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은 국세청 vs 나무왕, 500억 탈세 공방전

구리왕·선박왕 무죄 완구왕 유죄…이번엔?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국내 거주자로 봐야한다." "세금 납부할 이유 없다." 국세청과 '나무왕'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이 한판 제대로 붙었다. 국세청은 승 회장 부자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양도세와 이자소득세 등을 내지 않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승 회장 부자는 "한국 세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국세청이 밝힌 탈세액은 무려 500억원이다.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부자가 500억원대 역외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지난 5일 승 회장과 두 아들이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린도와 계열사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회사 주식을 거래하면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고 금융자산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다. 검찰 조사는 지난 4월 국세청이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하고 승 회장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관건은 승 회장 부자가 국내 거주자인지, 아니면 비거주자인지에 달렸다. 한국 세법은 개인을 거주자와 비거주자로 구분해 과세범위와 과세방법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개인의 경우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납세의무를 부과하지만 비거주자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는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거주? 비거주?
엇갈린 법해석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주소와 거소의 판정)에 따르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또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를 국내 거주자로 본다.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영주권을 얻은 자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없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하여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는 비거주자로 본다.

하지만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는 것 '이현령비현령'이다. 가족상황, 재산상황, 직업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애매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공개된 '2014 세법개정안'에서도 거주자 판정 기한을 기존 1년 이상에서 183일(6개월) 거소로 바꿨을 뿐 세부 규정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법원의 판단도 엇갈린다. 실제로 논란이 됐던 역외 탈세 형사 재판의 대표적 사례인 '선박왕(권혁 시도상선 회장)'과 '구리왕(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 '완구왕(박종완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 등은 똑같이 비거주자 요건을 이용해 국세청과 오랜 싸움을 벌였음에도 운명은 제각각으로 엇갈렸다.

지난 2011년 국세청은 카자흐스칸 구리 채광 제련업체인 카작무스 지분을 매각해 1조원의 차익을 남긴 '구리왕' 차 전 대표에 대해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벌여 16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차 전 대표는 세금 고지 전 불복 절차인 과세적부심사에서 '국내거주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1600억원의 추징통보는 부당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적부심사위원회는 차 전 대표의 국내 거주일수가 1년에 약 1개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국세청은 '선박왕' 권 회장을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 탈세목적으로 조세회피처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것처럼 속여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사상 최대인 4101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승은호 회장 일가 역외탈세 검찰 수사
유령회사로 양도세 등 내지 않은 혐의

이후 검찰은 2200억여원을 탈세하고, 국내 조선회사들과 선박 건조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사 돈 9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권 회장을 기소했다.

1심은 권 회장이 종합소득세 1672억원, 법인세 582억원을 각각 포탈한 것으로 보고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항소심은 소득세 2억4000여만원 포탈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고 시도상선의 홍콩법인인 시도카래리어서비스도 실질적 관리 장소를 국내에 둔 내국 법인에 해당해 납세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으나 "조세포탈 혐의로 형사처벌하려면 조세회피를 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감행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감형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20번의 공판이 진행되는 등 2012년부터 2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여온 '완구왕' 박 대표는 1심에서 웃었지만 항소심에서 울었다.

박 대표는 홍콩법인 근도HK에서 낸 이익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빼돌리는 방법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소득 신고를 누락해 종합소득세 437억원을 포탈하고 947억원의 재산을 국외에 은닉·도피시킨 혐의로 지난 2011년 불구속 기소됐다.  

'완구왕' 사건은 지난 2009년 국세청이 역외 탈세 1호로 고발한 첫 번째 역외탈세사건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2012년 2월 1심은 박 대표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 소득이 발생한 2000년 박 대표가 미국 영주권자였기 때문에 박 대표를 국내 비거주자로 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자유인이 될 뻔 했던 박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국 국세청이었다. 같은 해 4월 말 미국 국세청이 '박 대표는 미국 거주자가 아니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세청에 발송하면서부터다. 결국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박 대표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0억원 등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상고심에서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박 대표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2000년까지 미국에 거주하던 박 대표가 한국으로 주거를 옮긴 2001∼2002년 170억원 상당의 탈세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 재판부는 "홍콩법인이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하는 돈을 판매 수수료 등으로 허위기재하고 자신이 인출·송금 권한을 갖고 있는 유령 회사로 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구리왕' '선박왕'에게 연달아 굴욕을 맞은 국세청과 검찰이 '완구왕' 덕에 체면을 세운 셈이다.

