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국민연금에 치이고 외국큰손에 치이고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2015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외국인 큰손의 주총 압박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3월 말까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결산 등을 위한 정기 주총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KT&G가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13일에는 포스코가 정기 주총을 연다.

올해 역시 주총데이는 '3월 금요일'이다. 다수의 상장사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정부가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236개사 중 금요일 (3월13·20·27일)에 주총을 여는 곳은 183개(77.5%)에 달한다.

3월 금요일
183개 주총

13일에는 삼성 계열사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20일에는 30여개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예고했다. 네이버, 농심, AK홀딩스, LS, 한솔홀딩스, 만도, 한국항공우주, 신도리코, 한라, 아이에스동서, 녹십자, 웅진씽크빅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상장사들은 27일 주총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경영권 분쟁이다. 엔씨소프트, 일동제약, 한국토지신탁, 신일산업, 참엔지니어링, 광희리츠 등 다수 기업이 경영권분쟁을 겪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넥슨이 경영권 간섭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 선임과 주주명부 열람, 부동산 처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엔씨소프트의 등기이사 임기가 대부분 내년에 종료를 앞두고 있고 올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임기만 만료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보유, 9.9%를 보유한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며, 투자협업이라는 약속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선임 요구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동제약의 이사진은 총 10명.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 요구했다. 사실상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캐스팅보트'는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쥐고 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 일동제약과 녹십자와 지분 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부결 당시에 피델리티는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토지신탁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PEF는 한국토지신탁 2대 주주인 아이스텀이 보유한 지분 35.2%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의 보유 지분은 37.6%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산업이다. 신일산업은 1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며 지분을 늘려온 개인 투자자 황귀남씨가 주인공이다. 황씨는 11% 선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일산업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은 9%에 불과하다.

이미 황씨는 2월 초 신일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영 회장과 송권영 부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황씨와 신일산업은 경영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13건의 소송에 연관되어 있다. 주총은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 주총 최대 화두는 김 회장의 재신임 여부다.

올해도 반복되는 금요일 슈퍼 주총데이
경영권 분쟁 회사들 마지막까지 초긴장

참엔지니어링은 최종욱 전 대표가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내고, 한인수 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두 달 전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김종국 광희리츠 각자대표가 박광준 각자대표 외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광희리츠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 각자대표는 한밭컨설팅과 함께 박 대표 해임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상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희리츠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관치 논란으로 그간 사외이사 선임 등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던 국민연금의 입김이 올해는 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마이너스 수익률(2.4%)을 기록했다. 손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경영권 견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 포스코, KB금융, KT 등 6개 기업에서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회장 보다 지분을 2배 이상 많이 가지고 있다.

대주주 횡령·배임
회사 주인 바뀌나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1%를 보유했지만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69%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이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11.3%와 10.4%의 지분을 보유한 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에스원,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대림그룹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증권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11.4%와 7.1%다. 각 그룹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신세계아이앤씨, CJ오쇼핑, 롯데푸드, 대림산업, SKC, CJ제일제당,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107곳 지분
국민연금 > 대주주

가장 좌불안석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원대에 낙찰 받았다. 고가 매입 논란에 주주들은 등을 돌렸고,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한 달 반만에 14조8000억원가량 날아갔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주식가치를 떨어뜨린 만도, 롯데그룹 계열사, 한진칼 등의 기업에 어김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총의 화두가 되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등기임원 재선임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 신임 등기임원 선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위원 추가 선임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이은택 중앙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출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 재선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반 재벌 정서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 거센 압박
눈치보며 사외이사 모시기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진 롯데그룹도 국민연금 눈치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를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동빈·동주 형제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케피털,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등이 이번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 환원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의 주주제안이 예정된 주요 상장사는 모토닉, 삼호개발, 인포바인, KTcs, 삼성공조, 대창단조 등이다.

먼저 SC펀더멘털은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에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계획이다. 양사는 소송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 당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 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SC펀더멘털은 KT계열사 KTcs에는 배당확대와 외부 감사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대차·롯데
연기금 눈치

휴대폰인증서 보관서비스 업체인 인포바인은 아센더캐피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센더캐피털은 주총 때 배당확대를 요구할 방침. 아센더캐피털은 인포바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분인 9.3%를 보유한 미국계 피델리티펀드도 아센더캐피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펀드는 자동차 냉각기 계통 부품 생산업체 삼성공조에 주주환원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업체인 코리아밸류오퍼튜니티펀드는 삼호개발(건설업체)에,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대창단조(중장비제조업체)에 배당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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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