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별별 신풍속도 천태만상

강남 갔던 제비 동면하던 꽃뱀 "날뛴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난 2월26일, 형법 제241조(간통)가 위헌의 결정에 의해 폐지됐다. 간통에 의한 처벌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사실혼 관계의 유지 및 해제 방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가정 파탄의 주범인 간통과 피해를 입은 배우자간의 소리 없는 움직임을 조사해봤다.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과 함께 시행된 간통죄 처벌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의해 폐지됐다. 위헌 심판 9명 중 7명이 간통죄 폐지에 찬성해 형법 241조 항목이 삭제된 것이다. 간통죄 처벌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시행돼 왔지만 실제로 간통의 유래는 1905년 대한제국 법률 제3호 ‘정조법’ 시행으로 볼 수 있다.

헌재 위헌 결정
처벌 조항 삭제

당시 정조법은 유부녀와 상간자에 한해 6개월에서 2년 이하의 징역형이 처벌됐다. 이는 유부남과 상간자는 제외한 처벌로 여성의 성적 사실의무 위반만 불평등하게 적용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정조법’ 대신 간통죄가 제정됐고 남녀 성차별 없이 간통한 자와 상간자 모두에게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간통죄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형의 처벌로 시행돼 왔으며 형법 제정 이래 53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

간통죄 폐지에 대해 지난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등 네 차례에 걸쳐 헌법 소원이 제기됐으나 모두 합헌으로 결정났다. 1990년과 1993년에는 재판관 3명만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2008년에는 5:4로 간통죄가 존치됐다. 위헌결정을 위해서는 정족수인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섯 번째 위헌 법률 심판에서는 정족수보다 한 명이 더 많은 7표의 찬성으로 간통죄가 폐지됐으며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재판관은 간통이 사생활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보충 설명도 이어졌다. 위헌 결정에 따라 간통죄 고소는 즉시 효력을 상실했으며 마지막 합헌 결정 다음날인 2008년 10월31일 이후 간통죄 선고자 5000여명은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간통한 자와 상간자에게 주어졌던 2년 이하의 징역형 처벌에 대한 형사 보상 청구도 가능하다.


세계적인 간통죄 폐지 추세를 살펴보면 덴마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일본은 1947년, 노르웨이는 1972년, 프랑스는 1975년, 스위스는 1989년, 아르헨티나는 1995년, 오스트리아는 1996년에 폐지됐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 간통죄가 폐지돼 사립탐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21개 주에서 아직까지 간통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메릴랜드주는 10달러 벌금형의 경범죄로 다루고 있으며 버지니아주는 최대 250달러 벌금형을 부과한다. 미시간주는 간통을 중범죄로 간주, 최대 무기징역 처벌도 가능하다.

간통의 충분한 입증 자료 제출을 위해 현장 출동이 잦았다는 노모(29·경기도 시흥시) 경찰은 “불륜이 행해지는 모텔, 호텔 등에 급습해 간통한 자와 상간자간의 성 관계 장면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야만 했다”며 “충분한 입증 자료를 습득하는 일은 열에 한 번꼴이었고 대부분 관계 직전 혹은 직후라 자료 불충분에 의한 불합리한 이혼 사유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연애 브로커 활개

덧붙여 “이제는 형법이 아닌 민법에 의해 간통 이혼이 가능해졌고 이로써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증거 확보로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된다”며 “흥신소에 의뢰해 불륜 현장을 덮치는 불법 행위로 인해 역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 원인) 1항을 살펴보면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로 명시돼 있으며 ‘부정한 행위’는 간통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조사업계인 흥신소의 불법 행위가 야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혼소송에 있어 흥신소 의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직접적인 성교 행위가 아닌 상간자와의 통화 내역과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 자료만으로도 충분한 부정 행위로 인정한다는 설명이다.

피해 배우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정당한 재산 분할과 위자료 청구, 양육권 및 양육비 지급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성교 행위 현장 포착 사진을 근거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상간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이 근거 자료에 의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간통죄 폐지 이후 흥신소를 찾는 피해 배우자의 문의가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흥신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간통 문의로 인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일주일 평균 250여만원으로 고액에 해당하지만 현행 위자료 수준인 2000만∼3000만원보다 높은 금액의 판결을 받고자 하는 피해 배우자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 만난 관련 업종들 분주
흥신소·모텔·란제리 호황
콘돔·피임 업계도 기대감↑

최아롱(33·주부)씨는 “간통죄는 불륜의 예방이 아닌 피해 배우자에게 있어 이혼 시 유리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며 “최대한의 위자료를 챙기고 간통죄라는 죄목을 족쇄 채움으로써 명예와 체면을 구기게 하는 복수의 효과로 작용해 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간통죄 폐지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민사로 넘어간 간통에 의한 이혼으로 피해 배우자가 정당한 이혼 보상을 받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에서 간통죄 유지 입장을 낸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 폐지로 “성도덕의 한 축을 허물어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간통죄가 폐지됨과 동시에 연애커뮤니티사이트 ‘라떼스토리’가 화제다.

