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 대표에 선출될 경우 2016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권레이스에 뛰어든 문 의원이 갑작스레 '총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두고 문 의원 측은 "정치적 미래를 계산하지 않고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을 살리지 못하면 제 시대적 역할도 거기까지"라며 "총선 전까지 당을 신제품으로 싹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당 살리는 데 정치생명을 걸 것"이라며 "지는 정당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정치정당에서 정책·경제정당으로, 여의도 정당에서 생활정당으로 변화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확실해 보이는 명분을 제시했음에도 이 명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이번 총선 불출마 선언은 '생색내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총선을 포기하고 대선을 취하겠다는 '대탐소실' 전략이 아니냐는 것.
정치인들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대선에 나설 대권후보가 대선 1년 전에 치러지는 2016 총선에서 굳이 힘을 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문 의원이 대선으로 가는 수순이라면 총선이 아니라 당 대표 경선 불출마가 맞지 않겠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당권경쟁에서 문 의원과 함께 '빅2'로 평가받는 박지원 의원에게 밀리기라도 할 경우, 문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에 이은 메가톤급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빅2'와 함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있는 조경태 의원도 "어려운 지역에 나와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리더의 모습인데 참 실망스럽다. 나는 당 대표가 되더라도, 승리가 어렵더라도 부산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 의원이 당 대표를 취하면서 총선을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치적 미래'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대권으로의 '무혈입성'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 의원의 '2016 총선포기 카드'가 전대 경선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빅3' 중의 한 명인 정세균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비노(비 노무현)계 인사들이 대거 DJ(김대중)계로 쏠릴 것을 우려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특히 2017년 19대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간 이동에도 상당한 변화기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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