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추석 이후 터진다① 폭풍전야 정치권 3災

천둥에 번개, 비바람까지 몰아친다



용산참사·미디어법·노무현 수사 등 국감 이슈 ‘와글와글’
 MB 지지율은 상승…내각 불신임으로 기상도는 ‘흐림’

10월 정치권이 폭풍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9·3 개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후폭풍은 정치권을 한바탕 휘저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을 불려가고 있고 굵직한 이슈들을 품고 있는 국정감사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화두는 개헌으로 이어질 도화선이다. 10월 재보선을 향한 여야의 거침없는 질주도 더해진다. 특히 인사청문회나 국감, 재보선은 따로 떨어져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파장을 확대시키고 있어 시한폭탄의 시계추를 빠르게 돌려놓고 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정치권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추석 연휴에 한숨 돌리고 나면 바로 여야가 격돌할 정치 이슈들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야 격돌의 시작은 인사청문회 후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9·3 개각을 통해 인선한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에게 ‘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들을 ‘비리백화점’ ‘기네스북에 오를 추악한 내각’이라고 비판하면서 ‘인준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드러난 ‘비리 백화점’
‘폐업 선언’ 할까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경우 인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정도다. 민주당뿐 아니라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세종시 원안 처리’를 주장하며 정 내정자의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당당과 창조한국당도 뜻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인준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훨씬 웃도는 167석을 거느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정 내정자의 인준은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정 내정자는 9·3 개각 인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달리는 수많은 의혹을 받았고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이미 심한 상처를 입었다.


정 내정자뿐 아니라 이귀남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내정자도 도덕성과 능력 문제로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법을 집행할 최고책임자가 법을 어겼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며, 백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전문성 부족 등 자질 문제로 인해 ‘자진사퇴설’이 나오고 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 배우자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논문 이중게재, 국가공무원법 위반, 아들 이중국적, 1000만원 뇌물수수, 배우자 그림 고가 판매 등 끝없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 만큼 국민의 실망도 크다”면서 국민의 65.5%가 정 내정자의 총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한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처럼 ‘성인군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을 뽑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야당시절 인사청문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잣대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의 철면피함과 이중적인 태도가 절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정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결격사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정권 초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에 버금가는 ‘도덕 불감증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이러한 사태가 내각불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5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은 각 상임위마다 굵직한 이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감에는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한 신종플루가 자리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도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과잉수사, 미디어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심사를 앞두고 4대강 사업과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따져 묻겠다고 나서 여야간 전선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국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국감 후 바로 재보선이 찾아오는 만큼 국감 기간 동안 여야가 격렬히 다투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15 메시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도 불씨가 살아 있다. 여야 모두 이를 개헌과 연계시켜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상임위마다 이슈 가득
국감 ‘보물창고’ 열렸네

이 대통령은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개헌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제한적 개헌론’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처리하려면 이뤄지기 힘든 만큼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이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 여기에 통치 권력이나 권력구조에 대해 제한적으로 개헌하면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 10월 재보선이 끝나면 국회에서도 개헌특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 논의를 다뤄 내년 상반기까지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몽준 대표는 “개헌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집권 초기에 해야 하는데 늦었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개헌은 졸속하게 몰아치듯 속도전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여야가 개헌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재보선 후 다시 한 번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청문회 이후 내정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 국감 등 각종 정치 이슈가 결국 향하는 곳은 10월 재보선이다. 사안마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재보선에 미칠 영향력을 배제한 채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경기도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김근태라는 ‘빅카드’로 다시 한 번 ‘수도권 상륙작전’을 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지원유세를 약속하고 나서면서 김근태 카드까지 포기했다. 대신 수원 장안에 한나라당 후보로 박찬숙 전 의원이 뛰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상 최고위원을 ‘대항마’로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산에는 박희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격 준비를 마무리했다. 박 전 대표라는 ‘거물’이 버거울 것이라는 평이지만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이들이 무소속으로 속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여당이 지리멸렬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제법 탄탄한 친노 진영의 ‘뒷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산 상록을은 지역 일꾼들의 승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재보선 지역에 포함된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에는 아직 후보군만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경제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야권의 ‘중간심판론’을 견제하며 ‘지역 일꾼’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아픈 패배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렸던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도 쓴잔을 마신다면 대대적인 당 개혁과 조기전당대회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상임위별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세종시법, 부자 감세 이슈들을 역할 분담해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치 이슈도, 국감도
목표는 10월 재보선

특히 충청권이 재보선에 포함됨에 따라 정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세종시’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정 내정자까지 세종시를 변경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 충청권 민심을 움직일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정치분석가는 “이번 재보선에서는 4월 재보선 때보다 여권에 유리한 구석이 보인다”면서도 “재보선은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한데다가 재보선 바로 전에 있을 국감에서 정부의 실정이 계속해서 거론될 것이기 때문에 여당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월 정치권엔 수많은 이슈들이 혼재돼 있어 어떤 사안이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이 힘들다”면서 “여야간 정쟁으로 재보선 판도가 바뀌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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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