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없는 해 “큰장 선다”

2015년 부동산 시장 전망

지난해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만회하고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덕분에 모처럼 신규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저금리 기조 속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량이 귀해졌다.

올해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치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을미년은 오랜만에 찾아오는 ‘선거 없는 해’로 부동산 시장에도 구조개혁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시기다. 지난해 12월29일 여야합의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서 다소 위축됐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도 생겼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시장이 활성화되고 투자수요가 생긴다면 다소 위축됐던 부동산 매매시장도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매매 시장이 회복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시장도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국 평균으로 보면 올해(3∼4%)와 비슷한 수준의 전셋값 상승률을 예상한다. ‘부동산 3법’통과의 영향으로 강남 재건축시장이 영향을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2∼3년 후 입주물량이 늘어나 공급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겠지만, 당장 단기적으론 강남 3구 재건축인근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법’ 국회통과
온기 돌 계기

외부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를 앞두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아 가계부채 상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긍정적인 이슈·다소 불안요인 상존
“지난해와 차이 없다” 대체적인 의견


주택산업연구원은 2015년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2%, 전세가격은 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지방의 상승폭은 다소 둔화되고, 최근 미미한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수도권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주택거래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수도권 128.4, 지방 109.1로, 수도권은 올해보다 주택매매거래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동안 활황세를 보였던 지방은 가격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올해 수준의 주택거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015년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중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매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상승반전 가능성이 큰 만큼 전세에서 ‘내 집 마련’ 선호현상도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도권 주택시장이 개선되고, 그중에서도 중소형 주택에 대한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서울의 전세가격 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올해보다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위축됐던 매매시장 기지개
상반기 분양 물량 쏟아져

‘부동산 3법’통과의 영향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3년간 유예되면서 강남 3구 재건축 인근단지의 전세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전셋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으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원들에겐 사업추진을 막는 심리적인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주겠지만, 이로 인해 인근 단지와 더 나아가선 강남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대구와 경북,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조정기를 거치는 동안 지방 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은 이미 분양가가 상당부분 올랐기 때문에 혁신도시나 일부 특정한 재건축단지 외에는 이번 부동산 3법의 영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새해 지방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투자할 때는 입지 등에 대한 면밀한 여건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세의 월세 전환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추후 예정된 재개발·재건축 이주 물량도 상당부분 반전세나 월세시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세가 사상 최고치
‘내집 마련’확산

2015년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장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포함, 총 6만여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비구역의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택할 경우 ‘월세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지역의 월세거래량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전국 청약경쟁률은 6.06대 1로 전년(2.84대 1)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수도권과 지방 모두 분양성적이 개선됐다. 수도권의 경우 ‘위례자이’가 140.34대 1, ‘세곡2지구6단지’ 85.60대 1, ‘래미안서초에스티지’ 72.98대 1 등으로 청약 성적이 우수했다. 지방은 부산에서 ‘래미안장전’이 1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2014년 내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규 분양시장은 새해에도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의 호재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도권 1순위 청약기간이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완화(2015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1순위 계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실제 새로운 청약제도가 시행되는 2015년 3월 1순위 계좌가 1000만 계좌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해에는 1순위 청약기간 완화 등으로 예비청약자들의 청약기회는 늘어나고, 청약시장 문턱도 낮아지면서 대기수요가 높은 인기지역의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전국 202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신규 아파트들의 분양물량은 23만9639가구로 전년(24만4473가구)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 LH, SH 등 공공분양 물량이 추가되면 30만 가구에 육박, 전년보다 전체적으로는 다소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의 경우 전년(8만5000가구) 대비 50% 이상 증가한 13만2500여 가구가 분양될 계획인 반면, 지방은 광역시의 경우 전년(6만2000가구)보다 67% 감소한 2만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수도권 중에선 2014년 청약광풍을 몰고 왔던 위례신도시 물량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인근 동탄, 송도 등의 택지지구 물량이 대거 분양될 계획이다. 2012∼2014년 2만1000여가구가 공급됐던 동탄2신도시는 새해에도 1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시장 열기 후끈
청약경쟁 더욱 치열

상반기에 주로 분양 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분양물량의 58.1%(17만9276가구)가 상반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월별로는 3∼4월 봄 성수기와 9∼10월 가을 성수기에 물량이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3월 봄철 분양 성수기에 4만가구가 넘는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단지별 총 가구수를 건설사 별로 합산한 결과 대림산업이 2만8128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이 2만49가구로 그 뒤를 이었고 GS건설(1만7889가구), 호반건설(1만5913가구), 현대건설(1만5864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이 공급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가와 상가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을미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가분양 시장은 위례, 동탄2신도시, 서울 마곡지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상가 업계에 따르면 ‘위례 우성트램타워’상가 223실이 1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위례 우성메디피아’상가 70실도 2월 분양 예정이다. 상반기 중 ‘위례 아이온스퀘어’(280실)와 ‘위례 우남역 트램스퀘어’(146실)도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디스퀘어’상가 40실이, 마곡지구에서는 ‘센트럴타워’상가 66실과 ‘마곡 필네이처’상가 16실이 각각 분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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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