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퍼블릭 골프장’ 이용료 비싼 진짜이유

말만 대중화…혜택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그린피(입장료), 캐디피, 카트피 등 순수비용만 1인당 30만원 넘게 드는데 퍼블릭(대중) 골프장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정부는 골프대중화에 힘쓴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민·중산층에겐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죠.”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퍼블릭 골프장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지만 정작 혜택은 국민이 아닌 사업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퍼블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싼 이용료 때문이다.

경상 이익률 12.6% 급락, 캐디선택제 확산
각종 세제혜택에도 비용은 회원제와 비슷
1만원 매출에 4570원 남아…황금알 수익
회원제보다 비싼 퍼블릭 “호시절 다 갔다”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에 따른 골프시장 불황 속에서도 퍼블릭 골프장이 20~40%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에 소재한 퍼블릭 골프장인 파주컨트리클럽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2억원, 5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45.7%에 달했다. 1만원의 매출을 올리면 4570원이 남은 셈이다. 순이익은 40억원으로 매출대비 32.9%를 기록했다.

시장 불황 속 나 홀로 성장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베어크리크도 매출 205억원에 영업이익 91억원을 기록, 44.4%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매출대비 순이익률은 34.7%(순이익 71억원)로 파주컨트리클럽보다 높았다.
대영힐스&베이스(충북 충주), 진양밸리(충북 음성), 아리지(경기 여주) 등도 영업이익률이 36~43%를 넘었다. 수도권 골퍼들이 자주 찾는 스카이72(인천 중구)와 레이크사이드(경기 용인)도 각각 20%, 34%가량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퍼블릭 골프장들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은 각종 세제혜택에도 비싼 이용료를 유지하면서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0년 골프대중화를 위해 퍼블릭 골프장의 개별소비세(2만1120원)를 면제한 것은 물론 재산세, 토지세 등 각종 세금도 감면해줬다.
세제혜택에도 퍼블릭 골프장의 이용료는 회원제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퍼블릭 골프장의 1인당 평균 그린피(18홀 기준)는 주중 11만8000원, 주말 16만8000원이다. 이는 회원제(비회원 기준, 주중 16만3000원, 주말 21만원)에 비해 4만2000~4만5000원가량 낮은 수준에 그친다. 캐디피나 카트피 차이는 거의 없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비회원 골퍼들이 그나마 조금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을 주로 찾다보니 회원제는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2년 퍼블릭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3.7%에 달했지만 회원제는 3.4%로 10분의1에 불과했다. 회원제 골프장은 절반가량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린피가 오히려 회원제보다 비싼 퍼블릭 골프장도 많다. 사우스케이프오너스(경남 남해)는 그린피가 주중 21만원, 주말 37만원에 달한다. 스카이72도 주중 19만9000원, 주말 25만9000원으로 회원제의 평균을 크게 웃돈다. 레이크사이드와 베어즈베스트청라(인천 서구), 소노펠리체(강원 홍천), 블루마운틴(강원 홍천) 등도 마찬가지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퍼블릭 골프장이 세제혜택에도 회원제보다 높은 그린피를 받는 것은 정부의 골프 대중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퍼블릭 골프장도 공급과잉으로 더 이상 고마진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골프장은 퍼블릭보다 회원제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9개가 새롭게 생겨나면서 퍼블릭 231개, 회원제 230개로 역전됐다. 올해도 신설될 예정인 50개 골프장 중 49개가 퍼블릭이다.
서 소장은 “이미 퍼블릭 골프장의 실적은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며 “최근엔 경영난에 빠진 회원제 골프장들까지 속속 퍼블릭으로 전환, 실적 둔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공급과잉 등에 따른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감소추세인 골프인구를 다시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퍼블릭 골프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가격인하와 골프장 시민개방 등 대중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퍼블릭 골프장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방 퍼블릭을 중심으로 먼저 캐디와 카트선택제 확산, 식음료 가격 인하 등을 서두르고 있다. 거품을 제거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시도다. 골프장 급증에 불황까지 겹쳐 지난해에는 회원제에 이어 대중제 역시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중제의 경우 18홀 그린피는 10만원 안팎이다. 캐디팁은 그러나 팀당 10만원~12만원, 카트비는 8만원~10만원이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국내 골프장 캐디팁은 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상바람이 불어 지금은 대부분 12만원을 받고 있다. 입장객 수가 줄면서 감소한 캐디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에서 출발했다. 골프장 측에서도 캐디의 이직을 막기 위해 눈감아 주는 분위기다. 골퍼들은 그러나 “비용 증가로 대중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예 노캐디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원제→퍼블릭 실적 둔화 예상

실제 일부 골프장에서는 ‘캐디선택제’로 호응을 얻고 있는 곳도 있다. 전북 군산이 대표적이다. 동절기 시험 운영한 결과 지난 2월 캐디 없이 라운드한 골퍼가 46%에 육박했다. 1인용 전동카트를 끌고 플레이하는 시스템이다. 골프장 측은 “카트가 부족해 예약을 받을 정도”라고 했다. 3월부터는 아예 전용코스를 운영하는 등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대중제 전체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9홀 이하 112곳 가운데 캐디 없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20.5%인 23개소,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도 3곳으로 늘어나는 추이다.
회원제에 비해 1회 라운드 비용에서 캐디팁과 카트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제에서는 캐디선택제가 일단 경영난을 돌파할 신개념 마케팅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제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대중제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83개소의 영업이익률은 28.3%, 2012년(33.5%)에 비해 5.2% 포인트나 하락했다. 수익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경상이익률은 2012년 14.4%에서 무려 12.6% 포인트나 급락해 1.8%다. 회원제의 대중제 전환까지 가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회원제의 캐디선택제 도입은 반면 아직 미미하다. 대부분 산악지형에 조성돼 경기진행과 코스 컨디션 유지, 카트 안전사고 예방 등 ‘캐디 효과’가 크다. 골퍼들에게 거리와 골프채 선택, 퍼팅라인 등 플레이에 대한 도움과 공을 찾아주는 등 많은 수고를 덜어주는 부수적인 역할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슬로플레이, 벙커 정리조차 하지 않는 일부 골퍼들의 부족한 자질도 문제다.

운영형태에 따라 캐디선택제 합리적


결과적으로 코스에 따라, 회원제와 대중제 등 운영형태에 따라, 또 시간대에 따라 캐디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합리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황현철 일본 PGM(퍼시픽골프매니지먼트)한국 대표 역시 “모든 골프장이 반드시 캐디선택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며 “각 골프장의 콘셉트나 마켓, 고객 컬러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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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