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S한방병원 '고가 암치료' 공방전 전말

‘산삼 약침’암환자에 효과 있나 없나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울 강남 소재 대형 한방병원이 암 환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기암 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병원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 병원이 내세운 치료 방법은 '산삼약침.' 하지만 약침은 거의 '맹물'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박모씨는 아내를 잃었다. 원인은 대장암. 사망 당시 아내의 나이는 불과 35세.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박씨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S한방병원(전 S한의원)이었다. 지난해 3월, 박씨는 아내와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박씨는 '살 수 있다'는 말 한마디를 믿고 1회 60만원인 약침치료 20회, 총 1200만원과 미네랄주사·면역칵테일·닥터라민 100·리피션 20% 등 양방치료 182만원, 총 20일 치료에 1382만원이라는 금액을 결제했다.

충청도 지역에 거주하는 데다 아이들이 어려 학교문제 때문에 박씨의 아내는 서울 신림동 친척집에 기거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20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S한방병원의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한 달만 치료를 받고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지속적으로 치료를 권유하는 S한방병원의 말을 다시 믿고 600여만원을 추가 결제하면서까지 치료를 이어갔다.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8월, 박씨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20일 치료에
1400만원 들어

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정모씨는 2012년 4월 말경 아버지가 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연락을 받게 됐다. 정씨는 정확한 검사를 받기 위해 부친을 서울 대형병원으로 모셨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각종 말기암 환자들의 완치 사례가 수십개 올라와 있고 TV 출연으로 시술법을 공개한 S한방병원을 알게 됐다. 정씨는 예약을 하고 2012년 5월 중순 경 부친과 함께 S한방병원을 찾았다.

정씨에 따르면 S한방병원은 부친의 MRI 사진을 보고 '우리가 제조한 산삼액기스를 정맥에 투입하면 암세포가 점차 줄어들어 그 효과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알 수 있다' '비용이 비싸긴 한데 적절한 시기에 잘 찾아왔다'며 정씨를 안심시켰다. 정씨는 어떻게든 부친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한 달에 900만원씩 3개월간 집중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삼척에서 서울까지 왕복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정씨는 S한방병원 근처 월세 140만원의 오피스텔을 얻어 기거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3개월 뒤, S한방병원은 정씨에게 부친의 혈액 검사결과와 사진을 보여주고 '암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다시 3개월간 450만씩으로 해 좀 간격을 두고 치료를 하자고 제안, 다시 3개월 치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부친은 야위어만 갔다. 차도가 없다고 생각한 정씨는 다시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재검진을 받았고 '암이 온 몸으로 전이되어 1~2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간이 암으로 덮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삼액기스 같은 액체를 주입하면 급속도로 간이 상해 상태가 악화된다는 게 대형병원의 설명이었다. 그 후 부친은 대형병원의 예상대로 2개월 뒤 세상을 등졌다.

희망 없는 말기 환자 절박함 악용
한달에 1000만원…병원 배불리기

당시 정씨는 억울한 심정에 S한방병원을 찾아가 책임 추궁을 하고 싶었지만 의학적인 지식도 부족한 데다 이미 부친이 돌아가신 뒤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JTBC <리얼시사매거진 뉴스맨>에서 '암 치료, 한방병원 산삼 약침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산삼액기스의 효능 및 인터넷 홈페이지 완치사례가 모두 거짓이며 특히 산삼성분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 방송됐고 정씨는 지난해 7월10일 S한방병원 원장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이 내린 판단은 '불기소.' "당초 피의자인 A씨가 광고한 것과 달리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등 산삼 성분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산삼약침에는 원래부터 산삼 성분이 없다고 하였고, 따라서 피의자인 A씨가 고의로 불필요한 치료행위를 하였음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시 말해 산삼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원래 산삼 성분이 없는 약침이니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 진세노사이드는 인삼에 있는 사포닌을 이르는 말로 최근 항암,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밝혀지면서 생리활성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허위 광고를 해왔다는 점이다. S한방병원의 2013년 당시 홈페이지를 보면 'S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면역 세포를 포함한 정상 세포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진시킬뿐더러, 암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나눠준 <12주 약침 요법>이라는 책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귀가 실려 있다.

올해 6월 홈페이지에도 'S약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의 주원료인 파낙스 진액에 있는 진세노사이드, RG3, RH2, COMPOUND K 성분은 종양세포의 자연 사멸을 유도하여 항암효과를 낳고,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된 근거는 세계적 학술지에도 수차례 보도된 바 있고, 국내 논문에도 약침의 항암 작용에 대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진세노사이드는 암세포 사멸효과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시켜 주는 성분입니다'라고 적시했다. 올해 9월 기준, 해당 광고글은 삭제되어 'S약침은 23여가지의 순수 한약재로 만든 약침입니다'하는 글로 대체된 상태다.