이 사이트는 상대 이성의 연령, 신장, 지역, 만남 수위, 학력, 결혼여부 등의 상세 검색이 가능해 기혼자 간의 만남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 세계 36개국 2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기혼자소셜데이팅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과 유사한 국내 사이트 ‘기혼자닷컴’이 오는 25일 오픈을 앞두고 있다.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는 문구를 내세운 이 사이트는 현재 회원신청 희망자의 이메일 접수를 받고 있으며 추후 홈페이지 오픈 시 회원가입자에게 5만원 상당의 크레딧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까지 2300여명이 이메일을 통해 회원 가입을 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자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 사이트는 프로필 작성 후 성향이 비슷한 파트너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유료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여성 기혼자 회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애슐리매디슨은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사이트를 오픈해 일주일 만에 7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로 유해사이트로 간주돼 차단된 바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후 흥신소 문의가 급증하고 기혼자만남주선사이트가 등장함과 더불어 콘돔·피임약, 모텔, 이혼전문변호사도 성업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난 2월26일 오후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와 사후피임약 노레보를 생산하는 현대약품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유니더스는 전 거래일보다 14.92% 오른 3120원, 현대약품은 전 거래일보다 9.74% 오른 2985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현대약품의 거래량은 하루 평균 10만여건에서 106만7000여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 위치한 ㅊ모텔 신모 사장은 “불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모텔업계에서 대실료를 올리는 게 어떠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손님이 급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중년층들의 이용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륜의 대명사로 불리는 등산의 이용객과 국내외 여행객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란제리 업계가 호황을 이룬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으나 여성속옷 전문업체인 남영비비안에 문의해본 결과 매출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에 한 매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의 방영 드라마 96개를 분석한 결과 56개 드라마가 불륜을 소재로 다뤄 전체 드라마 중 58.3%를 차지했다. 이번 위헌 결정에 따라 드라마에서 더 이상 불륜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제를 낳았던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시즌3는 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젠 위자료 싸움
변호사 영업전 돌입

그동안 공무원과 공직자는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면직돼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간통죄가 폐지됨으로써 간통죄 선고자의 재심에 의한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게 된 공무원의 복직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2008년 10월31일 이후에 간통죄를 선고받은 공무원의 경우에는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확정 받은 후 인사혁신처에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 특히 품위 손상 등의 자체 규정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에는 복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계 간통 역사

지난 2월26일, 위헌 결정에 의해 간통죄가 폐지되자 연예인들의 간통 혐의가 다시 물망 위에 떠올랐다. 간통죄가 시행된 이래 최고의 인기를 노렸던 김지미부터 옥소리까지 연예인의 간통에 대해 정리해봤다.

[최무룡-김지미]
1962년 당대 최고의 톱스타였던 영화배우 최무룡과 김지미가 간통죄로 고소당해 최초의 간통 혐의를 받은 연예인이 됐다. 최무룡의 부인 강효실 씨에 의해 간통 혐의로 고소된 두 사람은 일주일간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태진아]
트로트가수 태진아가 모 건설회사 사장 부인 김모씨와 불륜을 저질러 간통죄로 구속됐다. 당시 태진아는 김모씨로부터 6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김모씨는 남편과 이혼을 합의하면서 고소 취하했다. 태진아는 구속 10일만에 석방됐다.

[조규영-정윤희]
70년대 영화계를 이끈 여배우 정윤희가 중앙건설 조규영 회장과 불륜을 저질러 간통죄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조 회장이 전 부인에게 위자료 1억원을 건네는 조건으로 풀려났고 같은해 조회장은 정윤희와 재혼했다.


[황수정]
히로뽕 투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탤런트 황수정이 간통 혐의로 추가 기소돼 마약복용자와 간통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황수정은 상대가 유부남임을 알고 있었으며 성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옥소리]
배우 박철의 부인이었던 옥소리가 팝페라 가수 정씨와 불륜을 저질러 간통 혐의로 고소됐다. 팝페라 가수 정씨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옥소리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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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