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추석 이후 터진다① 폭풍전야 정치권 3災

천둥에 번개, 비바람까지 몰아친다



용산참사·미디어법·노무현 수사 등 국감 이슈 ‘와글와글’
 MB 지지율은 상승…내각 불신임으로 기상도는 ‘흐림’

10월 정치권이 폭풍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9·3 개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후폭풍은 정치권을 한바탕 휘저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을 불려가고 있고 굵직한 이슈들을 품고 있는 국정감사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화두는 개헌으로 이어질 도화선이다. 10월 재보선을 향한 여야의 거침없는 질주도 더해진다. 특히 인사청문회나 국감, 재보선은 따로 떨어져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파장을 확대시키고 있어 시한폭탄의 시계추를 빠르게 돌려놓고 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정치권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추석 연휴에 한숨 돌리고 나면 바로 여야가 격돌할 정치 이슈들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야 격돌의 시작은 인사청문회 후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9·3 개각을 통해 인선한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에게 ‘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들을 ‘비리백화점’ ‘기네스북에 오를 추악한 내각’이라고 비판하면서 ‘인준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드러난 ‘비리 백화점’
‘폐업 선언’ 할까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경우 인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정도다. 민주당뿐 아니라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세종시 원안 처리’를 주장하며 정 내정자의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당당과 창조한국당도 뜻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인준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훨씬 웃도는 167석을 거느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정 내정자의 인준은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정 내정자는 9·3 개각 인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달리는 수많은 의혹을 받았고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이미 심한 상처를 입었다.


정 내정자뿐 아니라 이귀남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내정자도 도덕성과 능력 문제로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법을 집행할 최고책임자가 법을 어겼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며, 백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전문성 부족 등 자질 문제로 인해 ‘자진사퇴설’이 나오고 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 배우자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논문 이중게재, 국가공무원법 위반, 아들 이중국적, 1000만원 뇌물수수, 배우자 그림 고가 판매 등 끝없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 만큼 국민의 실망도 크다”면서 국민의 65.5%가 정 내정자의 총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한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처럼 ‘성인군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을 뽑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야당시절 인사청문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잣대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의 철면피함과 이중적인 태도가 절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정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결격사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정권 초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에 버금가는 ‘도덕 불감증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이러한 사태가 내각불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5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은 각 상임위마다 굵직한 이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감에는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한 신종플루가 자리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도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과잉수사, 미디어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심사를 앞두고 4대강 사업과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따져 묻겠다고 나서 여야간 전선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국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국감 후 바로 재보선이 찾아오는 만큼 국감 기간 동안 여야가 격렬히 다투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15 메시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도 불씨가 살아 있다. 여야 모두 이를 개헌과 연계시켜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상임위마다 이슈 가득
국감 ‘보물창고’ 열렸네

이 대통령은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개헌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제한적 개헌론’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처리하려면 이뤄지기 힘든 만큼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이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 여기에 통치 권력이나 권력구조에 대해 제한적으로 개헌하면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 10월 재보선이 끝나면 국회에서도 개헌특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 논의를 다뤄 내년 상반기까지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몽준 대표는 “개헌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집권 초기에 해야 하는데 늦었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개헌은 졸속하게 몰아치듯 속도전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여야가 개헌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재보선 후 다시 한 번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청문회 이후 내정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 국감 등 각종 정치 이슈가 결국 향하는 곳은 10월 재보선이다. 사안마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재보선에 미칠 영향력을 배제한 채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경기도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김근태라는 ‘빅카드’로 다시 한 번 ‘수도권 상륙작전’을 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지원유세를 약속하고 나서면서 김근태 카드까지 포기했다. 대신 수원 장안에 한나라당 후보로 박찬숙 전 의원이 뛰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상 최고위원을 ‘대항마’로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산에는 박희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격 준비를 마무리했다. 박 전 대표라는 ‘거물’이 버거울 것이라는 평이지만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이들이 무소속으로 속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여당이 지리멸렬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제법 탄탄한 친노 진영의 ‘뒷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산 상록을은 지역 일꾼들의 승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재보선 지역에 포함된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에는 아직 후보군만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경제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야권의 ‘중간심판론’을 견제하며 ‘지역 일꾼’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아픈 패배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렸던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도 쓴잔을 마신다면 대대적인 당 개혁과 조기전당대회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상임위별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세종시법, 부자 감세 이슈들을 역할 분담해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치 이슈도, 국감도
목표는 10월 재보선

특히 충청권이 재보선에 포함됨에 따라 정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세종시’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정 내정자까지 세종시를 변경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 충청권 민심을 움직일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정치분석가는 “이번 재보선에서는 4월 재보선 때보다 여권에 유리한 구석이 보인다”면서도 “재보선은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한데다가 재보선 바로 전에 있을 국감에서 정부의 실정이 계속해서 거론될 것이기 때문에 여당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월 정치권엔 수많은 이슈들이 혼재돼 있어 어떤 사안이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이 힘들다”면서 “여야간 정쟁으로 재보선 판도가 바뀌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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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