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1> MB정권 ‘그림자 실세’ 대해부

강산은 10년마다 변한다지만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다. 끊임없이 권력에 가까워지는 이와 멀어지는 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권력에 부침이 심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권력의 중심이 바뀌지 않는 이상 ‘2인자’로 칭해지는 권력의 실세들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실세라 불리는 이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일정한 테두리 안을 돌고 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집권 중반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변하지 않는 실세’들을 쫓았다.

정권 실세들 카멜레온 전법…권력의 그림자 속 여전한 맹위
이상득·강만수·최시중 영원한 MB측근 ‘안되는 게 어딨어’

여권의 권력구도는 당·정·청의 수레바퀴 아래 움직이고 있다. 세 개 톱니를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정권 초 여권 곳곳에서는 수레바퀴가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불협화음은 대부분 권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친이·친박계의 갈등,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 등 수차례 ‘부서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당·정·청 수레바퀴
실세에 얽히고 설켜

이 같은 잡음은 결국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이 물러나고서야 잠잠해졌다.

정권 초 이 의원은 막후 실세로 통했다.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이라는 호칭은 당의 ‘실질적인 권력’이 그에게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은어’였다. 18대 총선 공천 개입 논란이 일면서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퇴진운동이 이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이 2선으로 후퇴한 것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다. 당의 ‘실질적 대표’였던 이 의원이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안고 물러선 것.

이 의원은 “지금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왔지만, 앞으로 당과 정무 그리고 정치여당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을 하겠다”면서 “정치현안에서는 멀찌감치 물러나 있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보다도 먼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의 낙천이 문제가 됐고, 이 전 의원은 박사모의 낙선운동 대상이 된 18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 전의원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귀국하고도 한참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

이후 당은 ‘권력공백기’를 맞았다. 청와대는 이동관 홍보수석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이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고, 정부에는 정운찬 총리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당에 ‘실세’라 불리는 이는 사라진 것.
당·정·청 전체를 둘러봐도 ‘권력의 2인자’로까지 칭해지는 실세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더 이상 없는 걸까.

정가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외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실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최고권력자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실세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처럼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막후로 숨어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좀 더 교묘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추어리즘’을 버리고 ‘프로’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실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다 정권 초 ‘2인자’ 혹은 ‘실세’라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 현재에도 ‘실세’라는 것.

특히 지난 대선 MB캠프의 최고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에 참여했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실력’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의원의 경우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이 당·정·청에 포진하고 있다. 청와대에 이상득계로는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꼽힌다.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을 사퇴한 지 7개월 만에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박 차장은 취임 후 ‘4대강 살리기 사업’ ‘고용 및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시작해 최근엔 ‘교육비리 근절 및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에 임명되는 등 정부 TF팀만 15개를 맡는 등 정부 주요 국정에 참여하고 있어 ‘왕비서관’ 대신 ‘왕차관’이란 별명을 얻었다.

원내대표 경선
‘형님’ 보일락 말락

이 의원이 ‘막후파워’를 발휘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형님의 그림자’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초 당에서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병석·이주영·정의화·황우여 의원과 고흥길·안경률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경선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하나둘 출마 의사를 접었다.

“중립 위치에서 당을 아우르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선 당내 계파화합이 가장 절실하다”며 당 화합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

급기야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던 이병석 의원마저 “아름다운 경선보다 아름다운 양보를 택했다”며 물러났다. 정치권 인사들이 의문을 품은 부분도 이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포항 동지중·동지상고, 고려대 동문인데다 이상득 의원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이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토해양위원장으로 4대강 관련 사업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당내 세종시 6인 중진협의체에도 참여해 원내대표 당선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비켜섰고, 이 때문에 ‘조율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

특히 이 의원이 출마선언 당시 “집권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견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에서도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당·정·청의 조율 가능성’을 불렀다. 단지 청와대의 작품이냐, 형님의 구상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같은 소란을 예감한 것일까. 이상득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리를 비웠다. 김무성 의원의 출마선언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방문길에 오른 것.

이 의원측은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자원외교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태동했을 때 이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일찌감치 ‘먼지’가 날리는 것을 피해 바깥나들이를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당 일각에서도 “이 의원의 2선 퇴진 선언은 ‘앞으로 들키지 않고 더 섬세하게 한나라당을 조종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출국 전에 김 의원과 조율을 마쳤을 수도 있지 않냐”며 이 의원의 ‘숨은 행보’를 짚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손발을 맞춰야 할 수석 부대표로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을 임명한 것도 ‘형님 조율설’을 부채질 했다.


측근들이 화려하게 부활한 이를 따지자면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강만수 위원장은 최근 김중수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데 이어, 최중경 필리핀 대사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을 다시 꾸리게 됐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747’ 정책이 실패한 책임으로 지고 물러났던 이들이 ‘화려한 부활’을 꾀하게 된 것이다.

1기 경제팀이었을 당시 경제수석(김중수)-재정부 장관(강만수)-재정부 차관(최중경)이었던 이들이 한은총재-경제특보-경제수석이라는 요직에 올라 다시 뭉치게 된 만큼 ‘화려한 부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특히 최 대사가 경제수석에 임명된 데는 강 위원장의 힘이 컸다. 경제수석이 부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정부 관료나 학계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마평에도 오르내리지 않았던 최 대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정계 안팎에서는 ‘강만수의 힘’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 의원의 친구이자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위원장도 각계가 인정하는 ‘실세’다. 그가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정부의 방송·언론·인터넷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며 지난해에는 미디어법 개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MB 경제팀 부활
‘멘토’ “난 허세라니까

지난달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치권이 그를 ‘실세’로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큰집 조인트’ 발언의 진위를 놓고 최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천정배 의원이 “김재철 MBC 사장의 쪼인트를 깐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나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이 “실세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하자 그는 “나도 허세다”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천 의원은 “최 위원장이 정권 실세로서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최 위원장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보고, 최소한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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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