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추석 이후 펑 터진다 ②재계 3대 시한폭탄

숨죽인 경제정글…‘악소리’ 모자라 ‘곡소리’ 들린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시즌이다. 짧은 연휴에도 설레는 마음과 넉넉한 여유는 예년과 같지만 재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숨 돌릴 틈도 없다. 발 뻗고 쉬기엔 현안이 너무 첩첩산중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은 딴 나라 얘기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에 명절은 오히려 큰 산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어떤 사안들로 긴장하고 있을까. 재계에 곧 들이닥칠 굵직굵직한 3대 이슈를 꼽아봤다.

명절 직후 들이닥칠 눈앞 현안들 ‘첩첩산중’
예고만 무성 ‘내외풍’ 하반기 직간접 영향권

재계는 올해 들어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수난이란 수난은 모두 겪었다. 기업들은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외풍이 끝난 게 아니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예고만 무성했던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전환점이 바로 이번 추석이다. 재계가 추석을 앞두고 좌불안석인 이유다. 여기에 눈앞에 닥친 현안들까지 산적해 안 그래도 급한 마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한통운, 두산…’
다음 타깃은 어디?

재계는 우선 ‘사정 칼바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심상찮은 움직임이다. 추석 이후 터질 검찰발 시한폭탄의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인 대한통운과 국내 최대 종합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두 기업의 전·현직 경영진 줄소환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8000억원으로 택배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통운은 운송,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에 운송물량을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송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인수해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칫 ‘불똥’이 그룹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대한통운 비자금이 참여정부 고위 인사에게 뇌물로 전달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검은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년 전 해군에 고속정 부품을 납품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검찰은 납품 단가를 부풀리기 위해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지난해 매출 3조9000억원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를 2005년 인수한 두산그룹 역시 노심초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원들의 개인 비리 정황을 포착,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이어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회사 측이 납품업체와 짜고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겨냥이 ‘검풍 신호탄’으로 관측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난해 2월, MB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 정권과 맞물린 재계 손보기에 나섰지만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 지난 1년7개월 동안 권력형 비리란 꼬리표를 달고 도마에 오른 사건은 20여 건. 이 가운데 상당수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등 ‘소문난 잔치’ 또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흐지부지 끝났다.

그나마 간신히 ‘은팔찌’를 채운 기업들도 하나같이 집행유예나 보석, 무죄 등 개운치 않은 판결로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특히 지난 5월 ‘박연차 게이트’수사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검찰은 지난 4개월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취임한 김준규 총장이 안착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특별수사에 일선 지검의 특수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김 총장은 자신의 구상대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역 검사장들을 잇달아 불러 토착비리와 기업비리 척결을 적극 주문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 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기업의 작은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박연차 게이트’수사 때 강압 논란을 빚은 대검 중수부 대신 일선 지검 특수부가 각개전투식으로 횡령, 비자금 조성, 특혜, 로비 등 고질적인 기업 비리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인천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등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힌 이후 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축적됐던 첩보를 하나하나 확인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못지않게 경찰과 국세청, 공정위 등 소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사정기관들의 압박도 예사롭지 않다. 경찰은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대형 건설사들을 정조준한 형국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모 대학 교수의 폭로로 불거진 금호건설의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수주 로비 의혹을, 부산지방경찰청은 롯데건설의 진해 화전산업단지 입찰 로비 의혹을 캐고 있다. 경찰은 다른 건설사들도 대규모 공사입찰에서 비슷한 수법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2009년 법인세 정기 조사대상 선정방향’을 통해 세무조사 대상기업 2900개를 선정했다.

이 중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100개사다. 지난달 ‘타깃’을 최종 확정한 국세청은 추석 이후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착비리 색출 나선다
지검 특수부 각개전투

공정위는 식료품, 다단계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정호열 위원장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필수품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못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불공정행위나 짬짜미를 통해 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들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천명한 데 따른 조치다.

사정기관들의 대협공도 눈에 띈다. 검찰, 경찰, 국세청이 합동으로 기업들의 비리를 캐고 있는 것. 검찰과 국세청은 최근 S사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수사와 세무조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사는 수주 특혜 의혹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경찰에 1차 수사를 맡겼다. 검찰은 또 H그룹에 대해서도 경찰, 국세청과 함께 극비리에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포화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혹시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당장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 상황에서 두 가지 현안과 맞닥뜨린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냐, 숨통을 틔우기 위한 구조조정이냐’는 기로다. 현재 M&A 시장엔 건설, 금융, 유통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매물들이 즐비하다.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급하게 삼켰다가 도로 내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동부메탈, 대우인터내셔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오는 하반기 이들 매각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덩달아 대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물밑 작업이 벌써부터 뜨겁다.

필승 각오를 다진 기업들이 이미 상당 폭의 M&A 상황을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재계의 재편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이행보증금 3150억원 문제로 법정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법원의 조정과 상관없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동부메탈 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모펀드(PEF)를 구성,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대주주인 캠코가 매각주간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는 등 본격적인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그룹과 포스코, SK그룹, STX그룹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밖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은 가격 협상 등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서서히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지난달 22일 인수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외환은행은 효성그룹을 대상으로 실사와 예비입찰, 본입찰 등을 거쳐 오는 11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검·경·국·공 등 사정기관 수사 가시화
초대형 인수전·대규모 구조조정 본격화


M&A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워낙 비싸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몸집을 늘리는 데 M&A만 한 지름길이 없는 만큼 눈치를 보고 있는 대기업들이 하나둘 붙을 것”이라며 “이르면 추석 이후, 늦어도 연말이나 연초부터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지급액은 2조45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조2456억원)에 비해 9.5% 정도 늘어난 수치로 금융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26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3.7%나 증가했으며 LG전자(57%) 포스코(26%), 하이닉스(20%) 등도 퇴직금 지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기 회복 등을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감원,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 괴담까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각 기업은 여러 자구책을 동원해 갈 때까지 가더라도 최소한 ‘사람’만은 버리지 않겠다는 각오지만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 노사 양측은 지난 8월 전쟁터를 방불케 한 파업 사태를 종결하면서 전체 정리해고자 974명 중 48%에 대해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분사하기로 합의했다.

무기한 총파업이란 극단 대치로 ‘제2의 쌍용차 사태’로 치달은 금호타이어는 사측의 정리해고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감축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 국내 근무 직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GM대우도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몸집 불리기냐
숨통 트이기냐


KT는 지난달 말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6월말에도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리해고 방안인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갈수록 전방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겹겹의 우산으로 대규모 감원 폭풍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노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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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