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멈추는 골드라인 어디?

KTX역 수혜지 대해부

KTX 개통 지역이 골드라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서울 송파 수서역 일대, 광명역세권, 동탄2 신도시, 평택, 천안·아산, 포항 등이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분양된 신규 아파트들도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두고 있다.

광명, 동탄2, 평택, 천안·아산 호재
집값 상승세…신규 아파트 청약 양호

지난해 6월 포스코건설이 천안시 백석동 일대에 분양한 ‘백석더샵’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타입이 마감됐다. 반도건설이 평택 소사벌지구에서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도 최고 6.16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모집에 성공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TX는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고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KTX역 주변은 단순히 역사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복합개발을 통해 각종 상업시설까지 조성되고 있어 인근 부동산시장에 자극을 줄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KTX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규 아파트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TX역이 들어서면 광역교통망이 갖춰져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광역교통망 조성
지역발전 급물살

수익형 부동산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 광명시 광명역세권지구에서 공급된 오피스텔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우건설 143실, GS건설 336실, 호반건설 598실 등 약 1000실 모두 팔려나간 데 이어 최대 1000만원까지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KTX 수서역 주변 문정지구나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문정 미래형업무지구 3-1블록 ‘문정역 테라타워’상가는 분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을 대부분 마쳤다. 사정은 동탄2 신도시 상가도 마찬가지다. 시범단지가 올 1월부터 속속 입주가 이뤄질 예정인데 프라자 상가는 한 달 만에 70∼80%가 소화되고 있다. 평택 소사벌지구 상가도 한 달 만에 100% 분양되기도 했다.

수서∼동탄∼평택∼천안·아산역(기존역)을 연결하는 KTX는 이르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먼저 KTX 광명역 인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광명시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 KTX 광명역은 2004년 개통됐지만 역세권 개발은 더뎌, 그간 그 주변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광명역세권지구 택지개발사업은 광명시 일직동, 소하동과 안양시 석수동, 박달동 일대 195만㎡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약 9400가구, 2만7000명이 상주하게 된다. 광명역세권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기 편리해 특히 세종시 근무자에게 인기다. KTX 광명역에서 세종시에 있는 KTX오송역까지 30분이면 이동하고, 오송역에서 간선급행버스(BRT)를 타면 30분 안에 청사 업무동에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 최대 신도시인 동탄 신도시는 2004년 최초 분양한 동탄1 신도시와 2012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동탄2 신도시로 나뉜다. 판교 신도시와 달리 개발된 시기에 따라 나뉜 동탄은 환경친화적인 신도시로 높은 녹지율을 자랑한다. 동탄1 신도시는 자연친화적인 개발과 백화점 등이 들어선 대형복합공간인 메타폴리스가 위치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수원시와의 연계성이 뛰어난 장점도 있다.

동탄2 신도시는 726만5000평 부지에 조성되는 대규모 신도시로 인근 동탄1 신도시와 동탄일반산업단지를 합쳐 35㎢로 분당의 1.8배, 일산의 2.2배, 분당과 판교신도시를 합친 면적보다도 1.2배 더 크다. 주택은 총 11만1413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구 내 총 27만8533명의 인구를 수용해 동탄1 신도시보다 중·저밀도로 개발된다.

또한 7개 특별계획구역을 지정 광역 비즈니스콤플렉스·워터프린트콤플렉스와 동탄 테크노밸리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권형성 면에서는 동탄1 신도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남부 중핵도시, 지속기능형 미래신도시, 한국적 신도시, 첨단산업 및 연구·비즈니스의 메카 등으로 조성된다. 동탄1 신도시와 통합구상을 위해 광역중앙공원 조성, 1·2지구 간 순환도로 등이 추진된다.

복합개발 통해 각종 상업시설 조성
인근 부동산시장에 자극 ‘들썩들썩’


동탄2 신도시는 동탄1 신도시에 비해서 교통여건이 훨씬 우수하다. 삼성∼동탄을 잇는 GTX(광역급행철도)와 수서∼동탄∼평택을 잇는 KTX를 함께 이용 할 수 있는 동탄복합역사가 지어지기 때문이다. 동탄복합역사가 완공되면 GTX를 이용할 수 있고, KTX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세종시까지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도 강남까지 30분 정도가 걸리고, 세종시까지는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및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30분 내에 서울 진입이 가능하다.

