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vs 모피아' 금융권 서바이벌 막전막후

MB 사람들-GH 사람들 ‘힘겨루기’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금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신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모피아'는 찬밥신세다. 언제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려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동문 75학번 7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1년 20∼30명 수준이던 서금회 멤버는 2012년 대선 직전 300여명까지 늘어났다. 멤버 대부분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학번의 서강대 출신 팀장급 이상 인사들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되어 있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강대 대표 동문 모임이다.

관피아 척결?
신 관치시대!

서강대는 박 대통령이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학교에 방문하는 등 인지도가 급성장했으며 니는 서강대가 명실상부한 명문대 대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했고, 이는 '서강학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대'를 구성해 왔다.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의 박 대통령은 당시 서병수 의원(경제학과 71학번, 현 부산시장)과 배성례 대변인(영문학과 78학번),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경제학과 66학번),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신문방송학과 77학번), 조인근 대선본부 메시지팀장(국문학과 82학번) 등 서강대 학부 출신 인사들을 선거 캠프로 불러들였다.

대학원이나 교수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포진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1973∼1988 경제학과 교수)과 김태흠 의원(공공정책 대학원 석사), 전하진 의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 그들이다.


사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서금회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정권 중반이자 연말 인사시즌인 올해 말부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수학과 67학번이다. 2001년에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서강금융인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순우 연임 포기, 서금회로 우회 압박?
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도인선 개입 논란

정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 71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를 수료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사장과 함께 코스콤 사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김철규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도 서강대 71학번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현재 서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학과 76학번이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정치외교학과 75학번)이다. 현재 서금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는 사학과 81학번이다.

서금회 멤버가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이번에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두는 등 민영화 작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행장이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 출신인데다가 서금회 핵심 멤버라 정부가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의지 강하더니
돌연 포기 왜?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인사철마다 산은지주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같았다. 특히 산은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홍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서금회 소속은 아니지만 서강대 인맥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학과 76학번)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 77학번),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경영학과 74학번),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경영학과 81학번),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무역학과 76학번) 등 5명은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을 아우르고 있다.

은행, 증권 및 카드 업계에는 이강행 한국투자증권부사장(경제학과 79학번)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학과 76학번),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학과 76학번),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경제학과 76학번),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대표(경영학과 84학번), 정은영 HSBC은행 기업부문 대표(경영학과 83학번),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 75학번)등 이 있다.

서금회가 뭐길래
본인들은 "몰라"

이들 중 채우석 부행장, 김병헌 대표, 이정철 대표 등은 서금회의 하부 모임인 서강금융포럼의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학과 71학번)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다.

기존 금융권을 호령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재무부의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 수장 자리에서 모피아는 사라졌다. 남아 있는 모피아 인사들은 물밑들이 밀고 들어오는 서금회에 맞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시대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8회)이 산은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다. 강 전 회장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재무부 3대 요직인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했고 현업에 종사했던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연임이 예정되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행시 21회)도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행시 23회)도 퇴임했다. 윤 전 행장은 1978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난 후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 후임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치명타'는 임영록 전 KB금융회장(행시 20회)이 날렸다. KB금융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인해 임 전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경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모피아 줄줄이 퇴진
금융권 전반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

지난해 8월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행시 9회)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를 역임했다. 후임에는 김한철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새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과 통합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행시 16회)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빈자리는 진웅섭 사장이 채워 일해 왔지만 진 사장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에서도 모피아의 퇴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임기가 만료된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후임에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관피아' 척결 움직임 덕에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이 신임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1년간 이어진 회장 인선 절차기간에는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손보협을 이끌어 왔다.

앞선 지난해 4월 역시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행시 22회로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김근수 회장 역시 행시 2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김병기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6회)은 임기만료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월 퇴임했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신임 사장 자리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꿰찼다.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행시 17회)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바 있다. 고위직에서 퇴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행시 15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이달 임기 만료됐으며 후임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남아있는 모피아 출신 금융권 인사 중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사가 임종룡 HN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채과장,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지휘봉을 잡은 뒤 사외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들로 채워 넣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씨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씨,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국환씨,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여성부 차관·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정택씨가 그들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서강 인맥 급상승

지난해 6월 선출된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최규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융실명제 실시작업반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서기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 행정관을 지낸 후 기획재정부에서 회계결산심의관과  국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전임자인 주용식 전 회장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