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메이커 '대한민국 헌정회'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2 0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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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연금 꼭 필요하십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일명 국회의원 연금이라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정치개혁안에서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언급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국회의원 연금 폐지를 약속해왔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한때 잘 나가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120만원의 지원금은 꼭 필요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민들에게 트러블메이커로 전락한 대한민국 헌정회를 집중 해부해봤다.




민주당이 지난 3일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언급은 쏙 빠졌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면 원로회원 지원을 폐지하는 법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김선동 의원이 전직 국회의원의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준비했으나 다른 정당의 외면으로 발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을 외면한 생색내기식 처방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권?


국민들의 비판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국회의원 연금이라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전직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면 만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이는 일반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같은 연금은 일반 국민들이 박봉을 쪼개 20년 이상 연금을 부어도 받기 힘든 금액이다.

일례로 6ㆍ25 참전 명예수당이 고작 월 9만원인데, 국회의원을 한번 했다고 매달 120만원씩 연금을 지급받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치쇄신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 연금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여야의 약속은 지난해 7월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국회의원 재임기간 1년 미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 복권되지 않은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2인 가족 기준 월 약 294만원) 이상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법은 순자산 기준에 대해서는 헌정회 정관에 위임했는데, 정관은 순자산가액을 18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 3억6600만원과 비교하면 5배나 많았다.

헌정회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다. 헌정회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총 125억 가량을 지출했다. 국회의원 연금을 제외한 사업비 6억8926만원 가운데 총 3억8829만원을 회원 복지사업, 친목단체 지원, 역사탐방, 회원접대 비용으로 썼다.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헌정회는 매년 창립기념식 때마다 80세 이상 모든 회원에게 시가 120만원짜리 순금 공로패를 수여하면서 4000여만원의 예산을 썼다. 또 매년 역사탐방 1억원, 친목단체지원비 2350만원, 회의비 1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심지어 회원이 아닌 내부 직원 경조사비를 국비로 내기도 했다.

헌정회가 한해 지출한 경조사비만 6000여만원이었다. 주요선진국에서는 헌정회처럼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에 국고가 지원되는 사례가 전무하다.


아직도 못 내려놓은 특권, 국민 '부글부글'
"셋방 전전하는 전직 의원 많다" 하소연


물론 헌정회 측도 할 말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있는데 한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없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선 의원의 경우 영국에선 연금을 4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겨우 120만원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헌정회 회원들 간 모임에 국고를 지원한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헌정회 권해옥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권 총장은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의원연금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자 바람"이라며 "사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에 우리 헌정회가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국회의원연금이 폐지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헌정회의 압력을 첫 손에 꼽는다. 한때 잘나가던 정치인들의 모임인 만큼 정치권이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단법인 단체다. 현재 헌정회의 정회원은 1111명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특별회원이다. 헌정회는 국회의원 연금 논란이 일 때마다 나름 국가의 큰 현안이나 외교적인 일이 있을 때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고 정책도 개발해 왔다며 항변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궁금증도 있다. 한때 잘나가던 전직 국회의원들이 연금 지원을 꼭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할까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경우 고액자산가인 정몽준 의원(1조 9249억4952만원)을 제외하고도 평균재산이 46억여원이나 됐다. 헌정회 회원들은 전직이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할 이유는 없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헌정회 측은 물론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한 회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원들도 많다고 항변한다. 지금은 선거가 있는 해에 상한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고, 법정선거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전해주는 제도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한때 수십억 재산을 가졌던 의원들도 선거 몇번 낙선하고 나면 재산 까먹는 것은 금방이었다는 것이다. 전직 의원이 마땅히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도 어려우니 경제적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노년이 어렵다보니 전직 의원이란 간판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되는 회원들까지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도 회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은?


실제로 헌정회 사무실을 찾는 회원들의 삶은 비루해보였다. 대다수가 요금을 내지 않는 지하철을 이용해 회관에 나오고, 헌정회에서 주는 식권으로 국회 주변 지정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모 전직의원의 경우 식비가 모자라 식권을 모았다가 부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전직 국회의원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별세했는데 입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시신을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상당수 회원들이 셋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헌정회 측은 주장했다. 국회의원 연금을 받아도 각종 부채 등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전직 의원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등장으로 정치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정치권. 국회의원 연금과 헌정회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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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