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폭풍전야 내막

거짓말 거들다 딱 걸렸다

[일요시사=경제2팀] KDB대우증권은 앞으로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분식회계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의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기관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다. 이후 파장이 길어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섬유업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융당국에 대한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따랐다는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고섬 사태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최대 규모 징계

중국고섬은 애초에 상장해서는 안 되는 부실기업이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의 섬유업체다.

중국고섬은 2009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2011년 1월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중국고섬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2개월 만에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중국고섬은 거래정지 전날 싱가포르거래소에만 거래정지를 요청했고, 이후에도 상당기간 정지 사유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매매정지 하루 전인 3월21일 중국고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은 영문도 몰랐던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사건이 터진 후 3년간 해명이나 사과는 커녕 모든 주주총회와 공시를 수십 차례 미루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금융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와 매출 및 주요 실적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중국고섬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마치 1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가진 것처럼 허위기재한 것이다. 심각한 현금부족 상태였던 중국고섬은 한국거래소 상장 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모자금 2100억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해당 금융사는 3년 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최근 증시 부진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대우증권에 커다란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대우증권 임원 또한 3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2010년 3분기 중국고섬의 핵심자산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계정에 대해 단순한 분석적 검토만 실시했다.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2010년 3분기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도 입출금 통장 잔고 및 거래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역시 대우증권이 중국고섬의 현금잔고 확인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와 누락을 막지 못한 것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대우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대우증권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국고섬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대우증권은 이들이 입은 손해액의 절반(3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2010년 9월 재무제표는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적절한 검증을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즉, 대우증권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고섬의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2년 뒤에야 중국고섬 사태는 종지부를 찍었다. 대표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실기업 상장 주관했다가…파장 일파만파 
결국 분식회계로 폐지 "3년간 새 사업 못해"

그러나 대우증권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은 1차적으로 회계법인의 과실을 밝혀냈어야 했다"며 "(대우증권의) 100% 책임이 아닌 (회계법인과의) 공동책임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반 동안 회계법인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3개월 만에 증권사가 어떻게 분식회계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느냐"며 "금감원은 모든 책임을 증권사에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우증권이 주장하는 과정은 이렇다. 중국고섬의 분식회계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2007년부터 중국고섬의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3년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국에서 고섬과 은행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강제로 검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에 대해서도 감리했지만 중국에서 협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보류된 상태"라며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해놓고 핑계를 대고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고섬 고발

대우증권은 싱가포르 경찰국 상무부(CAD)에 중국고섬 등을 회계부정으로 고발했다. 금융당국이 중국고섬 회계부정 수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우증권이 직접 해외소송을 준비한 것이다. 회계부정을 입증할 증거가 모두 해외가 있어 국내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우증권은 이번 고발을 통해 중국고섬의 회계부정을 입증하고 관련 증거를 최대한 입수해 향후 진행할 손해배상소송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싱가포르경찰국 산하에 있는 특수수사국 부서다. 대우증권은 참고인 자격으로 중국고섬 사태에 대한 직접 진술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고섬 사태는?


KDB대우증권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실적 악영향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우증권은 2013회계년도(2013년 4∼12월)에서 영업손실 36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고섬, STX, 경남기업 부실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800억원 가량 발생한 탓에 손실 규모가 커졌다.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였던 KDB대우증권은 고섬의 상장폐지 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대우증권은 당시 중국고섬 주식을 약 830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거래 정지 기간 동안에도 582억원 가량으로 평가됐던 중국고섬 주식은 28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또한 상폐 후 정리매매를 거쳐 국내 주식 1주당 싱가포르 주식시장의 주식 20주와 워런트 10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11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시장법상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도 물게 됐다.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금액 3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아울러 대우증권은 투자일임 운용제한,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련 손실 보전 금지 등을 위반했다가 최근 적발됐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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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