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문화’ 독인가 약인가(2) 재계 쥐락펴락 개미들의 힘

재계에도 안티는 존재한다. 파면된 임직원이나 피해자들이 주류다. 당연히 상대는 기업. 잘나가는 회사라면 안티모임 하나쯤은 기본이다. 특히 굵직한 ‘사건’엔 항상 안티세력이 따라붙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문고 역할이지만, 기업으로선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기업과 안티의 관계가 ‘공생이냐 기생이냐’하는 고민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기업 안티문화는 갈수록 힘과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왜일까.

S사는 자사를 비방하는 안티모임으로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포털에 안티사이트와 카페가 속속 개설, 10여개가 넘기도 했다. 현재는 전직 임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 모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안티모임은 S사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및 불만 사례를 수집해 허위·과장 광고, 직원 채용 부작용 등을 비판하고 있다. ‘안티 S’운영자는 “카페는 어떤 이윤을 챙기고자 하는 모임이 아니다”라며 “S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교류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같이 싸워봅시다”
곳곳 집단행동 감지


S사 측은 안티모임 카페를 수시로 모니터링 하는 등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회사 이미지의 치명적인 손상을 우려해서다. 일부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안티 S’를 반대하는 또 다른 안티카페를 개설하는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 관계자는 “안티회원은 목적자체가 회사의 나쁜 면만을 드러내는 데 있다”며 “소수의 의견을 전체로 확대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D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안티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D사로 인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각 언론사 제보와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들이 개설한 카페엔 “악덕 업체를 고발합시다”, “같이 뭉쳐 싸워봅시다”등 D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D사 관계자는 “일부의 사례를 전체인양 확대해서 떠들고 있다”며 “그렇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안티모임의 잇단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의 제품 불매운동은 물론 일부 안티사이트의 경우 회사 내부문제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안티 모임이 ‘신문고’역할과 같지만, 해당 업체는 ‘벙어리 냉가슴’앓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각 포털사이트엔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는 ‘개미 군단’이 커뮤니티를 비롯한 모임들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타깃은 다종다양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부터 중견그룹, 중소기업 등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경제 분야에서 ‘소비자 권리 찾기’를 표방하고 있다. 한 안티모임 운영자는 “대부분의 기업 안티 모임은 영업방해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업체에서 피해를 보거나 부적절한 인사로 퇴직한 사람들의 호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안티는 더 이상 온라인에 국한된 활동이 아닌 오프라인 활성화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단체소송이 그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집단분쟁조정제는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접수한 소비자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정부 부처, 한국소비자원 등이 분쟁조정위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다. 아파트 건설 관련 하자, 자동차·가전제품 품질 불량, 휴대폰 요금 과다 청구, 인터넷서비스 약관 피해, 종자 불량, 항공기 연착, 건강기능식품 과대 선전 등이 대상이다.

최근 벌어진 GS칼텍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7일 김모씨 등 2천30여명은 “개인정보가 담긴 CD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다”며 GS칼텍스와 GS넥스테이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은 각각 1백만원씩 총 20억3천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지난 10일에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인 임모씨 등 5백명이 1인당 1백만원씩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 보상 금액이 최대 4조원 이상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확정판결을 받았던 리니지의 피해배상은 1인당 10만원이었고, 국민은행은 20만원, LG는 70만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13일 해상 유조선 충돌 사고로 기름 유출 피해를 본 충남 태안군 주민 6천8백64명은 15개월간 매달 20만원씩(총 2백5억원)의 생계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단체소송제는 피해 소비자들을 대신해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위법행위를 금지 또는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소액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식품이나 완구제품들이 주된 피소 대상이다. 다만 금전적 손해배상은 배제된다.