논란 되자
광고글 삭제

정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상식적인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안수기도로 암을 낫게 해주겠다며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사람이 고발당해도, 종교계와 의학계에서 원래부터 안수기도로 암이 낫는 것은 아니라고 증명한다면, 기도를 빙자해 거액을 받아 챙긴 사람도 불기소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위와 같은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S한방병원 사건에 대해 기소 유무를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최근 원장 A씨의 사기 혐의가 있다며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을 통해 "S한방병원이 산삼 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 있다고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검찰 조사 결과 산삼 성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 치료를 받고 호전됐다는 증거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진 28장 중 2장을 제외하고는 호전됐다고 볼 수 없는 사진"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산삼 약침과 S약침을 말기암 환자의 정맥에 주사했을 때 항암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한방 암 전문의

정씨와 박씨 등 피해자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해오던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서울고법의 강제기소 명령을 환영하면서 "현재 고소장을 접수한 5명 외에 추가로 수백명의 피해자들을 규합해 S한방병원에 대해 대규모 집단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한방병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진세노사이드 성분에는 전의총에서 주장하는 RH2, RG3 이외에도 다른 성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S한방병원이) 직접 성분분석기관에 산삼 약침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세노사이드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있는데 일부 성분이 미포함됐다고 해서 산삼 성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심지어 RH2와 RG3 성분도 극미량 검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의총과 고소인, S한방병원 측의 주장이 상반돼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S한방병원은 재판 결과에 따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S한방병원의 허위·과장 광고는 산삼약침 효능에 그치지 않는다. S한방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암 치료만 20여년을 해온 국내 유일의 한방 암 전문의가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외과 전문의는 26개 진료과목으로 분류하며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한의사 전문의는 8개 진료과목으로 분류되며 역시 암 전문의라는 자격증을 두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S한방병원은 또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양한방 전문의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양한방 전문의라는 자격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광고 문구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삭제하거나 다른 문구로 교체했으며 동영상 또한 해당 언급을 빼고 재촬영해 게재했다"며 과장 광고를 인정했다. 실제로 과장 광고가 논란이 된 직후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한방 암 전문의' '양한방 전문의'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호전 사례 90% 이상 허위 사실
전의총 대규모 집단 소송 예고

S한방병원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발표한 '클라츠킨 종양 약침 반응 증례 발표'라는 논문이 증례보고 논문이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대조군이 없다는 것.

증례보고는 매우 드문 질환을 발견했거나 같은 질환일지라고 상당히 독창적이고 특별한 임상 경과를 보였을 경우 가능한 보고다. S한방병원의 논문같이 특별한 치료 경험을 증례보고 하려면 최소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여러 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똑같은 조건에서 그 특별한 치료법으로 치료받지 못한 명확한 대조군을 설정해야 한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전의총은 "하지만 S한방병원은 대조군 처리가 전혀 안 된 단 하나의 임상 증례를 가지고 논문 발표를 했다"며 "산삼약침 치료를 받고 종양이 줄어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처음 진단시 종양의 크기' '한의원 치료 직전 종양의 크기' '치료 중 종양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지만 논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S한방병원은 "전의총의 주장대로 논문이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면 학회 통과자체를 못했을 것이다"며 논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이 CT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암 환자 호전 사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의총은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 암 치료 호전 사례라고 하면서 CT 사진과 함께 올라온 28명의 사례를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S한방병원이 호전 됐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의 CT 사진 대부분이 판정 불가한 상태거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중에는 서로 다른 부위를 올려놓고 호전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상 실제로 호전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의혹제기는 억지"
"재판에 따를 것"

사례를 분석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비교 판독이라 할 때 가장 우선되는 조건은 비교 대상이 되는 두 사진의 조건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S한방병원에서 제시한 전후 사진을 보면 같은 조건의 사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S한방병원의 한의사들이 영상검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당장 CT 사진을 이용한 홍보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뒤 "만약 환자들이 호전된 게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렇게 엉터리 사진을 홍보자료로 올렸다면 아주 죄질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이에 S한방병원은 "호전이 되고 안 되고를 S한방병원에서는 판단하지 않고 환자들이 최초 암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 가져온 판독지를 보고 그 판단을 그대로 인용할 뿐"이라며 "12명의 환자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전·후 필름이 동일하고 환자들도 S한방병원의 약침 치료로 암이 호전됐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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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