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재수 학원가 신풍속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청춘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재수를 안 해본 이와 인생을 논하지 마라.’ 재수생 사이에서 곧잘 하는 말이다. 수험생에게 ‘재수’는 인생에서 겪는 가장 쓰라린 경험 중 하나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재필산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재수는 대입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화가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는 법. 재수생만 알고 있는 그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노량진에 있는 한 대학입시재수학원 강의실. 자습시간이지만 모의고사라도 보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재수생 대부분은 앉아 있기 편한 추리닝을 입었다. 자리에서 졸던 학생들이 나와 강의실 뒤편 스탠딩 테이블에서 서서 공부한다. 게시판에는 ‘재수생들이 지켜야 할 것’ 이라는 제목의 규정문이 걸려있다. 규정문에는 ‘강의실에서 음악을 듣지 않을 것’ ‘절대 잠을 자지 않을 것’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다. 복도에는 생활지도선생들이 돌아다니며 매의 눈으로 학생들을 지켜본다.
 
싹트는 이성교제
 
해마다 2월 전국 재수학원이 개강한다.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60만∼100만원 선이다. 이외에 교재비나 연간 모의고사비는 별도로 낸다. 재수생 김모(20·여)씨는 “그냥 돈 주고 고등학교 다시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학원은 일명 ‘스파르타 교육’으로 통한다. 아침 7시부터 학원에 들어와야 하는데, 학생 출결카드를 소지해야만 입실할 수 있다. 모든 출결상황은 학부모한테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수업을 하며, 점심시간은 30∼40분이 주어진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후 수업을 한다.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오후 수업 시간에는 학원생들이 질의 및 응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한 뒤 7시부터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야간자율학습이지만 의무다. 주말도 똑같이 학원에 들어와 6시까지 공부한다. 재수생들은 고3들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 재수학원 생활지도선생인 A씨는 “빡빡하게 하루일과를 계획해야. 재수생들이 한눈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는 공부 관리뿐만 아니라 재수생들의 생활 규칙을 정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학원마다 재수생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생활지도선생이 있다. 지각 및 결석생을 단속하며, 지각 시 체벌 후 입실시킨다. 체벌은 정신교육이라고 불리는 훈육이 있으며,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나기, 반성문 쓰기가 있다. 재수기숙학원 경우 사안별로 회초리 1회에서 10대로 체벌을 하기도 한다.무단지각, 조퇴, 결석은 제적 사유가 된다.

“고등학교 4학년 기분”
2∼4월 살벌하게 공부
 
심지어 복장 검사까지도 한다. 남자는 원색 두발 염색(빨강, 탈색) 등 지저분하거나 튀는 복장을 규제한다. 여자는 짙은 화장,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 노출이 심한 패션, 하이힐 등을 제한한다. 아침 조회 때 담임선생한테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며, 학원 내에서 휴대전화 및 기타 전자기기 사용은 금지다. 
 
A씨는 “2∼4월 초까지 학생들이 살벌하게 공부한다. 벚꽃이 필 때 즈음 놀러 가기 좋은 날이 오면 마음이 뒤숭숭해지면서,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며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매번 똑같은 사건사고가 반복된다”고 전했다.
 
흔히 학원은 만남의 장이라고 불린다. 재수학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록 재수를 시작할 때는 1년 동안 공부만 할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한결같을 수 없는 게 재수생의 마음이다. 노량진에 있는 모 재수학원은 재수생 간의 이성교제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학원생 규칙’에 따르면 “원내 이성교제 적발 시 정학 및 제적처리한다”고 명시했다. 또 원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적인 대화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벌점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재수학원 상담원 B씨는 “재수생에게 연애는 사치며,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재수생은 상대적 박탈감이 있어서 심리적 초라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어도, 누가 건드리면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데 그 혈기왕성한 시기에 어떻게 연애가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수생 사이에서 ‘썸’은 차고 넘친다고 한다. 재수생이었던 유모(25·여)씨는 “다들 엄청난 의지와 목표로 오직 공부만 하자는 생각이 있다”며 “재수 초반에는 서로 말도 잘 안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원생끼리 친해지며 나중엔 같이 다니는 그룹이 나뉜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친해진 부류 중에서 '러브라인'이 형성된다. 그쯤 되면 주위 사람들도 다 눈치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당시 반에서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연애한 이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벚꽃 필 즈음 뒤숭숭
같은 사건·사고 반복
 
이 외에도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끼리 서로 싫어하기도 하며, 심지어 싸움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학원가에서 도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뒷담화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한서삼’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 한성대, 서경대, 삼육대’까지 대학교 인지도 순으로 나열해서 줄인 말이다. 재수생이라면 이 말을 마치 마법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재수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 있다. 적어도 자신이 지원했던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를 원한다. 재수학원 상담사 B씨는 “처음 재수를 시작할 때는 높게 잡는 게 좋다. 그래야 동기가 생긴다. 실제로 재수생들도 기대치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반면 재수학원 상담사 C씨는 “사실 재수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1년간 그렇게 공부를 했어도,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게 재수다”고 말했다.     
 
2012년 재수를 했던 박모(23)씨는 “대부분 재수생이 최소 '중경외시(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를 목표로 한다. 나도 그랬다”고 말하며,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쓸 때는 그 기준점이 점점 내려간다. 나중에는 ‘국숭세단(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라도 됐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가기는커녕 작년 성적으로도 갈 수 있을 수준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수의 성굥률이나 성적 향상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고등학교 3학년 4850명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3년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재수를 선택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이 고3 때와 비교해 평균 0.75 등급 올라, 성적 향상 폭이 1등급에도 못 미쳤다. 
 
저녁 술판은 기본
 
입시업체 스카이에듀가 재수생들의 입시 결과를 자체 분석한 자료를 봐도 성공한 재수생은 45%로 절반도 안됐다. 30%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5%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C씨는 “재수는 정말 본인 실력에 비해 수능 점수가 안나왔을 때 봐야 성과가 있다. 대부분 학생이 재수를 해도 그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재수하는 이유는 상위권에 대한 열망과 본인은 성공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 서울’ 합격자 재수율
 
서울에 있는 이른바 ‘인 서울’ 대학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 이 3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11일 입시기관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 2014학년도 4년제 대학 189곳의 입학생 36만3655명 가운데 졸업생은 7만39명으로 19.3%였다. 

하지만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은 2만6520명으로 31.8%나 됐고, 수도권 대학의 경우에도 전체 입학자 13만3506명 가운데 29.1%인 3만8805명이 재수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7년간의 통계에서도 ‘인 서울’대학의 졸업생 비율은 2010학년도 28.4%, 2011학년도 33.1%, 2012학년도 33.6%, 2013학년도 33.8% 등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했다.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2014년 지원자격별 현황을 발표한 서울대의 경우 전체 입학생 3366명 가운데 재수생이 581명으로 전체에 17.3%이다. 전년도 14.1%보다 증가했다. 중앙대 역시 2015학년도 신입생 3584명 가운데 졸업생이 32.8%인 1176명이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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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