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미스터리 연봉킹’ 리스트 공개

‘일당 5000만원’ 얼굴 없는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상장기업 등기임원의 개인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에 국민들의 입은 '쩍' 벌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는 연봉이다. 많은 중견기업 등기임원들이 대기업의 '뺨'을 후려쳤다.

지난달 31일 연간 5억원이 넘는 상장회사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에 따른 것이다. 예상대로 대기업 등기임원들은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챙겼다. 10대 재벌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보수를 받은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지주사 C&C를 포함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주) 등 5개 계열사에서 지난해 모두 30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드디어 공개된
등기임원 연봉

최 회장의 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었다.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에서 모두 140억원을 받았다. 3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한화케미칼, ㈜한화, 한화갤러리아, 한화엘앤씨 등에서 모두 13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4개 계열사에서 62억100여만원을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4위에, ㈜CJ 등 5개 계열사에서 51억3000여만원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6위는 롯데쇼핑 등 5개사에서 47억3000만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7위는 ㈜LG에서 43억8000만원을 챙긴 구본무 LG그룹 회장, 8위는 효성에서 39억원을 받은 조석래 효성 회장, 9위는 GS와 GS건설에서 38억9000만원을 받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10위는 ㈜두산에서 24억원을 받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재계 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아무 곳에서도 연봉을 받지 않았으나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각각 67억원, 62억원, 50억원의 연봉을 지급 받았다.


국민들은 수십·수백억원을 넘나드는 재벌그룹 오너의 연봉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놀라게 한 인물들은 따로 있다. 이름도 생소한 중견기업 오너들이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이들의 1년 수입은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김형섭 전 평안엘앤씨 부회장은 총 201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평안엘앤씨는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로 유명하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평안엘앤씨에서 근로소득 27억7600만원과 기타소득 74억5700만원, 퇴직금 85억3600만원을 받았으며 계열사인 네파에서는 14억2800만원의 근로소득을 챙겼다. 김알버트해리 대표이사와 조재훈 대표이사는 각각 11억8800만원과 5억44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4년간의 경영활동을 마무리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기업 총수일가 안 부러운 중견기업 오너들
김형섭 네파 부회장 202억…재계 전체 2위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은 김 전 부회장은 1989년 평안섬유공업사(현 평안엘앤씨)에 입사해 캐주얼 브랜드 'PAT'와 함께 2005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2008년 라이선스 브랜드 '엘르골프'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캠핑브랜드 '오프로드', 아웃도어스포츠 '이젠벅', 스타일리쉬 아웃도어 '엘르아웃도어', 유통 전문인 '세븐스마일즈'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평안엘앤씨는 김 전 부회장의 조부인 고 김항복 창업주에 의해 설립됐다. 김 창업주는 '독립문' 메리야스로 기반을 다졌고, 그의 아들이자 김 전 부회장의 선친인 고 김세훈 회장은 'PAT'로 의류시장에 진출했다.
 

항암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인 젬백스&카엘의 이익우 대표는 총 81억79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로 받은 1억원에 주식매수선택원(스톡옵션) 행사차익인 80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젬백스&카엘은 이 대표 외에도 김경희 이사와 서영운 이사에게 각각 32억9800만원, 5억6100만원 등 거액의 보수를 지급했다.

젬백스&카엘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클린룸 오염제거 사업을 벌였던 '카엘'을 모태로 한다. 한국줄기세포뱅크 오너인 김상재씨가 2008년 5월 코스닥 상장사인 카엘을 인수했고 다시 카엘은 2008년 10월 노르웨이 항암백신 개발 전문회사 젬백스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젬백스&카엘로 변경했다. 젬백스&카엘은 항암백신 기술개발을 주 사업으로 하는 카엘젬백스, 의료관광 및 의약품 도소매 업체인 KSCB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율도 62.94%에 달한다. 


급여는 1억인데
스톡옵션은 80억

이 대표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79년 효성물산 시애틀지사 대표이사, 96년 효성드라이비트 대표이사, 2002년 한국전화번호부 대표이사, 2007년 한국줄기세포뱅크 회장 등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젬백스&카엘 대표에는 2008년 올랐다.

위메이드 전 대표이사이자 자회사 조이맥스 이사에 올라있는 김남철 이사는 42억2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창근 조이맥스 대표이사에게는 6억44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지난해 위메이드 공동 대표이사였던 남궁훈 씨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위메이드는 김 이사가 단독대표체제로 운영해오다가 지난달 말 장현국 위메이드 부사장으로 대표가 교체됐다. 위메이드는 '캔디팡' '윈드러너' 등 1000만 다운로드 게임 2개를 보유한 게임 회사다.

위메이드는 2000년에 설립, 지난 14년간 게임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 '미르의전설2'는 현재 서비스 중인 국내 단일 게임 사상, 전 세계 누적 매출 최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 처녀작으로 '바이킹 아일랜드' '리듬스캔들' '카오스&디펜스'를 출시했고 '캔디팡'은 출시 20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이어 지난해 1월 출시한 '윈드러너'도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최단기간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했다.

김 이사는 2002년 대만국립사범대를 졸업한 뒤 대만 마야온라인 부사장, 와이디온라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9년 12월부터는 위메이드 전략기획 및 게임 CRM 본부장(부사장)을 맡아오다 2011년 3월부터 조이맥스 대표직을 수행했다. 위메이드 대표에는 2011년 12월 올랐다.

