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⑬본색 드러난 사무라이 정신

패전하자 자살 위장하고 도망친 사령관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사령관 ‘이타가키 세이시로’는 ‘무토 아키라’ 등과 함께 A급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옥쇄를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네 번째는 믿을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신뢰성이다.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은 그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 위하여 사실을 미화하고 심지어 거짓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은 ‘가미카제 특공대’에 대한 증언을 하면서, “이는, 모든 정치인들과 역사 인식이 부족한 역사학자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며, 정부는 더 이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직언을 했다.

국민 속인 일본

그리고 “포악했던 침략전쟁을 거짓말로 미화하지 말라”고도 했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은 요미우리 신문의 주필 겸 회장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도층 인사이자 지식인이다.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몸소 겪은 전쟁 세대이다.

그런 사람이 ‘가미카제 특공대’를 예로 들면서 자신은 사병으로서 ‘가마카제 특공대원’들의 옆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면서 “더 이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쓴소리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이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이 한 쓴소리를 되새겨 볼 때, 일본 정부는 많은 부분의 역사를 왜곡했다고 믿어진다. ‘가미카제 특공대’ 뿐 아니라,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에서 역사 왜곡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그래서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은 ‘이 왜곡’이 아니라, ‘이 모든 왜곡’이라고 했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의 이 말을 잘 되새겨 생각해 볼 때, 일본 정부가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포악했던 침략전쟁을 거짓말로 미화하지 말라”는 말로 미루어 보아 거짓말뿐만 아니라, 많은 사실을 미화하고 있는 것도 같다. 한번 거짓말하면 계속 거짓말하는 법이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용맹과 기쁨으로 돌진했다”는 얘기가 거짓이라는 것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가미카제 특공대’의 진실을 왜곡하였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이 “일본 정부는 많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직언한 이상, 비슷한 때에 일어난 ‘일본군들의 옥쇄’에 대하여서도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인간 병기를 만든 것도 태평양전쟁 말기이며, 옥쇄라고 하는 집단 자살이 일어난 시기도 바로 태평양전쟁 말기이다.

일본 정부가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된 일본군들이 포로로 잡히는 치욕보다 명예를 위해 스스로 옥쇄했다”라고 발표한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일본 정부가 같은 시기에 ‘가미카제 특공대’에 대한 진실은 거짓말을 하면서, 집단 자살에 대해서는 진실대로 발표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일본 정부의 태도와 시기를 미루어 볼 때, ‘포로가 되는 치욕보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옥쇄 한 것’이라고 하는 일본 정부의 발표도 거짓일 확률이 크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전쟁 기간 중 일본 정부의 검열과 전쟁에 대한 미화는 극에 달했다. 실제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으며, 대부분의 국민은 일본군의 패전과 잔혹 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 채 전쟁에 협력하였다.

부끄러운 역사 미화한 일본
민간인 10만 학살, 일본의 민낯


이로 볼 때 ‘옥쇄’ 발표도 태평양전쟁을 ‘성전’으로 만들어 전쟁에 대한 명분을 얻으려는 일본 정부의 기만정책이었던 것이다. 이상이 만세절벽과 자살절벽, 그리고 오키나와 등 수많은 태평양 전선에서 자살한 일본군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미군과 싸우다가 옥쇄(?)한 일본인들의 죽음의 진실에는, 그 바닥에 ‘사무라이 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군들이 포로로 잡히는 치욕 대신 명예를 위하여 옥쇄를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겁에 질려서 공포에 질려서, 그리고 군중 심리에 이끌려 판단력을 잃은 일본군들이, 정부의 거짓 책동을 그대로 믿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심한 사람들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렇듯 사실을 왜곡시켜 놓고 이것이 사무라이 정신이요 또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 ‘야마토 다마시’라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에 사무라이 정신을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사람들은 바로 군국주의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전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소위 말하는 A급 전범들이다. 이 군국주의자들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사무라이 정신을 교육시켰고, 그 사무라이 정신이 바로 일본 정신인 ‘야마토 다마시’라고 하면서 일본 국민과 군인들을 세뇌시켰던 것이다.

‘전진훈’을 내려 ‘포로로 잡혀 치욕을 당하느니, 명예롭게 죽고’, ‘와전옥쇄(瓦全玉碎)’, 즉 ‘하찮은 기와로 온전하게 남기보다는,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져 죽으라’고 명령을 내린 자들이었다. 이들이야말로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하고, 현대판 사무라이로 모범이 되었어야 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이들이 보인 형태는 그런 기대와는 크게 다른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여 주었다. 시정잡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추잡스런 것이었다.

물론 전쟁이 끝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전선에서 죽은 많은 군인들에게 사과를 한 사람도 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창시한 ‘오니시 다키지로’ 중장 같은 사람이다. 오니시 다키지로 중장은 자신의 명령으로 죽어간 수많은 청년과 그 부모들에 대한 사죄의 표시로 일본이 항복을 하면서 바로 할복 자결 했다.

그러나 이런 사무라이다운 행동을 보여 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훨씬 많은 자들이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추태를 보이다가 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교수형으로 죽었다.


‘오타니 게이지로’ 전 일본 동부헌병대 사령관은 전범으로 지명받자, 자살로 위장하기 위하여 가짜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행상을 하다 잡혔으며, 육군성 군무장관을 역임하고 제14방면 참모장으로 필리핀 전선을 지휘했던 육군 중장 ‘무토 아키라’는, 자신은 교수형에 처해질 정도의 죄가 없는데 자신에게 혐오감을 갖고 있던 ‘다나카 류키치’가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여 자신은 죽게 되었고 그는 사형을 면하게 되었다고 비난하며, 자신이 죽으면 혼령이 되어 그의 몸에 붙어 그를 미쳐 죽게 하겠다고 저주를 하며 교수형에 처해졌다.

역사인식 부족

‘무토 아키라’는 필리핀 대학살의 주범이었다. 연합군에 밀려 후퇴를 하면서 약 십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죽이고 부녀자를 강간했으며, 1000명이 넘는 걸음도 떼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죽인 범죄자였다. 그럼에도 자신이 교수형에 처해 지는 것이 억울하다고 불평하였던 것이다.

이들보다 훨씬 더 추한 행태를 보인 사람은 바로, 군국주의자 중에 군국주의자이자 전쟁의 핵심인물이었던 ‘도조 히데키’이다. 도조 히데키는 전통적인 군인 집안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육군 중장을 지낸 ‘도조 히데노리’이다. 전통적인 군인 집안 출신답게 그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의 정예 엘리트로서 관동군 헌병대 사령관, 관동군 참모장 등 요직을 거쳐 일본 육군의 핵심요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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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