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장남 숙청’ 배후 추적

아버지가? 동생이?…누가 작업했나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동주와 차남 동빈. 둘 사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일본의 주요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 장악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고 대권을 잡게 될, 더 진한 피를 물려받은 아들은 누구일까. 

<일본제빵신문> 1월호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신춘 특별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는 “영업 내용을 검토해 경영의 전환기로 삼겠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룹 신년 경영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인터뷰 내용 어디에서도 계열사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6일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 전 부회장 해임안이 올라왔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제과회사인 롯데의 이사,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사실을 이사회 직전까지 몰랐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실적 좋았는데
기습 해임 왜?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일본 롯데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재계에 알리면서도 해임 배경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 롯데보다 일본 롯데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재계 일각의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러한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3월 결산) 일본 롯데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7572억엔으로 전년 보다 3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롯데그룹 성장률은 11%였다. 
 

2012년 ‘0원’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매출액은 2013년 34억엔을 기록했다. 지주회사 주요수입원이 계열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는 의미다.
때문에 롯데가의 ‘장남 숙청’을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간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했고, 롯데알미늄 공시보고서에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등재되어 있는 등 아버지의 ‘역린’을 샀다는 주장부터,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급하게 한국을 찾았다. 부인 조은주씨와 함께 조모 제사 참석을 위해 귀국해 11일 오후 롯데호텔을 찾아 가족 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일본 도쿄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가족 모임에 앞서 신 총괄회장의 숙소이자 사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방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계는 가족 모임에서 이번 해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형의 일본 귀국에 하루 앞선 지난 1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체류 중 신 전 회장의 후임으로 선정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일본 롯데 측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신 회장은 “형의 일(신 전 부회장 해임)은 아버님이 하신 일이라 잘 모르겠다”며 일단 발을 뺐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신 회장이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되기 직전 ‘이사 및 이사회에서의 부회장’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임원 명단에 등재됐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사회 일원으로서 신 전 부회장 해임에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찾은 형님
일본 찾은 아우
 
신 회장이 이번 방문에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만난 것도 신 회장이 해임에 직접 관여 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3∼4년 동안 알력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양측 간 경영 방침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과거 신 총괄회장의 셔틀경영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2월 이후 셔틀경영을 중단하고 줄곧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다. 셔틀경영은 신 총괄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짝수달은 한국, 홀수달은 일본을 챙겨왔다. 
 
신 총괄회장은 기존에는 하루에 2개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올해 94세로 워낙 고령인데다가 지난 2013년 말 숙소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에는 하루에 1개 회사 정도만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일본 모든 계열사 임원서 해임
갑자기 도대체 왜?…음모설 ‘모락모락’
 
재계 안팎에서 롯데그룹의 승계작업이 신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것.
 
첫 번째는 두 형제의 지분 차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들여다보면 롯데쇼핑 보유지분은 신 회장이 13.46%, 신 전 부회장이 13.45%로 지분 차이는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지분 경쟁이 시작됐던 롯데제과의 경우에는 1.38%포인트 차이가 나며, 롯데상사는 0.4%포인트, 롯데칠성은 2.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롯데푸드 지분율은 1.96%로 똑같다.
 
 
여기에 일본 롯데에 대한 신 전 회장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신 전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국제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국제장학재단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일본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신 회장과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향방이다. 롯데그룹 한국 계열사 주식 자산을 통틀어 보면 신 회장이 45.3%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신 전 부회장이 41.6%, 신 총괄회장이 6.1%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이는 4% 정도. 


신격호의 셔틀경영
신동빈이 재현하나
 
일본 지분 사정도 비슷하다. 두 형제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가량이다. 광윤사의 경우, 신 총괄회장이 지분 50%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형제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신 전 회장의 해임이 일부 주장처럼 단순 ‘경고성’ 인사에 불과하다면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대세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3명의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 부인인 노순화씨 사이에는 장녀인 신 사장을 뒀다. 동주-동빈 두 아들은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재 부인인 미스 롯데출신 유명 탤런트 서미경씨 사이에서는 막내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얻었다.
 
