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 재계발 ‘2010 희망가’

“경인년, 우리에겐 새로운 출발입니다”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5% 내외 전망 “OECD 최고 수준”
경제기관들도 3.6∼5.5% 예상 … 기업들 안정궤도 재진입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탓에 과거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2010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과연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재계에서 답을 찾아봤다.

재계는 지난 연말 ‘보너스 잔치’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내내 임금삭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공장가동 중단 등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뼈를 깎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결과다. 2008년 말 터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안정궤도에 재진입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수종 사업 육성 등
먹을거리 확보 총력

2010년 한국경제는 밝다. 각종 전망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2010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5%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4.6%, 한국개발연구원(KDI) 5.5%, 국제통화기금(IMF)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삼상경제연구소 4.3%, 현대경제연구소 4.5%, LG경제연구소 4.6%, 산업연구원 4.0%, 한국경제연구원 3.6% 등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 경인년을 맞아 다시 뛰고 있는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2010년 경영 로드맵’을 마무리한 상태다. 재계 전체의 올해 화두는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안하지만 연구·개발(R&D) 등에 투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공격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에 각각 5조5000억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8조5000억원 이상 쏟아 부을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대로 신수종 사업육성 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때와 달리 자신감이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엿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 회원기업 17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결과 새해 경영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43.6%가 ‘확대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비율은 29.6%,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의견은 26.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대경영 9.8%, 긴축경영 67.1%로 응답했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현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대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핵심키워드는 ‘신사업 진출’(28.6%), ‘해외시장 개척’(25.5%), ‘설비투자 확대’(1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에 대해선 51.6%가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60%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1100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평균 6.4%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 예정인 기업들은 ‘생산물량 확대 및 신제품 생산’(45.8%), ‘노후시설 개선’(25.5%), ‘신규산업 진출’(18.6%), ‘미래대비 선행투자’(8.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 끝나가면서 기업들은 내년 경제를 비교적 밝게 보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내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크게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와 함께 채용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기로 한 것.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77개사)의 66.2%(51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밝힌 채용규모는 총 1만950명으로 지난해(1만365명)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26.0%·20개사)들이 예년 수준으로 채용할 경우 채용인원은 1만2306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감원 바람과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커리어 측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가 고용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고용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긍정적으로 지켜볼 만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총수들은 하나같이 국내외 ‘현장 경영’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마다 고위경영진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오너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절반가량 ‘확대 경영’
작년보다 6.4% 늘린다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물갈이 인사를 통해 ‘최지성-이재용’체제를 갖췄다. 2인 체제로 꾸려진 새 수뇌부는 효율 강화와 스피드 극대화에 중점을 둔 현장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이 첫 공식 대외활동지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최지성 사장과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은 새해 초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방문해 ‘버즈 두바이’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CES) 2010’참석도 예정돼 있다.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출장엔 이건희 전 회장도 동행해 시선을 모았다.

현장경영의 대표주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 제3공장 건설을 선언했다. 인도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 방문 후 한 달만의 해외 출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주요 해외 생산 거점들을 방문해 현지 판매현황과 생산라인 등을 점검했다.

앞서 해외 지역 본부장들에게 “앉아서 전화로 대충 확인하려 들지 말고 주 4일 이상 현장에 뛰어가 눈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정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들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노조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들도 불황 탈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가 상생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노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올해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아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무파업을 기록하게 된다. 또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임단협 첫 무쟁의 합의기록도 세우게 된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것은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동반자 입장에서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사내 여론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은 다른 회사 노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G전자는 1990년부터 20년째 단 한 번도 노조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 역시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LG전자 노조의 생각이다.

KT 노사 역시 어려운 경영상황을 인식하고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총수들, 대외 행보 분주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대한항공 노조는 1999년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고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국제강 등의 노조도 노사협력을 선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해 무분규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화합선언(무파업, 임금동결, 교섭위임 등) 사업장 수는 2007년 749개 사업장에서 2008년 2678개 사업장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 추세”라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노사를 떠나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 그룹 한 임원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이 밝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의 기업 지원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기업은 정부의 요구대로 공격 경영을, 근로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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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