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현대중공업 고개 드는 MJ복귀론 막전막후

‘딱히 할 일도 없는데…’회사 살리기 나설까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 손실을 봤다. 19년간 무파업을 자랑하던 노조는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정몽준 전 의원 측근들이 속속 회사로 복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 전 의원의 현대중공업 복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때마침(?) 정 전 의원은 백수 신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해운사는 수주 물량 감소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고, 일부 해운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의 부진은 관련 산업으로 이어졌다.

세계 1위 현대중
해운 불황에 휘청

그중 조선업계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도 불황의 늪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한해운, STX팬오션이 차례로 넘어졌고 후발주자인 중국 조선업체가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불황의 파고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까지 덮쳤다.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19년 무파업 역사까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액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5.2% 감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84%, 578% 급락했다.

당초 증권가가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를 250억원 정도로 예측했기 때문에 업계 충격은 더욱 컸다. 


현대중공업은 실적부진의 원인을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 대형공사의 공정지연과 비용증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세계 최대 해양설비 골리앗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생산비용을 처음에는 12억달러(1조2300억원)로 계산했으나 최근 들어 비용추정치는 22억달러(2조5000억원)로 급증했다. 건조에 들어간 뒤 두 차례나 설계가 바뀌면서 인도 시기가 지난해 7월에서 올해 하반기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0월 수주한 호주 고르곤 프로젝트도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말 종료됐어야 하지만 선주사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해 설계 변경을 반복했고 건조 지연으로 이어졌다.

사상 최대 규모 영업손실, 노조 파업 움직임
구원투수 긴급투입…최길선-권오갑 투톱체제

현대삼호중공업이 2012년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급의 반잠수식 시추선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씨드릴사로부터 수주한 이 공사도 선주사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설계 변경이 잦아졌고 공사손실충당금 증가에 한몫했다.

육상플랜트에서도 문제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주한 제다 사우스 프로젝트와 슈퀘이크 프로젝트 등은 당초 계획보다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고스란이 손실로 잡혔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플랜트 부문 공사 지연 등으로 올 2분기에만 약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중공업은 19년 동안 이어져온 무파업 역사가 깨지기 직전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지난 1987년 설립된 현대중공업노조는 설립해 울산시청을 점거하고 88년에는 128일간 파업을 이어가는 등 강성 기조를 걸었다. 90년에는 골리앗 크레인은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고 94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등 대규모 분규가 발생했다.

엇갈리는 노사
대규모 파업 예고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고 수많은 해고자 발생과 임금손실, 노조 내부 갈등 등 피해가 발생했다. '회사가 정말 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노동자들 사이에 퍼졌고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들이 크게 증가했다. 이후 95년 첫 무분규 타협에 성공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떨어져나갔던 '강성' 타이틀이 돌아온 것은 지난해 10월 정병모 후보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물밑협상 후 사측 일괄제시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오던 기존 협상관례가 노조에 의해 거부됐고, 노사는 지난 5월14일 처음 접촉한 후 30차례가 넘는 협상을 벌였지만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 의견은 극명하다. 노조는 요구하는 사항은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추가 ▲호봉승급분 2만3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 50여 가지다.

소유·경영 분리
10년 만에 깨지나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생산성향상 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정기상여급 700% 통상임금에 포함 ▲2015년부터 정년 60세 확정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및 노조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쟁의조정시청을 내고 파업 절차에 착수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추가교섭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조정연장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시 협상을 재개했다. 중노위는 조정기간을 오는 25일까지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과는 별개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정대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이 깨진다.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꺼낸 든 첫 번째 카드는 '사장단 인사 단행'이다. 이재성 대표이사 회장을 상담역으로 경질하고 지난달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에 이어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내세웠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권 사장은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4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권 사장 후임인사로는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내정됐다.
 

권 사장은 내부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현대오일뱅크 재직 당시 사장업무용 차량인 에쿠스를 직원들의 웨딩카로 제공했고 모친상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른 일화가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임직원 급여 1%를 기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도 했으며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2년 연속 임금위임과 단체교섭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권 사장은 지난 16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취임사를 통해 "원칙과 기본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오직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는 회사'로 변화시켜 나가겠다.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다. 무사안일과 상황논리만으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백사장 지도만으로 선박을 수주한 고 정주영 창업자의 현대중공업 창업 스토리를 언급하면서 위기 극복을 자신한 뒤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고 노와 사라는 편가르기도 그만두자"며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총괄하게 된 최길선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바로 울산으로 내려가 현장 점검에 착수하는 등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최 회장은 오랜 기간 조선업계에 종사한 '베테랑'으로 한국 조선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 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비상경영을 '최길선-권오갑' 투톱 체제하에 돌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김외현 회장은 차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현대중공업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몽준, 두고 보지만 않을 것"
어떤 식으로든 '역할론' 주목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된 대표적 기업으로 분류된다. 대주주는 정몽준 전 의원. 정 전 의원은 부친의 뜻에 따라 82년 31세의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아 기업인으로 활동하다 88년 3월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울산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04년부터는 회사와 관련된 모든 직함을 다 접었다. 현대중공업 지배 구조는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 45.98%를 보유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 기류는 다르다. 정 전 의원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회사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이 정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다 정 전 의원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정치적 백수' 신세이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정 전 의원의 직계 라인으로 분류된다. 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권 사장은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까지 구매, 영업, 관리,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사우디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권 사장은 현대축구단 단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과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어 축구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아 왔던 정 전 의원의 신뢰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실적 향상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2년 만인 84년 임원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와 현대미포조선 대표 등 핵심 계열사 요직을 거쳐 2005년 현대중공업 사장직에 올랐다가 2009년 퇴임했다.

두 사람이 전문경영인으로 현대중공업에 합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외형상으로는 소유와 분리 원칙을 지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자신의 최측근을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회사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정 전 의원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의원이 현재 '정치적 백수' 신세라는 점도 복귀설에 힘을 보탠다. 정 전 의원은 지난 4월 서울시장에서 낙선한 뒤 '야인'이 됐다. 정치권에서 모습을 숨겼다. 의원 신분도 아니라서 여의도에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도 자제하고 있다. 지난 8월 허정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으로부터 지목을 받아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같은 달 미국으로 건너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게 알려진 정치적 일정의 전부다.

반대로 기업방문은 잦아졌다.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 미국 뉴욕 본사와 코네티컷 연구소를 방문했으며 지난 15일 중국 방문길에 올라 중국의 대표적 IT기업인 바이두, 레노버, 알리바바 본사 등을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의 영향력 확대가 3세 경영을 위한 준비라는 시각도 있다. 정 전 의원의 장남 기선씨는 지난해 6월 재입사 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2009년 재무팀 대리로 현대중공업에 발을 들인 기선씨는 유학을 떠난 뒤 3년 만에 울산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정치적 행보 ↓
해외기업 방문 ↑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는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당초 임원 승진이 유력했지만 안팎의 관심으로 인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선씨는 그간 나이가 어리고 회사 근무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경영전반에 나설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측근들이 최전방에 포진한 지금은 다르다. 상황에 따라 기선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은 2004년 이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 전 의원과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이 어떤 방법으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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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