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골프장 위기 봉착 내막

재난 터질 때마다 골프장이 타깃 되는 대~한민국

“골프의 위기다.” 전국 주요 골프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직격탄을 맞은 지난 4월말 A골프장 K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성수기인 5~6월 예약률이 60%를 밑도는 곳도 있었고, 세월호 참사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예약률이 예년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시기에 골프를 즐기면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암묵적으로 퍼져 이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재난이 터질 때마다 골프가 타깃이 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본잠식 86곳, 대대적 구조조정 시급
16조원 시장, 스포츠산업 일자리 30%

문체부, 연간 400억원 부가금 폐지 시도
부담금 폐지→이용객 혜택 사실상 미미

골프는 다른 종목보다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스포츠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은 2012년 기준 15조4250억원 규모(골프 시설·제조·서비스업 등 포함)다. 지난해에는 16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친숙치 않은
‘사치 스포츠’골프

골프산업 종사자는 10만5300여명으로 전체 스포츠산업 종사자 수 34만2400여명의 30.8%에 달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박인비, 최경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하며 국위선양에 한몫했으며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확실한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사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며 대중에게 여전히 친숙하지 않은 종목으로 남아 있다. 골프산업 종사자들은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내고 골프 인구가 늘어나야 국내 골프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미국처럼 골프가 대중화되면 골프장은 물론 골프용품 제조업체들까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골프 대중화의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것은 골프장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악화는 골프산업 생태계의 악순환 우려를 부르고 있다. 한때 골프장 사업은 인·허가만 따내면 대박이 났다. 자기자본 없이도 회원권을 팔아 모은 자금으로 공사를 마치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하지만 호시절은 옛말이 됐다. 입회금 반환 문제 때문에 경영난에 처한 회원제 골프장들이 줄줄이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올 초 기준 법정관리대상인 골프장은 총 19곳이며 자본잠식 상태인 회원제 골프장도 86곳에 달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연구소장은 “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국내 골프산업은 일반제(퍼블릭) 골프장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4년만 해도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132개)의 절반에 못 미치는 58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231개까지 늘어 처음으로 회원제 골프장(230개)을 앞질렀다.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 골프장에 일반세율을 적용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 소장은 “회원제에서 평일에 골프를 치려면, 입장료·카트피·캐디피를 모두 합쳐 1인당 21만원은 있어야 하고 퍼블릭도 16만원이 든다”며 “여기에 4만~5만원 정도만 내리면 국민들도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골프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캐디·카트 선택제를 도입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골퍼들을 중심으로 ‘골프소비자운동’도 일고 있다. 사단법인을 추진하고 있는 이 단체는 간식, 음료수를 판매하는 ‘그늘집’의 바가지요금 등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또 골프장을 개방해 지역사회와 가족들의 놀이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상반기 8조원 재정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문체부가 한해 수백억원 규모의 기금 재원인 골프장 부가금을 폐지하겠다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문체부는 지난 7월3일 골프장 부가금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는 그린피 외에 세금이 포함돼 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농특세·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1인당 2만1120원의 세금에다 그린피 액수에 따라 1000~30 00원의 ‘골프장 입장료 부가금(국민체육진흥기금)’이 매겨진다.
2009년 200억원, 2010년 194억원이었던 골프장 부가금은 2011년 418억원, 2012년 43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으나, 부가금 징수를 중단한 지난해의 경우 체납액 25억원만을 징수했다.
하지만 부가금 징수 중단 조치가 법률적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국회의 지적 이후 문체부는 올해 2월부터 부가금 재징수에 나섰다. 올해 4월 말까지 징수한 부담금 총액은 총 49억4600만원으로 당초 계획(7억5000만원)보다 6배 넘게 징수했다.

법원 문 두드리는
회원제 골프장

문체부는 입법예고문에서 “친환경 대중골프장 건립사업 종료에 따라 부가금 징수를 폐지한다”고 했으나 골프장 부가금의 사용 목적은 친환경 대중골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체부가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골프장 부가금의 사용내역’ 답변자료를 보면 부가금 징수금은 기금의 다른 수입 등과 함께 생활체육, 전문체육, 국제체육교류, 장애인체육회 지원, 대중골프장 조성 등 국민체육진흥사업에 지원된다. 특히 문체부는 이 같은 골프장 부가금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개정 계획을 꼭꼭 숨겨왔다.
정부는 국회법 제5조의 3에 따라 매년 1월31일까지 해당연도에 제출할 법률안에 관한 계획을 국회에 통지하여야 하며, 그 계획을 변경한 때에는 분기별로 주요사항을 국회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문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년 법률안 국회 제출 계획’에는 골프장 부가금을 삭제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빠져 있었다.
박주선 의원이 공개한 문체부의 ‘20 15년도 예산요구서’를 보면 문화부의 2015년 기금 수입 계획 중 ‘골프장 부가금 397억원’이 편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 입법 계획대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당장 397억원 규모의 예산 공백이 발생함은 물론 앞으로도 매년 4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사라지는 셈이다.
박 의원은 “작년 8조, 올해 상반기 10조원의 세수 부족으로 ‘신용카드 공제 축소’ 등을 검토하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골프장 이용객에게 부과되는 1000~3000원의 부가금을 깎아주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세수 공백을 추가로 야기하고 있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체부는 400억원 규모 세수를 통한 공익보다 ‘골프장 이용객 3천원’을 더 중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에 통지하지도 않은 정부입법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가금 삭제 계획
꽁꽁 숨긴 이유는?

한편 문체부의 2013년 12월 골프장 부가금 폐지 후 요금 삭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회원제 골프장 186개소 가운데 2곳 중 1곳(56%)은 입장료를 동결 또는 인상해 부담금 폐지로 인한 골프장 이용객의 혜택은 사실상 미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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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