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박근혜 여름휴가 구상 대해부

안팎으로 어수선…'궁궐 피서' 효과 먹힐까?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깃든 경남 거제시 저도에 다녀왔던 지난해 휴가와는 달리 이번 휴가지는 '청와대 관저'였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 참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휴가기간 청와대 내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며 당면한 난국을 타개할 해법 모색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꺼내들 위기탈출 카드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휴가는 국가가 처한 상황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28일~8월1일 닷새간의 여름휴가 동안 외부로 나가지 않고 '청와대 관저'에만 머물렀던 것도 어수선한 현 대한민국 상황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저서
'조용한 휴가'

박근혜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가 진행형인 상황에서 휴가를 떠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았다. 일부 참모들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의 여름휴가를 적극 장려했던 대통령이 솔선수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진언을 했으나 정작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찾는 '조용한 휴가'를 택했다.

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직전 받아든 국정수행 성적표는 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수행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40%, 부정 평가는 최대치인 50%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검·경의 '유병언 수사 실패'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추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 15%).

세월호 참사 감안 청와대서 '조용한 휴가'
휴가 기간 난국 돌파할 해법 모색 몰두

이에 따라 지지율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 난국을 돌파할 해법 마련에 골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으로 박 대통령이 고민했던 부분은 그간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인사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의 후임으로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하는 등 13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며 2기 내각 인선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김명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채 낙마하며 2기 내각은 미완의 상태로 출범했다. 특히 김 전 후보자의 후임으로는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이 곧바로 지명됐지만, 정 전 후보자의 후임은 휴가 이전까지도 결론 내리지 못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휴가 중 인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신임 문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고민한 후 휴가를 마친 지난 3일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신임 문체부장관에 내정했다. 

인사 문제
해결 고심?

이와 함께 검·경이 3개월 넘게 쫓았던 유병언씨가 사망했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되며 '유병언 수사 실패'와 관련한 문책론 수준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황교안 법무부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등 검·경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들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휴가 기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 일선 책임자인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사퇴한 만큼 인책론은 여기까지 묻고 권력핵심부의 사과로 매듭을 짓는 방안과 수사선상의 최고책임자인 검찰총장과 경찰총장이 사퇴하는 방안을 놓고 청와대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고, 황 장관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당·청은 유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간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교체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김 실장은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휴가를 떠났다. 통상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면 비서실장이 자리를 지키며 업무를 총괄해왔는데, 이번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함께 휴가를 떠나며 박 대통령이 김 실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 이후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을 교체해 청와대와 내각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며 "이번에도 휴가를 마친 후 국정운영 정상화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비서실장 교체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직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다수를 바꾸는 중폭 이상의 청와대 물갈이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 바 있다.

하반기 국정운영
경제살리기 올인?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야심차게 제시했던 '경제계획 3개년 계획' 등 경제 살리기 방안들이 상반기에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고민도 휴가 중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휴가 기간 중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1대 4로 예상 밖에 대승을 거두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보선 압승으로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에서 탈출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에도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과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등 경제팀 투톱으로부터 꾸준히 경제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경제를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북정책과 관련한 구상도 휴가 기간 다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권 2년차 국정목표로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함께 강조한 통일대박론을 실천할 기구로 통일준비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이미 출범했다.

문체부장관 인선·검경 수뇌부 거취 고심
예상 밖 재보선 압승…국정정상화 동력 확보

그러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부 등 유사한 기존 조직과 어떻게 차별화를 두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휴가 기간 '통일대박론→드레스덴 선언'을 실천할 통일준비위의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도 박 대통령 휴가 고민의 한축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휴가 구상
결과 주목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힘들고 길었던 시간들… 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시간동안 남아 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라고 적었다. 그의 표현대로 산적한 과제가 당면해 있던 상황에서 4박5일간의 휴가 구상을 마친 박 대통령이 꺼내 놓을 결과물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치인의 시선
"반민주적 정책 추진…민주적 가치 지킬 의지 있나?"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두 차례 출마했던 데니스 쿠시니치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쿠시니치 전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게재된 것.

한국전쟁 정전 61주년을 맞아 쿠시니치 전 의원이 기고한 이 서한에는 박근혜정부의 반민주적인 정책에 대한 우려 표명이 담겼다.


미국 전 하원의원 박 대통령 비판
'독재→민주주의→독재'로 회귀?

▲이석기 내란 음모 기소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시도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이용 ▲국정원의 불법행위 조사에 대한 정부의 방해 ▲정부가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한 행위 등을 반민주적 행태로 거론한 그는 "(박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전에서 희생된 미군이 자유를 파괴하는 박 대통령의 자유를 지키려고 희생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쿠시니치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개입주의를 좋아하진 않지만 최근 2년간 지켜본 한국 상황은 표현 자유의 관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나라에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