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인물열전> 2015 이들을 주목하라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을 뒤로 한 시점에 송구영신의 뜻처럼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에서 ‘2015 이들을 주목하라’란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2015년 각 분야별 주목되는 인물을 살펴보자.

[차세대 리더 안희정]

‘잠룡’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에게 있어 2014년은 남다른 한 해였다. 6·4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명실공히 ‘충남의 아들’로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야권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꼽히는 등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민주당의 불모지와 같던 충남에서 당선된 사실은 그의 저력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언변이 능해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안 지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7·30 재·보선 패배 후 ‘안철수 구하기’의 선봉에 서서 ‘포용의 리더십’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등 정치적으로 신념이 확실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권 도전을 언급한 바 있는 만큼 2015년은 그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 지지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을지가 향후 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1965년 뱀띠인 안 지사가 과연 허물을 벗고 ‘잠룡’이 아닌 ‘용’으로 승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상 꿈꾸는 박세창]


독수리가 비행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꼭 필요한 행사 이외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해왔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비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부사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젊은 경영인으로서 꿈과 열정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분야별 주목할 만한 10인 선정

박 부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금호타이어 전략담당 부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이후 2014년 1월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그의 행보가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식이라 보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금호타이어도 2010년 이후 5년 만에 경영성과가 호전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15년 박 부사장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호타이어가 세계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작품 기대되는 유하]

묵직한 이야기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견감독 유하가 2012년 영화 <하울링> 이후 3년 만에 돌아온다. 그가 이번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강남 1970>으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잇는 거리 3부작의 완결편으로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욕망과 배신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민호와 김래원이 주연으로 출연해 카리스마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오는 2015년 1월21일 개봉한다. 한국형 느와르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을 통해 사랑을 받아온 그가 <강남1970>에선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또 어떤 시대상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지상파 노크 하연수]

속칭 ‘꼬부기녀’로 불리는 하연수가 웹 드라마 <사이:여우비 내리다>를 통해 인기몰이 중이다. 박수봉 작가의 인기 단편 웹툰 <사이>를 원작으로 한 단편 웹 드라마 <사이:여우비 내리다>는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2013년 영화 <연애의 온도>를 통해 데뷔한 그녀는 동그란 이마와 큰 눈망울 등 남심을 흔드는 귀여운 외모로 일찍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꼬부기’를 연상시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꼬부기녀’로 통하고 있다. 모태 자연미녀로 통하는 그녀는 데뷔 1년8개월 만에 이미 다수의 화보와 CF 등을 찍어 모델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제 연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2015년 행보가 주목된다.
 

[남자로 돌아온 유승호]

‘리틀 소지섭’이 누나들 품으로 돌아왔다. 최근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이기자부대 신병교육대대에서 전역식을 치른 유승호는 향후 작품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유승호는 2013년 3월 비밀 입대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제가 제대로 인사도 못해서 많이 죄송스럽고 많이 아쉬운 마음이었다”며 “전역할 때는 정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고 전역 소감을 밝혔다. 현재 특별한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유승호는 고아라와 함께 영화 <조선마술사> 출연을 확정, 세부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

[시청자 홀린 변요한]

4개월간 시청자를 울고 웃긴 tvN 드라마 <미생>이 지난 20일 종영되었다. 그러나 극중 호평받은 배우들은 그 기세를 2015년까지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생>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캐릭터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중 한석율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배우 변요한은 변칙적인 제스처와 확실한 감정표현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그는 내년 3월 개봉 예정인 주연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를 통해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미생>을 통해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은 미생을 통해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행 가시권 강정호]


미국프로야구(이하 메이저리그) 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포스팅 제도 도입 16년 만에 처음으로 독점교섭권을 따냈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A-로드(알렉스 로드리게스) 강정호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야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가 승인한 상황에서 남은 건 계약뿐이다.

국민들의 우울한 마음 달래줄 기대주

김광현, 양현종과는 달리 강정호는 40홈런을 친 유격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메이저리그가 현재 유격수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피츠버그는 2013년, 2014년 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최근 강팀으로 변모해 만약 강정호가 계약한다면 생애 첫 우승반지도 노려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야진이 탄탄한 피츠버그를 두고 타팀을 견제하기 위한 위장 오퍼다 주장한다. 그러나 피츠버그가 제시한 포스팅 입찰액 500만 ‘2015달러’가 의미하듯 조건이 맞다면 강정호와 2015년을 함께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현진의 진출로 열린 메이저리그 직행의 문, 그 문 앞에 서있는 강정호가 보여줄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국축구 희망 이승우]


한국의 축구팬이라면 해외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보며 한번쯤 ‘아~저런 선수가 대표팀에 있어야 되는데’하는 생각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축구팬의 갈증을 해소해줄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리틀 메시’라 불리는 이승우다. 그는 역대 한국 축구 선수 중 가장 어린나이로 스타가 됐다. 만 13세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해 일찍이 세계 최고의 명문 팀으로 꼽히는 바로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하게 된다. 그리고 16세가 됐을 때 ‘U-16 챔피언십’에 한국대표로 출전, 숨겨왔던 기량을 맘껏 뽐내 국내 축구팬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강하게 새겼다.

이승우는 이 대회에서 5경기를 소화하며 5골 5도움을 기록해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최우수선수와 득점상이라는 개인 타이틀까지 휩쓸었다. 그가 메시와 비교되는 것은 비단 소속팀 때문도 메시와 함께 찍은 사진 때문도 아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빠르고 힘차며 날카롭다. 앞으로 3∼4년 안에 1군에 올라간다는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18세가 되는 2015년, 그의 성장이 한국 축구의 성장과 비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녀 개그우먼 김승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와중에 개그우먼 김승혜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007년 SBS 9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그녀는 그동안 <웃찾사> <개그사냥> <개그투나잇>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러나 SBS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으로 그녀는 2014년 KBS로 직장을 옮기게 되고 개그맨의 산실과도 같은 <개그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력은 다채롭다. 2006년 MBC <팔도모창 가수왕>에서 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2007년 SBS 신인개그맨 선발대회 동상 등 다분한 재능을 선보여 왔다. 또한 그녀는 걸그룹 'WOW' 출신으로 2012년 디지털 싱글 앨범 ‘둥근해가 떴습니다’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렇듯 그녀는 잠재된 끼가 충만하다는 점에서 2015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신예 걸그룹 소나무]

데뷔를 앞둔 신인 걸그룹 ‘소나무’의 멤버들 모습이 전격 공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단체 사진과 데뷔 트레일러 속 그녀들은 그룹명에 걸맞게 녹색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녀들은 같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 ‘시크릿’을 이을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음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이틀 곡 ‘데자뷰’는 히트곡 ‘마돈나’ ‘매직’ 등을 작곡한 프로듀싱 팀 스타트랙(강지원, 김기범)과 ‘빈티지’ ‘여자를 몰라’ 등 세련된 비트가 돋보이는 작곡가 MARCO가 함께 제작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소나무는 오는 29일 화려한 쇼케이스를 가진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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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