그러나 눈에 띄는 점은 ‘안티 전성시대’가 갈수록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안티 문화의 최고 전성기였던 2000년 전후에 비해 이들의 카페나 모임, 사이트 등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제대로 된 안티 카페는 50여개에 불과하다. 기업 안티사이트는 10여개. 기업 안티 집단은 2000년만해도 1백개가 넘었다. 당시엔 안티 언론과 안티 통합사이트까지 등장했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그나마 상당수는 방문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분별·일방적 비방
안티활동 퇴조 초래


그렇다면 기업 안티모임이 사라지는 이유가 뭘까. 우선 전문가들은 안티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소비자 권리 찾기’의 취지와는 달리 욕설과 협박 등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비방이 기업 안티활동의 퇴조를 부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2004년 2월 모 기업체의 안티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사이트 폐쇄를 조건으로 돈을 뜯으려한 한 남성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기업 안티사이트를 개설한 뒤 비방하는 글을 올리다 사이트를 폐쇄할 테니 3천만원을 달라고 협박했다. 또 안티사이트를 등록한 뒤 비싼 값에 되팔려고 시도한 운영자들이 줄줄이 철창행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한 중견기업 민원 담당자는 “특정인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일부 안티 모임이 심심찮게 발견된다”며 “이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특정 기업을 무작정 비방하거나 특정 제품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안티에 시달린 기업들은 소송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방적으로 당했던 기업들이 비방·폭로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

 


안티세력의 영업 방해를 참다못한 W사는 2003년 안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W사는 안티사이트가 범람하자 카페 운영자를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한편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회사 관계자는 “불매운동도 명확한 명분과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회사와 경영진을 비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허위이거나 과장된 글의 삭제를 넘어 아예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회사 측의 계속되는 삭제 요구에도 사적 목적으로 위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글들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며 “즉시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지 않으면 회사의 명예와 신용 등이 추가로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이트 등록 말소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기업들은 2000년 이후 안티 원천봉쇄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안티 공간을 없애기 위해 자사의 안티 도메인을 무더기로 선점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 소비자 불만과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은 이미 사명에 ‘anti’나 ‘no’ 또는 ‘안티’ ‘반대’등이 들어간 도메인의 소유권을 쥐고 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antisamsung.com’, ‘antisamsung.net’, ‘antisamsung.org’, ‘antisamsung.name’, ‘antisamsung.biz’, ‘antisamsung.info’, ‘antisamsung.cn’등 대표적인 영문 안티사이트를 싹쓸이한 상태다.

이들 도메인은 모두 삼성 계열사인 삼성네트웍스로 등록돼 있다. 삼성은 또 ‘samsunganti.com’,‘outsamsung.com’, ‘nosamsung.org’,‘stopsamsung.com’ 등 나머지 안티 도메인 수십개도 사들였으며 ‘안티삼성.com’, ‘삼성반대.com’같은 한글 도메인도 갖고 있다.
LG그룹도 ‘안티엘지.kr’, ‘안티엘지카드.kr’, ‘안티엘지전자.kr’등 한글로 된 안티 사이트를 확보했으며 ‘안티구본무.kr’와 같은 오너 반대 사이트도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안티 정몽구.kr’, ‘안티 정주영.kr’, ‘안티 현대.kr’, ‘안티 현대차.kr’등의 한글 주소를 선점했다. SK, 롯데, 한화그룹 등도 ‘안티’, ‘반대’ 등이 들어간 한글 안티 사이트를 1∼2개씩 갖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까지 ‘안티 몰이’에 가세했다. 2001년 4월과 2005년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기업 등을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하는 안티사이트에 대해 일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안티와의 전쟁’ 선포
도메인 무더기 선점


윤리위는 명예훼손 혐의가 명백한 사이트는 내용의 삭제를 명령하거나 일정기간 이용을 정지시키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건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사이트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사실상 ‘검열행위’”란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쯤 되자 안티문화의 위축으로 건전한 기업 감시 활동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안티문화는 부정적인 역기능도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순기능도 있다”며 “기업 발전의 꾀하는 올바른 안티문화 정립을 위해선 맹목적 비난보다는 건전한 비판이 확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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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