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운용 ‘이상한 입찰’ 내막

1등 두고 2등 뽑다니…짜고 친 고스톱?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현대자산운용이 특혜 입찰 논란에 휘말렸다.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분당미금시장 공매 입찰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불공정한 매각절차를 진행했다는 것.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일까.

분당미금시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30번지 일원으로 총 면적 2900m²에 이른다. 880평 땅 위에 I사가 운영 중인 미금 탑할인마트가 들어서 있다. I사는 직원 수 30여명의 소기업이다.

I사는 2011년 5월 전대기간을 1년으로 해 K씨와 전대차계약을 작성하고 마트영업을 위해 약 10억원의 실내 마트시설투자와 함께 노후화된 분당미금시장에 페인트칠 및 지붕 방수 등 약 5억원 상당의 유익비를 지출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전대차계약은 임차인이 임차물을 다시 제3차에게 임대하는 계약을 말한다.

15억 투자해
한달만 영업

그러나 마트영업을 시작한 지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분당미금시장 원 소유주였던 Y사로부터 전대차계약 불가와 건물명도 등 소송을 당한 것. Y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K씨가 Y사와의 임대차 계약서에 '전대차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속이고 I사와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탓이었다.

I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마트영업을 위해 노력하던 중 Y사로부터 재계약을 해준다는 구두약속을 받고 소송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건물명도 등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음에도 단 한 차례도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변론기일에도 모두 불출석했다. 오히려 원고였던 Y사에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이로 인해 Y사는 1심에서 손쉽게 승소할 수 있었고 I사는 재계약이라는 말만 믿고 항소도 포기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Y사가 갑작스러운 자본잠식으로 2012년 8월22일 시장 퇴출이 확정됨으로써 재계약은 무산됐고 I사는 법률상 불법점유자 신세로 추락했다.

이에 I사는 분당미금시장을 아예 매수하기로 하고 지방건설사인 A사와 함께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분당미금시장 공매 입찰에 최고가를 써내며 참여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분당미금시장 매각은 지난 2005년 시작됐다. 그해 1월 현대증권은 부동산경매펀드1호를 모집, 판매개시 10분 만에 1000억원 규모의 부동산경매펀드가 판매 마감됐고, 추가한 500억원의 청약까지 모두 마쳤다.

분당미금시장 대형마트 매각 주관
'특정인 밀어주기' 특혜 의혹 제기

2005년 7월, 부동산경매펀드1호인 현대경매부동산일호투자는 분당미금시장 부동산경매에 입찰 참여해 128억원에 최고가 낙찰을 받아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각주관사이던 Y사가 '도이치쇼크'로 인해 큰 손실을 입고 재무구조가 악화돼 2012년 8월 문을 닫은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매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분당미금시장은 유찰을 거듭했다.

'도이치쇼크'는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직전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4000억원대의 외국계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포스피지수가 53.12포인트 폭락해 투자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부동산경매펀드를 구입한 소액투자자 약 2700명은 지지부진한 매각 절차에 대해 현대증권에 항의와 불만을 표출했고 보다 못한 예금보험공사가 나서 공매를 진행했지만 1회차 179억원, 2회차 143억원 모두 낙찰자가 없어 공매가 종료됐다.

분당미금시장 공매 절차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6월21일 금감원이 직접 나서면서 부터다. 금감원은 직권명령으로 부동산 매각, 매각대금분배 및 투자회사의 청산 등 관련제반 업무를 Y사에서 현대자산운용으로 이양했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13일 분당미금시장 매수희망자 4명으로부터 매수의향서를 접수받고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I사도 접수마감일이던 8월8일 겨우 매수의향서를 접수했다. 현대자산운용이 분당미금시장에 대한 매각공고 등 일체의 공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3개 업체가 매수희망가격을 기재해 이미 접수했다는 사실을 안 I사는 분당미금시장을 반드시 매수하기 위해 높은 금액을 기재했다.

최고가인 143억원이었다. 143억원은 예금보험공사에서 진행한 공매 최종 유찰금액이었다.

10억 포기하면서
특정인 밀어주기?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는 차순위였던 B사가 선정됐다. B사가 적어낸 입찰가액은 133억원에 불과했다. 

B사는 충남 보령에 본사를 둔 영세한 비주거용 건물임대업을 주업으로 영위한다. 직원은 2명에 불과하며 지난 3년 평균 매출액은 5억9300여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400여만원, 부채비율은 735%에 달한다.

I사는 "B사의 자금력에 문제가 있다. 입찰 절차를 통해 매각을 진행한 이상 입찰관련 법률을 따라야 하며, 당연히 최고가 매수인이 낙찰자로 선정되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현대자산운용은 "분당미금시장 공매는 경매펀드로써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의해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I사는 불범점유자로서 자금력이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하지만 I사가 불법점유자라고 하더라도 공동매수인인 A사는 '불법점유자'도 '자금력이 없는 법인'도 아니다. 실제로 입찰 절차에 필요한 예금잔액증명서도 A사 명의로 첨부했다.

이쯤 되자 특혜·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업체의 자금 동원력을 설명하는 예금잔액증명서가 A사 명의로 제출됐음에도 현대자산운용이 '자금력'을 들먹이며 차순위 업체를 선정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며 "특정인 밀어주기가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143억원 vs 133억원
최고가 제시자 배제
차순위자 선정 왜?

여기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B사가 지난해 11월 초 자금문제로 입찰을 포기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현대자산운용이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를 "문제가 없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밀어붙인 셈이다.


I사는 "I사가 최고가 매수인임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고 배제된 결정적인 이유로 현대자산운용이 제시했던 '자금력'은 처음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다"며 "현대자산운용이 계획적으로 처음부터 이건(분당미금시장)에 대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불공정한 매각절차를 진행하였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I사는 강력 대응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약 8개월 동안 현대자산운용의 불법적인 분당미금시장의 처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금감원, 감사원, 국회에 억울함을 호소해 각 기관은 조사에 돌입했다. 올해 4월부터는 금감원이 현대자산운용에 대한 일시적 검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I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부동산매각절차중지가처분과 매매계약당사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현대자산운용 측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일축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2건의 소송은 I사의 피보전 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자산운용이 승소했다"고 밝힌 뒤 "원고인 I사가 항소를 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은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실 규명 위한
강력 대응 예고

I사의 주장은 달랐다. I사는 '피보전 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현대자산운용이 진행한 입찰절차에 참여해 최고가인 143억원을 기입해 제출했음에도 불법적으로 차순위자인 B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승복할 수 없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라며 "이는 불법점유자의 지위가 아닌 최고가 입찰참가자의 지위로서 소송을 신청한 것이며 더욱이 I사 단독이 아닌 A사와 공동으로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I사는 또 "부동산매각절차중지가처분의 1심 결정문은 단지 I사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인정해 기각결정을 했으나 이는 명백하게 사실을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2심 및 본안 소송에서는 이와 같은 1심 결정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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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