21만명, 주말 35만∼40만명의 유동인구와 상주 인원 2만여명에 달하는 삼성오피스타운을 비롯해 강남 오피스 밀집지역의 상주인원까지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오피스텔) = 용인 더블 역세권인 기흥역 초역세권내 노른자위 핵심블록에 들어서는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기흥역 복합도시내 1블럭은 주상복합단지로 지하 4층∼지상 38층, 3개동으로, 주거용 소형 오피스텔 403실(전용 22∼24㎡)이 공급된다.

분양가는 인근 오피스텔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3.3㎡당 850만원대로 책정됐다. 수요측면에서 동백지역 종합병원이 신축예정이고, 현장으로부터 반경 10㎞이내 골프장 20개소와 7개 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2년간 연 6% 임대수익률을 확정 보장하며 계약금 750만원(정액제), 중도금 무이자를 통해 입주시까지 추가 납부금이 없다.

30∼40대 높은 관심…베팅대열 합류
수익에 초점 맞춘 안정적인 투자 요구

경쟁력이 있나
임대수익 많나

▲위례 드림시티(상가) = 위례신도시 근생8부지 첫 공급 근린상가인 ‘위례 드림시티’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5층, 연면적 8088㎡, 총 66개 점포 규모다. 동측 및 남측 20m, 북서측 10m, 북동측 6m 보행자 도로를 접하고 있는 3면 개방형 상가다.

지하 3층∼지하 2층은 주차장 48대(법정:43.86대), 지하 1층∼지상 5층은 상가로 구성된다.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빠른 상권형성이 기대된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과 위례신도시를 관통하는 트램이 만나는 초역세권 상가다. 교통여건 또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자랑한다. 외곽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및 송파IC 인접, KTX 수서역 신설 예정에 있다.

▲판교역 SK 허브(아파텔) = SK건설은 판교신도시에 공급하는 ‘판교역 SK 허브’아파텔을 분양 중이다. 규모나 평형대를 아파트와 수준에 맞췄다. 지하 6층∼지상 8층, 3개동, 총 1084실로 전용면적 84㎡도 선보인다. 84㎡ 52실 중 45실은 방 3개, 욕실 2개에다 4베이로 설계했다. 욕실에는 욕조를 설치했고 세탁실 공간까지 따로 마련하는 등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없도록 했다.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에는 800여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고 6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특히 향후 지어질 제2 판교테크노밸리는 완공 시 630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하게 되며, 일자리 또한 4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제2 판교테크노밸리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오는 8월에는 판교 알파돔시티 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점할 예정이다.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상가) = 현대건설은 경기도 광교신도시 업무7블록에서 오피스텔 ‘광교 힐스테이트 레이크’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3521㎡로 지하 1층∼지상 1층 전용면적 42∼104㎡ 총 34개(지하 1층 8개, 지상 1층 26개) 점포로 구성돼 있다.


유동인구 유입이 수월할 수 있도록 광폭테라스가 설치되고, 지하층의 경우 지형의 고도를 이용한 데크식 구조로 설계돼 여천 수변공원과 직접 연결된다. 전용률도 61%며 테라스 면적도 넓어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상가 주변으로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해 단지 맞은편 업무밀집지구에 조성되는 오피스단지 상주인구 8000여명 등 약 2만3000여명의 배후수요를 갖추고 있다. 2016년 초 신분당선 연장선역이 개통될 예정에 있다.

▲검단지식산업센터 블루텍(지식산업센터) = 대림산업·고려개발이 인천 검단산업단지에서 최초로 공급되는 지식산업센터 ‘검단지식산업센터 블루텍’이 기숙사와 지원상가를 동시에 선보인다. 대지 2만6441㎡에 연면적이 15만1935㎡(지하 2층∼지상 15층)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약 520실의 제조업 공장과 356실의 기숙사, 66실의 지원 상가, 휴게실, 회의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다. 입주 기업에 대한 혜택이 다양하다. 취득세 50% 감면,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기숙사(356실)는 7000만∼8000만원대로 소액투자가 가능하도록 분양가를 구성했다. 지원상가(66개 점포)는 1층기준으로 3.3㎡당 1450만원선이다. 입주 및 입점은 내년 10월 예정.

“리스크 최소화”
신중에 또 신중

▲잠실 헤리츠(오피스텔) =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는 10년 만에 ‘잠실 헤리츠’오피스텔이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16층, 16∼20㎡ 총 336실 규모다. 3가지 타입으로 전 평형·소형 구성과 공간활용도가 높은 복층형 설계가 이 오피스텔의 특징이다.

교통환경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을 도보로 1분, 2, 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도보권에 9호선 신방이역(가칭)이 2016년 개통한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천호대로, 외곽순화로 등의 도로망이 가까워 차량으로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진출입이 수월하다. 삼성 SDS 이전함에 따라 수요가 대폭 늘어나 풍부한 배후수요도 확보돼 있다. 단지 앞으로 약 144만㎡규모의 올림픽공원이 있고, 석촌호수와 한강시민공원과도 인접해 있다.

▲안산 리베르(오피스텔) = 안산 단원구 고잔동 526번지에 들어서는 리베르 오피스텔은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19.38∼27.04㎡ 총 480실로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상 2층부터 17층까지가 오피스텔이며, 지상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에는 총 341대의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된다. 오피스텔은 지하철 4호선 고잔역과 중앙역 사이에 들어선다.

수원, 인천, 시화를 이어주는 산업도로와 영동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가 인접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자랑한다. 배후수요도 풍부하다. 바로 옆에 830병상 규모의 고대 안산병원이 있고, 반월산업단지와 시화산업단지를 비롯해 시화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와 송산 그린시티 등인 지척으로 조성돼 약 36만명 이상의 임대수요가 기대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