"우리가 이긴다"
양쪽 모두 자신

이번 '나무왕' 승 회장 부자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역외탈세 관련 법원의 확정 판결이 없어서 법률검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피고발인과는 접촉하지 않은 단계"라고 밝힌 뒤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국세청은 과세 기간 2년 가운데 국내에 1년 이상 머물면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는 세법을 들어, 승 회장 부자를 국내 거주자로 봐야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승 회장 부자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 세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

승 회장이 이끄는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적을 두고 있지만 승 회장은 국내 사업체에도 여러 곳 적을 두면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 회장은 지난해 자진 폐업한 애플투자증권의 지분 9.5%(우호지분 포함)를 보유했으며, 동화기업 지분 8.69%(약 13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의 금융업 진출이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자진 폐업한 금융투자업자 주주는 5년간 금융업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대주주 요건 조항에 따라 리딩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하려던 동화그룹은 물을 먹었다. 오히려 리딩투자증권 지분을 정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승명호 회장은 승 회장의 친동생이다.

또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골프장인 서서울컨트리클럽 운영사 서서울관광(주)의 주요주주인 외국계 자본도 승 회장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거주자" vs "외국서 사업"

코린산업도 있다. 93년 10월 설립된 코린산업은 코린도그룹의 한국법인으로, 목재, 상용차 부품 등 도매·무역 사업과 부동산임대를 영위하며 본사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소재하고 있다. 코린산업의 지분은 승 회장이 36%(1만8000주), 외국계 사모펀드가 36%(1만8000주), 서서울관광(주)가 28%(1만4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승 회장은 지난해까지 동화홀딩스 사내이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의 담당업무는 경영자문. 지난 3월 동화홀딩스 주주총회소집결의에 따르면 승 회장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세법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 회장은 '거주자'가 될 수도, '비거주자'가 될 수도 있다.

역대 역외탈세 사건에 비추어 볼 때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500억원에 이르는 승 회장의 역외탈세 사건 역시 검찰이 혐의를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이다. 코린도(Korindo)는 코리아의 앞글자 Kor와 인도네시아의 앞글자 indo의 합성어다. 산림개발과 합판, 원목가공 등 목재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며 신발, 컨테이너, 제지, 물류 등 계열사 30여개와 인도네시아 현지에 직원 3만여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인도네시아 재계순위 20위에 올라 있다.


생소한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대기업

코린도그룹의 모체는 고 승상배 창업주가 설립한 동화기업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인니동화개발이다. 승 회장은 승 창업주의 장남이자 승명호 동아홀딩스 회장의 형이다. 1948년 동화기업을 설립한 승 창업주는 60년대 말 인천에 저목장을 조성하면서 목자재 기업 기반을 닦았다.

69년에는 인도네시아 원목개발을 위해 인니동화개발을 설립했다. 코린도그룹의 시작이다. 초기에는 동화기업에서 필요한 원목을 공급하다가 70년대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목 수출을 금지시키면서 로컬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제지 사업으로 기반을 닦고 조림, 자원개발, 금융 등 다방면에 진출해 외형을 키웠다. 2007년에는 자동차 조립생산 판매사업으로 잠시 한눈을 팔았지만 뼈아픈 실패를 겪고 다시 목재 사업에 집중했다. 코린도그룹은 현재 7500만평에 이르는 농장에서 팜오일과 목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갈리만탄에 3000만평 규모의 광산을 확보하고 석탄 개발도 하고 있다. 코린도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에 달한다.

승 회장은 90년부터 24년째 인도네시아 한인회장을 맡으면서 현지 교민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99년부터 현지 한인상공회의소장직도 맡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아시아총연과 동남아한상연합회가 생긴 이래 회장직을 연임해 왔으며 지난해 6월에는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신임 부회장에 위촉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 코린도그룹이 있다면 한국에는 승 회장의 동생 승명호 회장이 이끄는 동화그룹이 있다. 동화기업, 대성목재, 동화엠파크 등의 계열사를 둔 국내 최대 목재기업이다. 동화그룹의 모체는 동화기업, 93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승명호 회장은 동화기업을 2003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2005년 한솔홈데코 아산공장, 뉴질랜드 레이오니아 MDF공장, 말레이시아 머복 MDF사 등을 인수하며 MDF 세계 4위권에 진입했다. MDF는 중밀도섬유판으로 목재를 일정한 크기의 조각으로 만들어 접착제와 함께 고온·고압으로 압착·성형해 판재로 만든 가공목재의 한 종류다.

다른 사업체들도
국적은 대한민국

승명호 회장은 지난해 8월 10년 만에 지주사 체제를 탈피했다. 동화홀딩스를 동화기업과 동화엠파크로 나눴다. 동화엠파크는 중고차 매매단지로 동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목재 업계에서 승 회장 형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로 힘을 합쳐 세계적인 목재기업을 일군 우애 깊은 경영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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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