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장 계열사’ 실태

중소기업인 척…일감 가로채고 나몰라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위장계열사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일감을 가로채오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9개 기업이 설립해 우회 경영해 온 곳으로 드러난 중소기업은 26개에 이른다. 이들은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 물량을 따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 중인 3만92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삼표, 유진기업, 케이씨씨홀딩스, 썅용양회공업 등 19개 기업이 설립한 26개 위장중소기업을 적발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26개 '무늬만' 중소기업이 지난 2년간 공공입찰에서 따낸 금액만 1014억원(2013년 474억원, 2014년 540억원)에 이른다.

중기청장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정부 등 공공기관의 조달계약 입찰 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는 제품은 가방, 책상, 의자 등 207개 제품이다.

케이씨씨홀딩스
476억원 '꿀꺽'

업종별 위장 중소기업의 분포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이 26개 중 9개(35%)로 가장 많았고, 레미콘(27%), 전기전자(15%), 아스콘(8%), 기계(8%) 등의 순이었다. 주요 위장 방식으로는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면서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가 31%로 가장 많았으며, 중소기업의 납입자본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보증하거나 모기업 주요 임원이 위장 중기의 대표나 임원을 겸임하는 사례도 많았다.

기업별로 보면 가장 많은 금액의 납품계약을 따낸 곳은 케이씨씨홀딩스다. 케이씨씨홀딩스는 IT전문기업 케이씨씨정보통신에서 인적분할된 지주회사로 중견기업이다. KCC그룹과는 별개 회사다. 케이씨씨정보통신은 매년 시스템통합사업과 하드웨어 납품 등을 통해 공공 조달시장에서 수백억원대 계약 실적을 올렸지만 2012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20억원 미만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케이씨씨홀딩스는 시스원을 통해 475억5000만원의 납품계약을 따냈다. 시스원 지분 19.92%를 보유해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이상훈 대표이사는 케이씨씨홀딩스의 지분 8.25%를 보유한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시스원 2대 주주(11.78%)인 이주용 전 케이씨씨정보통신 회장도 케이씨씨홀딩스의 지분 3.6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이 전 회장의 아들이다.

시스원와 케이씨씨홀딩스와의 관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서 더 자세하게 드러난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스원은 케이씨씨정보통신을 포함해 관계사인 ㈜시스웨어, 케이씨씨시큐리티, 케이씨씨모터스, 시스원테크놀러지, 케이씨씨홀딩스 등을 통해 지난해 전체 매출액 603억원의 5.63%에 해당하는 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에는 전체 매출액 475억원 중 42억원(8.84%)이 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해 나왔다. 관계사들도 시스원을 통해 2012년과 2013년 각각 10억원, 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케이씨씨홀딩스에 이어 위장 납품 금액 규모 2위에 오른 삼표는 가장 많은 위장 중소기업이 적발됐다. 삼표는 지난 2013년에도 4개의 위장 중소기업이 적발되면서 논란이 됐지만 1년 사이 오히려 위장 중소기업 수를 늘렸다. 적발된 회사는 알엠씨, 유니콘(대전공장, 공주공장), 남동레미콘(광주공장, 연천공장) 등 5개사다. 이 회사들은 모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일가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해 지배력을 갖고 있다.

먼저 골재, 레미콘 및 콘크리트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알엠씨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의 아들 정대현(70%) 삼표 전무다. 나머지 30%의 지분도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유니콘도 정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남동레미콘은 정 전무가 주식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니콘은 555억원의 금융권 차입금에 대해 삼표로부터 지급보증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알엠씨는 삼표가 아니면 종속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알엠씨는 2012년 매출의 48%가량을 삼표 계열사를 통해 올렸으며 2011년에는 50%가 넘는 매출이 삼표 계열사에서 나왔다.

삼표는 이들 중소기업을 통해 252억원어치의 레미콘 물량을 공공시장에서 따냈다. 삼표는 지난 2013년에도 알엠씨 청원공장, 건양레미콘, 보명레미콘, 세종레미콘 등 4개의 위장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청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19개 기업 26개 중기 운영하다 적발
2년 1000억대 부당이득…과태료 0원

2013년 삼표와 함께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공공조달시장 낙찰을 받았다가 적발된 전과가 있는 유진기업도 관계사인 남부산업의 화성공장과 아산공장 두 곳을 통해 88억원5000만원어치의 아스콘 일감을 수주했다.


남부산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60%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으며 유 회장의 셋째 동생인 유창수 유진그룹 부회장과 넷째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가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유 회장 일가가 모든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쌍용양회공업의 ㈜화창산업(59억9000만원), 고려노벨화약의 ㈜산양(49억6000만원) 등의 순으로 규모가 컸다.