반도체 제품 생산장비, 기계부품 및 부속품 제조·판매 업체인 비아트론의 김병국 전무는 지난해 총 35억9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1억5000만원에 상여금 6500만원, 스톡옵션 33억8300만원, 기타 소득 30만원이 합산된 금액이다.

예상 빗나가지 않은
10대그룹 총수 연봉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급여 9억6000만원, 상여금 24억원 등 총 33억6000만원을 받았다. 김홍창 대표이사는 급여 2억6500만원, 상여금 3억3500만원 등 총 6억9000만원을, 이혁병 대표이사는 급여 3억2300만원, 상여금 3억1400만원 등 총 6억3700만원을 수령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산업, 두성, 극동정밀, 레데코 등 계열사 15개를 두고 카지노 운영과 호텔, 여행, 레저, 제조, 건설, 부동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 전락원 창업주에 의해 72년 설립된 파라다이스투자개발(주)을 모태로 하며 97년 사명을 현대의 파라다이스로 변경했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매매가 개시됐으며 전 회장은 2004년 창업자 사망 이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재는 일본 세가사미그룹과 합작을 통해 인천 영종도지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전 회장은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버클리대학교를 졸업하고 93년부터 95년까지 ㈜파라다이스 이사를 거쳐 기획조정실 전무,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4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회장에는 2005년 11월 공식 취임했다.

박상돈 코데즈컴바인 대표이사는 22억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박 대표가 받은 22억100만원은 전부 근로소득 명목으로 받은 급여로, 보수산정기준과 방법은 이사회 결정에 따랐다.

의류사업을 주요사업을 영위하는 코데즈콤바인은 원래 환경사업 위주 회사였다. 95년 세워진 ㈜윤디자인연구소를 전신으로 하며 설립 초기 하폐수 처리장치 개발 제조를 주요사업으로 했다. 2000년 ㈜씨투디투로 상호를 변경, 2년 뒤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디자인쉬프트를 자회사로 추가, 그해 ㈜디앤에코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2008년 ㈜예신피제이로 또 다시 상호를 변경하고 ㈜리더스피제이를 흡수 합병하면서 주요 사업을 패션의류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듬해 환경사업 부문 특허권을 ㈜바솔텍에게 양도하고 ㈜제이앤지산 지분 45%를 취득하면서 2010년 12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남녀 캐주얼 의류 및 내의류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패션의류 사업 외에도 팬시용품과 사무용품을 유통·판매하는 디자인 사업도 영위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은 김홍선 전 사장에게 21억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김 전 사장은 급여 3억3000만원에 상여금 3억3000만원, 스톡옵션 10억8825만원, 퇴직금 3억5446만4000원을 받았다. 김기인 안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억3095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맨 신화' 주인공들
수억∼수십억 보수로 받아

안랩은 국내 보안 소프트웨어 대표주자다. 95년 서울 서초동 소규모 사무실에서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 2000년에 사명을 안철수 연구소로 변경했고 2004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안랩이라는 사명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12년 2월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V3'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전 사장은 2008년 8월 안랩의 4대 CEO로 선임되어 지난해 12월 6개월여의 임기를 남긴 채 사임했다. 이와 관령해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고 김 전 사장은 "나는 뼛속까지 기업인이고, 사업이 재밌다"면서 "정계 진출은 사임 이유와 전혀 무관하며, 앞으로도 정계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안랩은 지난달 27일 주총에서 권치중 대표이사를 신규선임했다.


김 전 사장은 안랩 대표에서 물러난 후 언어문화봉사단 비비비코리아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21일 SK커뮤니케이션즈 주총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이완근 신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계열사인 우리기술투자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을 합해 총 18억1600만원을 받았다. 3개월간의 급여는 1억원, 퇴직금만 17억1600만원이다.

신성그룹은 신성솔라에너지, 신성이엔지, 신성에프에이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태양광 전문기업이다. 77년 제습기와 냉동기를 생산하던 신성기업사(현 신성엔지니어링)를 설립, 조선용 냉공조설비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회사를 성장시켰으며 80년대 초 국내 반도체업체의 규모 확대에 따라 '클린룸' 사업을 시작, 신성솔라에너지 기반을 닦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우리기술투자 대표에서 사임했다. 빈자리는 그의 아들 이정훈 대표가 채우고 있다.

터치패널기술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모린스는 지난해 석송곤 회장에게 총 17억9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석 회장은 급여 10억원과 퇴직금 7억9300만원을 받았다. 진교영 사장은 급여 8000만원과 퇴직금 1400만원 등 총 9400만원을 받았고 남상욱 부사장은 급여 8000만원과 퇴직금 1900만원으로 99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수십억은 기본
작은 고추가 맵다

모린스는 지난 2003년 설립,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자부품 제조사다.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첫해에만 매출액 868억원, 영업이익 145억원 등 설립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터치폰 패널 공급을 모린스가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아이폰의 '정전용량 방식'을 채택하면서 모린스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쟁업체와는 다르게 본인들만의 기술을 고집한 결과였다. 모린스는 지난달 28일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지난 2일 재산보전처분 신청과 포괄적금지명령신청에 대한 결정을 받은 상태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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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