두 딸은 일찌감치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보유 지분도 미미한 수준이다. 신 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에서 각각 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고문은 롯데쇼핑, 롯데삼강, 코리아세븐 등 보유 지분이 각각 1%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 사장이 이끌고 있는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 사장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후 이사진 물갈이 등을 통해 재단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 6.28%, 롯데푸드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사장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2.52%를 합치면 신 사장은 롯데제과에서 11%가 넘는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 역시 재단 지분과 신 사장 지분을 합치면 신 회장과 신 전 회장 형제를 넘어선다. 차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신 사장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동빈 “아버지 뜻” 발빼기?
신영자 입김 어디로 뿜을까?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암묵적 규칙이 깨지고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롯데 계열사 등기임원 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본 내 모든 임원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내 임원 자리마저도 잃게 된다면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 완전히 차남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회장 직위에 올라 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신 회장이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롯데알미늄과 부산롯데호텔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유교적 전통에 따라 국내 재벌가들도 ‘장자’를 우선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처럼 보이지만 LG와 효성, 코오롱, 한진 등 보수적 기업을 제외하면 ‘장자 승계’ 원칙은 깨진 지 오래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삼남이고 한솔그룹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조동길 회장도 이인희 고문의 삼남이다. 지난해 9월 대웅제약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윤재승 회장 역시 윤영환 창업주의 삼남이다.
 
조선시대 등극한 27명의 왕 중에서도 왕비 소생의 장자가 왕위에 오른 경우는 7번에 불과하다. 세종의 장자인 문종, 문종의 장자인 단종, 성종의 장자인 연산군, 중종의 장자인 인종, 효종의 장자인 현종, 현종의 장자인 숙종, 고종의 장자인 순종 등이다. 중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희빈 장씨의 장자 경종을 합해도 8번이다.

비운 후계자인가
기막힌 반전일까
 
하지만 통념을 벗어난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건희 회장에게 밀린 이맹희 전 CJ 회장은 유산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였고 삼성가의 은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긴 이 전 회장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롯데그룹 상황을 조선시대에 비유하면 조선 3대 왕인 태종을 신 총괄회장으로, 태종의 장남 양녕을 신 전 부회장으로, 양녕 대신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충녕(세종)을 신 회장으로 볼 수 있다. 세종은 조선 4대 왕으로 조선의 번영을 이끌며 현재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의 손자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폐위를 당하고 자살까지 강요당하는 아픔(계유정난)을 겪었다. 당시 수양대군을 지지하며 종친의 좌장으로 앞장선 이가 바로 양녕이었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호탁의 투자 정석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한국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 북한과의 문제, 미국과 중동국가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유가의 급격한 하락, 유로존의 우려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기대감, 일부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 미국의 호경기와 양적 완화 종료, 중국의 성장률, 엔화 약세, 9·11 테러와 일본 지진과 같은 돌발 상황, 한국 증시의 실적 발표 시즌 도래, 대기업 지배 구조 변화, 증시의 종목별 쏠림 현상 심화 등 현재 증시를 둘러 싼 변수는 많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가 시장에 혼재하다 보면 증시가 급등하기도 하고 드물게 공명(resonance)이 발생하여 폭락하기도 한다.
 
투자의 귀재 피터린치는 시장의 급등락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고, 시장참여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변수들을 투자에 반영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변수 중에서 2014년 4분기 실적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증시는 2014년 OECD 중에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 나지 못하고 외국인 주도 장세에서 그들이 이탈하는 것은 역시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고 중기 전망 또한 밝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상장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1%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5.9%) 때보다 낮은 수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소형주에 매기가 집중되는 ‘1월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주식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 퇴출도 많은 시대이다. 많은 성인남녀가 불안정한 경제상황에서 가족 부양에 대해 걱정한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은행권을 통한 재산 증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창업을 한다. 치킨 가게 옆에 피자 가게를 차리며 아이러니하게도 대박을 꿈꾼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 창업 현황’은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이들 10명중 7명은 5년 이내 문을 닫는다. 눈물 나는 과정을 겪은 뒤 창업 이전보다 못한 경제적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의 장점은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의에 의한 퇴출은 없다. 해가 거듭될수록 호봉이 쌓이듯 노하우가 생긴다. 
 
둘째,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투자 환금성이 좋다. 창업은 펼치는 데 일정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고 접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셋째, 전업투자의 경우 조직에 속하지 않고 보스가 없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다. 넷째, 간접투자에 비해 높은 목표 수익률 설정이 가능하다. 2014년 코스피는 전년말 대비 4.76% 하락했고 펀드의 58%는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가? 투자자 중 몇 퍼센트가 어느 정도의 이익 또는 손실을 봤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혹자는 투자자의 5∼10% 만이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 그것은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일단 워렌버핏은 차치하고라도 진짜 돈을 많이 번 고수들을 필자는 많이 알고 있고 성공 확률은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앞으로 본 칼럼에서는 ‘어떻게 성공하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주제별로 독자 여러분과 논해보고자 한다. 
 

[황호탁은?]
 
▲성결대 교수
▲유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KT, 동원그룹 임원
▲전북대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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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