쌍용양회공업은 지난 2013년 국회 산업통상자원 위원회 추미애 의원이 입수한 쌍용레미콘 평택공장의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화창레미콘과 광양레미콘, 서군레미콘 등 6곳을 통해 공공 조달시장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한화그룹과 함께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을 복점하고 있는 고려노벨화약은 산양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1%의 지분은 최칠관 고려노벨화약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최칠관 회장은 고려노벨화약 지분 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30%)는 최 회장의 아들 최경훈 사장. 그 뒤를 최 회장의 부인 차양자씨(20%), 동생 최팔관씨(15%)가 잇고 있다. 최씨는 산양의 대표이사다.

위장 중소기업 2곳이 적발된 팅크웨어와 다우데이타는 각각 3억6000만원, 55억7000만원의 입찰을 따냈다.

지분 갖거나
임원 하거나

팅크웨어는 비글과 파워보이스를 통해 공공 입찰시장에 참여했다. 팅크웨어는 비글의 지분 48.5%를, 파워보이스의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다. 팅크웨어 등기임원인 강정규씨는 비글과 파워보이스 감사를 겸직하고 있으며 역시 등기임원인 김대현씨는 양사 사내이사에 올라 있다.

다우데이타는 미래테크놀로지와 다우인큐브가 위장 중소기업으로 조사됐다. 다우데이타는 미래테크놀로지 지분 48%와 다우인큐브 지분 49.32%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12곳의 기업은 위장 중소기업 1곳을 통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8억9000만원까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입찰에 참여했다.

오텍의 오텍캐리어냉장유한회사(8억9000만원), 한글과컴퓨터의 MDS테크놀러지(7억4000만원), 멜파스의 엔엘티테크(4억2000만원), 건설화학공업의 강남아이텍(3억5000만원), 네패스의 네패스엘이디(3억1000만원), 서울가든의 ㈜비지에이치코리아(1억6000만원), 대동공업의 한국체인공업(6000만원), 이케이맨파워의 클루엠(1000만원) 등이다. 유텍솔루션의 인지모바일솔루션과 고아정공의 코아룩스, 대유에이텍의 대유네트웍스, 에넥스의 ㈜엔텍의 납품 규모는 1000만원 미만이다.

이들 회사는 등기임원이 위장 중소기업 임원을 겸하거나 모기업이 최대지분을 보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장 중소기업을 지배해 왔다.

일부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쌍용양회는 해명자료까지 발표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중소기업청의 '쌍용양회가 위장 중소기업인 화창산업을 내세워 60억원에 이르는 정부 공공입찰 프로젝트를 가로챘다'는 주장에 대해 "화창산업은 중소기업청에서 언급한 여타 회사들과 달리 쌍용양회의 지분참여, 임원겸임 등이 전혀 없는 별개의 독립회사"라며 "쌍용양회는 단지 화창에 공장부지를 임대해 주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보도자료 발표
"억울하다" 해명

또한 "시멘트 제조회사인 쌍용양회는 레미콘 회사인 화창산업과 업종이 중복되지 않는 경우여서 화창은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적법하게 납품했다"며 "중소기업청에서 지적한 60억원을 모두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잘못된 보도자료 배포로 인해 회사 이미지 훼손과 신인도 하락 등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었다"며 "이와 관련해 명예훼손 등에 따른 민사 및 행정소송 등 법적 구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기업과 달리 쌍용양회공업의 전자공시 보고서에서는 화창산업과의 연관 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계열회사 등의 현황' '주주에 관한 사항'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 등에서도 화창산업이라는 기업은 등장하지 않는다. 화창산업 또한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상세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글과컴퓨터 측도 공식입장을 밝히고 해명에 나섰다. MDS테크놀로지를 통해 매출을 올려왔다는 의혹을 산 한글과컴퓨터는 "2012년 1월 중견기업이 된 이후 20억원 미만의 공공사업에는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업체들 "법적대응" 강력 반발
솜방망이 처벌로 악순환 반복


또 "한컴이 지난해 5월23일 인수한 MDS테크놀로지가 기존에 진행해오던 공공조달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던 과정에서 법률개정에 따른 중견기업인 한컴과의 관계로 인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시장 공공입찰 제한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며 "MDS테크놀로지가 이를 2개월 가량 인지하지 못한 채 진행한 업무로 인해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팅크웨어 측도 "비글과 파워보이스의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한 것이지 두 곳을 통해 공공입찰을 하려고 투자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청은 위장 중소기업을 공공 조달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고,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 또는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소기업청은 2013년에도 36개 위장 중소기업을 적발하는 등 2011년 중소기업기본법이 신설된 이후 위장 중소기업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항상 적발에 그칠 뿐 단 한 차례도 위장 중소기업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행정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실질적인 제재조치는 이뤄진 적이 없다.

추미애 의원이 지난 2013년 공공 조달시장에서 위장 중소기업으로 확인된 기업과 관련 있는 대기업도 공공시장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대·중견기업까지 공공조달 시장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어 이 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얼마를 챙기던
벌금 3000만원

업계 관계자는 "위장 중소기업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수위 높은 제재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장 중소기업 사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 상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해 공공조달 시장에 불법 참여한 혐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475억5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케이씨씨홀딩스의 계열사 시스원이 검찰에 고발 조치 되어 벌금 최대액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득액의 0.0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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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