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 재계발 ‘2010 희망가’

“경인년, 우리에겐 새로운 출발입니다”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5% 내외 전망 “OECD 최고 수준”
경제기관들도 3.6∼5.5% 예상 … 기업들 안정궤도 재진입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이 국내 실물경제로 옮겨 붙은 탓에 과거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2010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과연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재계에서 답을 찾아봤다.

재계는 지난 연말 ‘보너스 잔치’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들도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내내 임금삭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공장가동 중단 등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뼈를 깎고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결과다. 2008년 말 터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안정궤도에 재진입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수종 사업 육성 등
먹을거리 확보 총력

2010년 한국경제는 밝다. 각종 전망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2010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5% 내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4.6%, 한국개발연구원(KDI) 5.5%, 국제통화기금(IMF)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4%, 삼상경제연구소 4.3%, 현대경제연구소 4.5%, LG경제연구소 4.6%, 산업연구원 4.0%, 한국경제연구원 3.6% 등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10년 경인년을 맞아 다시 뛰고 있는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2010년 경영 로드맵’을 마무리한 상태다. 재계 전체의 올해 화두는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안하지만 연구·개발(R&D) 등에 투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공격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에 각각 5조5000억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8조5000억원 이상 쏟아 부을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GS그룹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이들 그룹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대로 신수종 사업육성 등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과감한 베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때와 달리 자신감이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엿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요 회원기업 17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결과 새해 경영계획 수립 방향에 대해 43.6%가 ‘확대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비율은 29.6%,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의견은 26.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확대경영 9.8%, 긴축경영 67.1%로 응답했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현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대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핵심키워드는 ‘신사업 진출’(28.6%), ‘해외시장 개척’(25.5%), ‘설비투자 확대’(1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에 대해선 51.6%가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60%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전국 1100여 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평균 6.4%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 예정인 기업들은 ‘생산물량 확대 및 신제품 생산’(45.8%), ‘노후시설 개선’(25.5%), ‘신규산업 진출’(18.6%), ‘미래대비 선행투자’(8.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 끝나가면서 기업들은 내년 경제를 비교적 밝게 보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내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크게 위축됐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와 함께 채용에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기로 한 것.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77개사)의 66.2%(51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밝힌 채용규모는 총 1만950명으로 지난해(1만365명)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26.0%·20개사)들이 예년 수준으로 채용할 경우 채용인원은 1만2306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감원 바람과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는 평가다.

커리어 측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파가 고용시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올해 고용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긍정적으로 지켜볼 만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총수들은 하나같이 국내외 ‘현장 경영’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 기업마다 고위경영진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오너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절반가량 ‘확대 경영’
작년보다 6.4% 늘린다

삼성그룹은 지난 연말 물갈이 인사를 통해 ‘최지성-이재용’체제를 갖췄다. 2인 체제로 꾸려진 새 수뇌부는 효율 강화와 스피드 극대화에 중점을 둔 현장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이 첫 공식 대외활동지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최지성 사장과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그룹 경영진은 새해 초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를 방문해 ‘버즈 두바이’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쇼(CES) 2010’참석도 예정돼 있다. 두바이, 라스베이거스 출장엔 이건희 전 회장도 동행해 시선을 모았다.

현장경영의 대표주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에 제3공장 건설을 선언했다. 인도 현대차 인도기술연구소 방문 후 한 달만의 해외 출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주요 해외 생산 거점들을 방문해 현지 판매현황과 생산라인 등을 점검했다.

앞서 해외 지역 본부장들에게 “앉아서 전화로 대충 확인하려 들지 말고 주 4일 이상 현장에 뛰어가 눈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한 정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사업 현장을 둘러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들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노조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로자들도 불황 탈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가 상생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 노사는 최근 노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올해 단 한 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아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에 무파업을 기록하게 된다. 또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임단협 첫 무쟁의 합의기록도 세우게 된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한 것은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동반자 입장에서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사내 여론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은 다른 회사 노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LG전자는 1990년부터 20년째 단 한 번도 노조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올해 역시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게 LG전자 노조의 생각이다.

KT 노사 역시 어려운 경영상황을 인식하고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총수들, 대외 행보 분주
노사 상생 분위기 확산

대한항공 노조는 1999년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고 이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코오롱, 금호석유화학, 동국제강 등의 노조도 노사협력을 선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해 무분규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화합선언(무파업, 임금동결, 교섭위임 등) 사업장 수는 2007년 749개 사업장에서 2008년 2678개 사업장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 추세”라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노사를 떠나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 그룹 한 임원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이 밝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우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의 기업 지원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기업은 정부의 요구대로 공격 경영을, 근로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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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