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vs 모피아' 금융권 서바이벌 막전막후

MB 사람들-GH 사람들 ‘힘겨루기’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금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신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모피아'는 찬밥신세다. 언제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려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동문 75학번 7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1년 20∼30명 수준이던 서금회 멤버는 2012년 대선 직전 300여명까지 늘어났다. 멤버 대부분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학번의 서강대 출신 팀장급 이상 인사들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되어 있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강대 대표 동문 모임이다.

관피아 척결?
신 관치시대!

서강대는 박 대통령이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학교에 방문하는 등 인지도가 급성장했으며 니는 서강대가 명실상부한 명문대 대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했고, 이는 '서강학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대'를 구성해 왔다.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의 박 대통령은 당시 서병수 의원(경제학과 71학번, 현 부산시장)과 배성례 대변인(영문학과 78학번),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경제학과 66학번),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신문방송학과 77학번), 조인근 대선본부 메시지팀장(국문학과 82학번) 등 서강대 학부 출신 인사들을 선거 캠프로 불러들였다.

대학원이나 교수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포진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1973∼1988 경제학과 교수)과 김태흠 의원(공공정책 대학원 석사), 전하진 의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 그들이다.


사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서금회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정권 중반이자 연말 인사시즌인 올해 말부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수학과 67학번이다. 2001년에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서강금융인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순우 연임 포기, 서금회로 우회 압박?
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도인선 개입 논란

정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 71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를 수료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사장과 함께 코스콤 사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김철규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도 서강대 71학번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현재 서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학과 76학번이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정치외교학과 75학번)이다. 현재 서금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는 사학과 81학번이다.

서금회 멤버가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이번에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두는 등 민영화 작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행장이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 출신인데다가 서금회 핵심 멤버라 정부가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의지 강하더니
돌연 포기 왜?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인사철마다 산은지주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같았다. 특히 산은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홍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서금회 소속은 아니지만 서강대 인맥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학과 76학번)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 77학번),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경영학과 74학번),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경영학과 81학번),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무역학과 76학번) 등 5명은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을 아우르고 있다.

은행, 증권 및 카드 업계에는 이강행 한국투자증권부사장(경제학과 79학번)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학과 76학번),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학과 76학번),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경제학과 76학번),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대표(경영학과 84학번), 정은영 HSBC은행 기업부문 대표(경영학과 83학번),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 75학번)등 이 있다.

서금회가 뭐길래
본인들은 "몰라"

이들 중 채우석 부행장, 김병헌 대표, 이정철 대표 등은 서금회의 하부 모임인 서강금융포럼의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학과 71학번)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다.

기존 금융권을 호령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재무부의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 수장 자리에서 모피아는 사라졌다. 남아 있는 모피아 인사들은 물밑들이 밀고 들어오는 서금회에 맞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시대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8회)이 산은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다. 강 전 회장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재무부 3대 요직인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했고 현업에 종사했던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연임이 예정되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행시 21회)도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행시 23회)도 퇴임했다. 윤 전 행장은 1978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난 후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 후임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치명타'는 임영록 전 KB금융회장(행시 20회)이 날렸다. KB금융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인해 임 전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경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모피아 줄줄이 퇴진
금융권 전반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

지난해 8월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행시 9회)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를 역임했다. 후임에는 김한철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새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과 통합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행시 16회)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빈자리는 진웅섭 사장이 채워 일해 왔지만 진 사장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에서도 모피아의 퇴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임기가 만료된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후임에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관피아' 척결 움직임 덕에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이 신임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1년간 이어진 회장 인선 절차기간에는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손보협을 이끌어 왔다.

앞선 지난해 4월 역시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행시 22회로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김근수 회장 역시 행시 2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김병기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6회)은 임기만료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월 퇴임했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신임 사장 자리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꿰찼다.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행시 17회)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바 있다. 고위직에서 퇴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행시 15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이달 임기 만료됐으며 후임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남아있는 모피아 출신 금융권 인사 중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사가 임종룡 HN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채과장,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지휘봉을 잡은 뒤 사외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들로 채워 넣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씨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씨,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국환씨,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여성부 차관·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정택씨가 그들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서강 인맥 급상승

지난해 6월 선출된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최규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융실명제 실시작업반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서기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 행정관을 지낸 후 기획재정부에서 회계결산심의관과  국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전임자인 주용식 전 회장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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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