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⑨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터스텔라>

“뻥 마케팅에 그만 속자”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아홉 번째 이야기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다.

개봉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있고, TV영화채널에서 방영할 때까지 기다리는 영화도 있다. 영화의 흥행은 영화 콘텐츠가 훌륭해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탁월한 홍보마케팅에 의해서 결정될 때도 있다.

영화의 선택

우리가 영화를 보겠다고 선택을 할 때는 예고편이나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리뷰, 그리고 영화를 구성하는 제작사, 연출, 출연진, 스토리 등을 고려하여 나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재밌는 영화, 의미있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선택한 영화관을 나와 그 영화를 선택한 결론을 내린다. ‘진짜 재밌었어’ ‘와 이 영화 정말 멋있는데’ ‘주인공의 대사가 기억나…그 장면 잊지 못할 거야’ 혹은 반대로 ‘돈 주고 본 게 아깝다’ ‘누가 재미있다고 그런 거야?’ ‘에이 실망이야’ 등등.

재밌다는 정보를 확신한 관객입장에서 영화가 지루하고 형편없을 때 관객은 스스로 ‘혹시 남들이 다 재밌게 본 영화를 나만 지루해 한 건 아닌가?’라며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평점이 높다한들, 또 영화의 연출이 누구도 함부로 씹을 수 없는 세계적인 거장이건 간에 ‘재미없는 영화는 재미없다’고 느낀다. 특히 흥행몰이 중인 영화라 할지라도 영화가 끝난 뒤 극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지루한 침묵이 공조되면 더더욱 지루한 영화라는 결론을 확신한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점이 이렇게 높은데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1000만이 넘은 영화들이 일 년에 두세 편씩 나오고 마치 그 영화를 안보면 왕따를 당할 거 같은 열등의식에 기어코 언제든 그 영화를 보게 되는 사람들. 그 배경에는 마케팅이 있다. 사람들은 쉽게 유혹당하는 순수의 경계에 살고 있다.

영화를 파는 마케터들은 사람들이 어떤 자극에 영화를 선택할지 알고 있다. 예고편을 그럴싸하게 꾸미고, 블로거들을 동원해서 신뢰성을 구축하고 제작진과 출연진 중에 영웅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TV와 각종 매체의 광고 시간도 사고, 신뢰성을 갖춘 매거진의 지면을 광고로 사며 평론 페이지를 흥정한다. 매체와 전공자들이 입에 침이 튀도록 영화를 칭찬하고, 그리하여 올가미 같은 마케팅은 마치 그 영화를 보지 않으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의식을 심어 놓는다.

이런 현상이 영화에 한정이겠는가? TV 한 대를 사면 10년 20년을 쓰던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2~3년 지나면 새로운 트랜드의 TV를 사야하고, 스마트폰은 버전이 새로워 질 때마다 바꿔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몇 해 전 잘 보고 있던 TV의 전원장치가 나갔다. ICD TV였는데 수리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장난 부분을 고치려하자 그 쪽 직원의 말이 가관이 이었다. “누가 TV를 가구로 보나요. 소모품이에요. 3년에 한번 씩은 고장나게 되어 있어요. 전원장치 수리비나 새로 사나 가격 비슷해요. 그냥 버리세요.”

<그래비티> 이어 중력 소재로 한탕
보는 내내 하품 나오고 지루한 영화


핸드폰은 어떤가? 파격적 통신 속도 상품부터 스마트폰 화질과 기능을 쥐꼬리만큼씩 업그레이드하고 이용요금제를 올리며 거의 1년에 한번 씩 바꾸라고 대놓고 열등의식을 심고 있질 않은가? 와이파이가 뭐 전국을 다 통하게 한다는 거짓말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LTE, 4G 팔아먹으려 3G 속도를 엄청 느리게 하고 지하철이나 공용 와이파이 공간은 되도 않는 와이파이 안테나 표시만 뜨게 해서 인터넷 접속도 쉽지 않은 상태를 수없이 겪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결국 새로운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이 공공연히 성행중이다.
 

나 역시 요금제가 괜찮으면 아이폰6로 갈아탈까하다가 단통법이 발표되고 나서 쓰고 있던 아이폰4를 망가질 때까지 쓰기로 했다. 배터리 수명이 예전 같지 않기에 인터넷 검색으로 배터리 교환법을 배워서 2만원 상당의 배터리 정품만 교체하고 쓰기로.

솔직히 아이폰4만 해도 내가 쓸 수 있는 건 다 쓸 수 있다. 아이폰6니 삼성 갤럭시5니 공간이동이나 시간이동이 되는 건 아니잖은가? 그러고 보면 돈 내는 장치들 아닌가? 돈 내는 장치 비싼 값에 사주고 다달이 꼬박 돈을 내야하고 며칠 늦으면 빚쟁이처럼 독촉 문자질이나 당한다. 마케팅의 결론은 지출이다.

돈이 펑펑 남아도는 사람들은 별개이겠지만, 생활계획 알뜰하게 꾸려도 저축하기 힘든 시기 마치 그 물건을 안 가지고 있으면 열등할 거라는 마케팅을 조심하자. 특히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 재밌다는 홍보에 속아서 시간도 낭비하고 괜히 허탈해하고 그러지 말자.

보는 이의 관점이 다르다 하지만 15년을 영화를 소개하고 꾸준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과장된 유명과 군중심리몰에 이용당하는 느낌의 영화들이 꽤 있다고 보는 편이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중에 <인셉션> 류의 영화는 좋아하지만, <배트맨> 류의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도 인터넷이니 뭐니 칭찬 일색이어서 이번에 개봉한 <인터스텔라>를 봤다.

나는 보는 내내 하품이 나오고 지루했다. 평단의 극찬과 과학자까지 동원된 동영상 광고에 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재밌게 본 사람도 있으리라 본다. 현재 개봉관을 점령한 <인터스텔라>의 스토리는 지구가 황폐해져서 식물이 자라기 힘들고, 식량이 부족하여 외계로 우주선을 파견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삐뚤어진 편견?

나는 우습게도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 우주센터가 가깝네” “풍력발전해서 LED로 재배하지”라는 삐뚤어진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또 가끔 화성에서 보내온다는 사진을 불신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풀 HD시대 왜 화성탐사로봇 사진만 불확실하고 애매한 거야?” 뭐 이런…. 지난해 그래비티(중력)로 자극시간 계산해서 한탕 제대로 친 할리우드 영화가 이번에도 중력을 소재로 한탕치고 있다. 왜 나는 <인터스텔라>가 그리 지루했을까? 나만 그런 건지 묻고 싶다. 뻥 마케팅에 그만 속자.

 

<www.전창걸.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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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