개발호재가 넘치고 있는 평택의 경우 KTX 지제역(신평택역)이 개통되면 서울까지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아 서울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호남선과 경부선을 갈아타는 환승역 역할과 광역 환승센터도 준비하고 있어 수도권 서남부의 교통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KTX 신평택역은 수서까지 불과 19분 만에 연결된다. 소사벌지구가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KTX 역사가 가까운 데다 미군기지 이전, 삼성전자의 고덕산업단지 투자 등 호재가 겹치기 때문이다. 평택장당산업단지 등 공단이 많은 평택 지역에 초대형 공단이 추가로 조성된다. 2017년 평택으로 옮겨가는 미군부대 일대에는 군무원 등 6만여명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 평택시청과 인접한 안성 진사리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세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고덕국제도시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조성하기로 한 상태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17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부지 1320만㎡ 규모의 고덕국제도시엔 향후 인구 13만4000여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오피스텔
수익형도 인기

천안과 아산 지역도 KTX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천안·아산역은 서울역까지 30분대면 이동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출퇴근 시간으로만 따졌을 때 웬만한 서울 지역에 사는 것보다 낫다. 이 같은 편리성이 알려지면서 이들 역세권 인근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코레일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광명역의 경우 지난해 이용객이 724만명으로 10년 전인 2004년보다 4.5배나 증가했다. 천안·아산역도 지난해 572만명이 이용하면서 같은 기간 4.3배가 늘어났다.

KTX 포항∼서울 직결선이 올 3월 개통되면 2시간10분대에 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은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본격 편입되면서 경제·사회·문화·관광 등 일상생활 전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KTX 라인에 분양(예정)중인 부동산 현황이다. 

▲천안·아산역 = 현대산업개발은 충남 천안시 백석동 일대에 ‘백석3차 아이파크’를 분양 중이다. KTX 천안·아산역이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4㎞ 거리에 있어 이를 통해 서울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KTX 천안·아산역의 경우 이용하는 승객수가 2004년 132만81명에서 지난해 572만4038명으로 4.34배의 성장률을 보였다. 앞서 우미건설은 천안시 불당동 불당지구 1-C1·C2블록에서 ‘천안 불당 우미린 센트럴파크’를 선보여 평균 20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평택역 = 경기 평택에서는 올해 KTX 신평택역이 개통될 예정에 있다. 이 노선은 서울 KTX수서역과 바로 연결돼 20분 이내 서울 접근이 가능하다. 평택에서는 현대건설이 송담 택지지구 80-1블록에 ‘평택 송담 힐스테이트’를 분양 중이다. 단지 인근 38번 국도를 통해 KTX신평택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7층, 12개동, 전용 기준 59∼84㎡로 총 952가구 규모로 이뤄졌다.

중흥은 비전동 일대 소사벌지구 B-9블록에 ‘평택 소사벌 중흥S-클래스’를 분양 중이다. KTX 신평택역이 직선거리로 약 3.5㎞ 거리에 있다. 1번, 38번, 45번 국도 등 광역교통망과 경부고속도로 및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및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동탄2 신도시 = 동탄2 신도시에서는 ‘동탄 디스퀘어’상가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7752m²에 지하 2층∼지상 7층, 1개동에 점포 40실로 이뤄진다. 이 지역의 대형 스트리트몰인 ‘카림 애비뉴 동탄’의 초입에 있다. 동탄2 신도시 시범단지 근상 834-101블록과 834-304블록에선 각각 ‘피추프라자’와 ‘마추프라자’가 분양되고 있다. 시범단지는 동탄2 신도시에서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소사벌지구 = 다인산업개발은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지구 내 일반상업지역 비전동 1098-1번지에서 ‘소사벌 골드캐슬 프라자’상가 분양을 시작한다. 지하 2층∼지상 8층, 대지 1066㎡에 연면적 8245㎡ 규모다. 1층 층고가 6m, 2∼7층은 4.5m, 8층은 5.5m 이상으로 건설돼 복층이 용이하다. 소사벌 상업지역에서 유일하게 3∼7층에 위락시설이 가능해 높은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부지 주변에는 휴양시설인 수변공원과 배다리공원이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어 주변 주민들이 이용하므로 집객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사벌 상업지역은 소사벌 1만4500가구, 기존 비전동 2만8000가구, 용죽지구 3000가구 등 반경 2.5㎞ 내에 6만2000가구, 17만여명의 거주주민을 가진 거대한 배후지를 확보하고 있다. 주변의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삼성전자가 1차로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확충할 예정이고, LG디지털 파크 산업단지 등도 계획돼 있다.

이 지역에선 ‘천안 마치에비뉴’상가가 분양 중이다. 총 대지면적 3만1479㎡(약 1만평)의 초대형 쇼핑몰로 천안의 명소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부각된 스트리트 상가 구조로 조성될 마치에비뉴는 기존 박스형태의 몰(mall)형 상가보다 유동인구의 유입이 용이하다.

최대 1000만원
프리미엄 붙어

쇼핑을 비롯해 가족단위 문화·여가를 즐기기에 편리하다는 스트리트형 구조로 다양한 문화 공간을 보유할 예정이다. 상가 내에는 ‘포레스트 가든’을 비롯해 ‘컬쳐 스트리트’, ‘힐링 스퀘어’ 등 취향 별로 즐길 수 있는 오픈 공간이 많다.

이용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중 정원이 옥상에 들어서고, 공연 및 문화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이다. 마치에비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천안 내 다른 상가와 비교할 때 비교적 낮은 가격인 약 1850만원으로 책정됐다. 첫 1년 간 높은 수익률 보장 및 렌트프리(Rent Free)를 적용해 투자 접근성은 높이면서 임차인의 초기 부담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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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