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취임 100일'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일단 합격점 "조용했지만 강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조용했지만 강했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우 원내대표는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당을 구해내기엔 너무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냈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우 원내대표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말 어려운 시기에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파동과 이상돈 비대위 영입 파동으로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겪다 결국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해 당을 발칵 뒤집어 놨다.

당연히 우 원내대표가 원내 지휘봉을 잡았을 때 당내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가 침몰하는 난파선의 키를 쥐게 된 형국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취임 후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세월호 3법을 기한 내에 타결하는 등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냈다. 그 사이 10%대까지 곤두박질 쳤던 당의 지지율은 다시 30%대까지 치솟았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우 원내대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일요시사>가 지난 16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우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 정말 어려운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아 취임 100일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동안 원내대표로서 어떤 성과를 얻어내셨는지요?
▲ 그간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고 갈등과 대립, 반목의 연속이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치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 관계가 악화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약속이고, 두 번째는 소통이었습니다.

- 구체적인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 우선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을 성사시켜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하고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룬 합의, 약속에 대해서는 야당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실천을 보였습니다. 그런 노력들로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고, 무려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예산안 합의 처리라는 변화된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또 해외자원개발비리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구성도 이루어냈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민들에게 야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난제 풀어, 긍정평가
"을미년, 을 위한 법안 많이 만들 것"

- 새해에도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새해에 가장 중점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 올해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저는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과 개헌,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의 경우 지금 가계부채는 1100조, 공공부문 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가재정은 4년 연속 세수부족으로 펑크가 났습니다.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정성은 더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대안은 무엇입니까?
▲ 저는 현재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가계소득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려고 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득은 올리고 생활비는 내리는 민생경제 입법을 완수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올해는 을미년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갑보다는 을들을 위한 법안을 많이 만들 것입니다. 고용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일임금 이런 법들을 꼭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우 원내대표께서는 개헌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두 번째가 헌법 개정입니다. 개헌은 권력독점, 자본독점, 기회독점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하는 일입니다.

-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개헌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물론입니다. 지난 15일 여야 대표, 원내대표 간 ‘2+2 회동’에서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했지만,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의 반대로 여당이 주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70%에 달하는 국민이 개헌을 지지하고 있고, 국회의원 230명이 개헌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5일 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모든 의혹이 허위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믿는 국민이 불과 10%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짜 맞춘 수사였습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불신하는 수사결과가 우리사회의 근간인 신뢰를 무너뜨리며 국정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단 뜻인가요?
▲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강변했지만, 불과 이틀 뒤에 대통령의 강변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십상시’의 일원으로 지목되었던 청와대 한 행정관이 일으킨 파문입니다. 이 행정관은 여당의 현직대표와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인 중진 의원을 문건파동의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또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한 젊은 정치인에게는 여성편력을 언급하고, 방송출연을 가로 막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청와대의 정치사찰과 언론공작, 그리고 국정농단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결과와 대통령의 해명을 불신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 과거 11차례나 특검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선 특검으로 불필요한 혈세 낭비와 정치 갈등만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요약하면, “특검이 성과를 못 낼 수도 있으니, 하지 말고 이대로 덮고 가자”는 것인데요. 이런 비정상적인 문고리권력들의 국정농단을 바로 잡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 친위세력’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억지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민 10명 중 9명이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소모적인 논란이나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특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의 불신 해소와 국정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난달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 됐습니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60%이상 찬성했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습니다.
▲ 저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관련해 ‘사법의 정치화’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정당은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명운을 달리합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대단히 수준 높은 민주주의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의 요지는 여기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사법부에서 진행된 1심과 2심 재판의 판결과 배치됩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일방적인 추론에 의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론과 추정을 바탕으로 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민적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과 신당 창당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누구나 정치적 자유가 있으니까 정 전 고문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이 어려워도 안에서 같이 개혁해나가야지 그렇게 뛰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은 야권의 분열과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바라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 일각에선 추가 탈당도 예상하고 있는데 추가 탈당을 막을 대책은 있습니까?
▲ 저는 우리 130명 의원들 중에서 탈당할 분들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역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으로 흔들리는 당원들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금 당 지지율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앞서도 언급하셨지만 우 원내대표께서는 개헌 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박근혜정부 들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불통과 정치실종,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등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현행 헌법은 기본적으로 승자독식구조입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다양성을 폭넓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과 여당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여야는 늘 싸우게 됩니다.

현재 OECD 국가 중에 이런 후진적인 헌법 구조를 가진 나라는 멕시코와 칠레 정도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10년 넘게 개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올해는 큰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각각의 정치세력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진지한 논의가 가능한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헌방식에 대한 입장은 의원들마다 제각각입니다. 이들을 설득시킬 방안은 무엇입니까?
▲ 대통령중심제냐, 의원내각제냐, 또는 이원집정부제냐에 대해서는 각자의 선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시정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권력구조의 형태는 개헌논의의 공론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지게 될 것입니다. 특정한 권력구조 형태를 염두에 두고 누구를 설득할 사안도 아니고 또 그렇게 진행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권력구조 형태가 무엇이건 간에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핵심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우 원내대표께서는 분권형 개헌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그 형태에 있어서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중심제 이외의 권력 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권력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국민적 선호도나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야권 분열 바라지 않아"
"개헌 없이 경제 활성화 불가능"

- 미국의 대통령 중임제는 잘 운용되고 있습니다만.
▲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가 성공한 유일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연방국가니까 외교, 국방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못합니다. 또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우리나라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는 대통령제보다는 독일, 오스트리아처럼 협의민주주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정부 1년차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2년차에는 세월호 사태로 민생문제가 정치권에서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3년 차에 또 야권이 개헌을 요구하며 민생문제를 후순위로 밀어내면 자칫 역풍이 불수도 있습니다.
▲ 저는 거꾸로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행태에 대한 국민적 역풍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 국민 10명중 7명이 개헌을 지지하고, 23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만이 반대하며 논의조차 못하게 가로막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개헌이야말로 민생을 위한 궁극의 노력이자,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이 민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과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블랙홀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고 악의적인 왜곡 선전일 뿐입니다.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국민이 지금 바라는 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며 “개헌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반박하신다면?
▲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야가 권력을 놓고 늘 싸우기 때문입니다. 경제 문제가 잘 풀리려면 정치가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여야가 힘을 합해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개헌이 되지 않으면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또 싸울 겁니다. 내 후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또 싸울 겁니다. 이 치명적인 구조를 고치기 전에는 대한민국이 일류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최근 치러지고 있는 전당대회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당대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후보들이 개인적인 영달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당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시점입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등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우윤근 원내대표 프로필>

▲ 제32회 사법시험 합격
▲ 법무법인 유.러 대표변호사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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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