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유망주 발굴 효과

떡잎 발굴로 수천억 대박

김연아(피겨스케이팅), 박인비(골프), 손연재(체조), 심석희(쇼트트랙).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KB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큰 의미는 KB금융의 후원 이후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이들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일찌감치 후원계약을 맺었고, 이들은 국제대회에서 스타로 거듭나며 그룹에 수천억원대의 광고효과를 안겨줬다.

“어려울 때 힘 되는 게 기업 역할”
동부화재·신한금융·SK텔 꾸준한 후원

다른 기업 입장에선 배가 아플 일이다. KB금융은 어떻게 이들의 ‘떡잎’을 알아봤을까. 박상용 KB금융지주 광고팀장은 “1순위는 실력, 2순위는 인성을 보고 후원할 선수를 뽑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은 선수들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감독, 동료, 가족까지 인터뷰한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훌륭한 선수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KB금융이 지키는 또 하나의 원칙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간 후원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성공을 향해 도전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선수와 함께 일관된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2006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피겨 유망주 김연아를 발굴하고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KB금융은 김연아의 카리스마와 강한 의지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봤다.
이후 김연아는 국제빙상연맹(ISU)그랑프리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KB금융은 후원 계약과 광고모델 계약을 병행하며 김연아의 후원자로 자리잡았다. 2010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KB금융지주의 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KB금융의 동계올림픽 마케팅 대박은 올해 러시아 소치에서도 이어졌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빙속 여제’ 이상화,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심석희의 가슴에는 KB금융그룹의 로고가 선명했다.
KB금융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종목은 물론 컬링처럼 저변이 부족한 비인기 동계스포츠 종목도 지원하고 있다. 컬링은 2012년 2월 KB금융의 후원 이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성공하며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KB금융은 2015년까지 컬링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한다. 피겨스케이팅에선 김해진, 박소연 등 유망주를 적극 후원해 제2의 김연아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마케팅 효과 외에도 세계를 대표하는 빙상 여제 3인방과 한 가족이라는 사실에 전 임직원이 자부심을 느끼게 된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때맞춰 내리는 알맞은 비(時雨)처럼 동계스포츠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2013년 5월부터 박인비를 후원하기 시작하며 골프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박인비와 KB금융의 만남은 2012년 12월 KB금융컵 한·일여자프로골프국가대항전 때였다. 2010년 이후 메인스폰서가 없었던 박인비는 경기 내내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KB금융 스포츠 마케팅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인비 효과 2000억

박인비가 지난해 11월 미국 LPGA투어 ‘올해의 선수’로 확정되면서 KB금융은 다시 한 번 마케팅 성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박인비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광고효과만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후원해오고 있는 한국바둑리그는 연간 대회 시청자 수만 640여만명에 달해 미디어 노출 효과도 100억원을 넘어선다.
KB금융은 이밖에도 여자프로농구단 ‘KB스타즈’, 사격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남자프로농구, 대학농구리그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대회를 꿋꿋하게 후원하고 있는 의리의 ‘3인방 타이틀스폰서’가 있다.
시즌 개막전으로 막을 올린 동부화재프로미오픈(총상금 4억원)을 개최하는 동부화재와 SK텔레콤오픈을 18년째 후원하는 SK텔레콤, 30년 넘게 남자 대회만 열고 있는 신한동해오픈의 신한금융그룹이 그들이다.
동부화재프로미오픈은 2005년 창설됐다. 대다수 금융 관련 기업이 홍보 효과가 높은 여자 대회를 후원하다보니 동부화재 관계자들은 주변에서 ‘여자 대회로 바꾸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듣고 있다.
신해용 동부화재 홍보부장은 “매년 왜 남자 대회를 여느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며 “그러나 보험사는 의리가 생명인데 지금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한국남자프로골프를 두고 떠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지난해까지 가을에 대회를 열다가 올해부터 봄으로 옮겨 개막전으로 치른다. 신 부장은 “대회를 처음 창설할 때만 해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했으나 계속해서 위상이 높아져 개막전까지 열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15~18일 개최된 SK텔레콤오픈은 올해부터 개최 장소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인천 스카이72CC 오션코스로 바꿨다.
SK텔레콤은 자사 소유의 핀크스GC에서 대회를 열어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기상 악화로 대회가 파행 운영되는 일이 잦다보니 비싼 코스 사용료를 지급하더라도 날씨와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으로 올라오게 됐다. 최경주 등 톱 선수들이 출전할 예정이어서 여자 대회를 능가 하는 ‘흥행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인기 없어도 괜찮아’

오는 11월6~9일 개최되는 신한동해오픈은 1981년 신한은행 창립에 큰 역할을 한 재일 동포 골프동호인들이 ‘모국의 프로골프 발전과 우수 선수 발굴’을 위해 창설했다. 단일 스폰서 대회로는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 대회는 아시안투어나 원아시아투어 등 해외 투어와 연계하지 않고 순수 국내대회로 열린다. 이에 따라 한국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더 주어진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는 2부투어인 챌린지투어의 시즌 최종전 ‘신한금융그룹 KPGA 챌린지투어챔피언십’도 개최하고 있다.
이정 신한금융그룹 마케팅담당 차장은 “최근 한국남자프로골퍼들이 국제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투어는 대회 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한금융그룹은 침체된 KPGA 코리안투어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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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