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⑧2013 스캔들 메이커 13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2: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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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만 푹푹 “욕 먹기 바빴다”

[일요시사=사회팀] 다사다난했던 2013년 묵은해가 지나고 2014년 갑오년 새해다. 한 해를 돌아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 한 해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 13인에 대해 알아봤다.




<일요시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13인을 한 데 모았다. 윤창중, 김학의, 이석기, 영남제분 사모, 강덕수, 현재현, 전두환, 조용기, 조양은, 이수근, 김주하, 류시원, 임성한. 순서대로 살펴보자.

[세계적 망신]
[   윤창중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3년 5월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은 방미 도중인 9일 오전 11시에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알고 보니 그는 전날 8일 오후 1시35분에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다. 당시 청와대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했다”면서, 윤 전 대변인의 경질 사유를 밝혔다. 미국 경찰은 이와 관련해 성추행 혐의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한 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라면서 “미국의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서 칩거했다. 하지만 그 사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직원의 엉덩이를 만졌고,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최근 중국 <신화통신>은 올해 세계 8대 굴욕 중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포함했다.

[성접대 의혹]
 [  김학의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3월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사표를 제출했다. 건설업자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건설업자 윤모씨가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고위층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 건설업자 윤씨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A씨 등 피해 여성들을 조사하면서 임의 제출 받은 파일 형태의 짧은 동영상 1편을 분석했다. 그러나 경찰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성접대는 실제 있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미지수다.”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요악하면 이렇다. 결국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한때 박근혜정부 검찰총장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하다.

[내란음모 혐의]
 [   이석기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에 속한 이석기 의원을 고발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2013년 8월28일 이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롯한 10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정원의 주요 주장은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으로 한국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른바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계열 활동가들이 2013년 5월 경기도 용인의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경기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한 것.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을 형법상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을 고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부터 내사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당시 증거물로 제시했던 녹취록 일부의 오류를 시인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공판은 2014년 2월 중순에 판결이 날것으로 보인다.

[영남제분 사모님]
 [    윤길자     ]


사위의 불륜 현장을 잡기위해 여대생 하모(22)씨를 미행하다 청부살해(공기총)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사모 윤길자씨는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5차례 이를 연장했고, 이에 피해자 하씨의 가족은 윤씨가 거짓 환자 행세를 하며 세브란스 병원 호화병실에서 지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급속도로 퍼졌고 검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영남제분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윤씨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가 윤씨 진단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 측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영남제분 류 회장과 함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구속기소 됐다.

악몽 같은 한해 보낸 논란의 인물들
성추행·성접대에 불륜·사기·도박

[신화의 몰락]
 [   강덕수  ]

한때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었던 STX 강덕수 회장이 배임 건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11년3월 30억원을 들여 GOI라는 회사를 차렸고 2011년 5월 GOI는 강 회장의 (주)STX 주식을 제3자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받고 이후 (주)STX 지분 250만주를 취득했다. 취득 주식을 대체 담보로 해 강 회장 지분은 담보 해지했다.




GOI는 강 회장이 대주주였던 포스텍으로부터 240억원을 빌려 대출금을 갚았다. 올들어 (주)STX 주식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대출기관들은 GOI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다. GOI는 채무 변제능력을 상실했고 포스텍은 손해를 본다. 강 회장이 STX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려다 포스텍에 배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가 (주)STX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고 손실까지 떠안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경영활동”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동양사태 주범]
 [   현재현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세 번째 검찰 소환으로 동양그룹 수사가 정리 수순에 들어섰다. 현 회장은 사기성 CP(기업어음) 발행·판매 혐의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발행 당시에는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조만간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2005년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으나, 구조적 공급과잉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 그리고 건설경기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2006년 동양그룹은 계열사를 24개로 확장하면서 현금이 필요하게 되자, 금융계열사를 통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동양증권의 부채는 늘어났고 2013년 9월까지 CP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동양그룹 지원 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동양3사(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에 이어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드디어 털린]
 [   전두환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지난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6년 만에 미납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환납 계획을 발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추징급 완납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둘러싼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기나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씨 일가의 미술품 총 낙찰액은 27억7000만원으로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전씨 일가는 검찰에 압류된 경도 오산 땅 등 900억원 상당의 재산을 포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가족들이 나눠내기로 했다. 미술품과 서초동 시공사 사옥, 북플러스 주식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 4남매가 개인 소유의 재산을 분담해 내놓기로 했다. 16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추징이 급물살을 탄 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되면서부터였다. 결국 여론과 검찰 압박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불륜 폭로된]
 [  조용기   ]

2013년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용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특히 프랑스의 한국인 소프라노 정귀선씨가 쓴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2003)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책에는 정씨와 조 목사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단 내용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이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가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모임 측은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 목사에 대한 의혹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뭐만 하면 눈총
헤드라인 단골들

[손 못 씻은]
 [  조양은  ]

양은이파 두목으로 유명한 조양은씨가 사기 혐의로 인터폴 수배를 받다가 필리핀 현지 보안당국에 의해 붙잡혔다. 그의 해외도피는 2013년 11월26일이 마지막이었다. 1년6개월에 걸친 도피생활의 최후였다. 조씨는 2010년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 2곳을 운영하며 허위 담보서류를 이용, 제일저축은행에서 44억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조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6월게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에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경찰청 외사과를 통해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조씨를 붙잡기 위해 필리핀 이민국과 현지 경찰,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이 협조했다. 조씨는 결국 잡혔다. 하지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범서방파, OB파와 함께 1970~80년대를 삼분했던 조씨는 평생에 걸쳐 교도소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주먹 세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맞대기 불법도박]
 [    이수근     ]

방송인 이수근이 불법 도박 혐의를 받았다. 휴대폰을 이용해 영국 프로축구 등에 베팅하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2013년 12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말을 전했다. 당시 그는 “첫 기사가 나오고 20일 가량 지나는 동안 ‘꿈이었으면’하고 생각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휴대전화로 해외 스포츠 경기의 예상 승리팀에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및 불법 인터넷 스포츠토토에 3억7000만원 가량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근의 변호인은 “(이수근씨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며 “불행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개그맨으로서 항상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수근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돌싱 아나운서]
 [   김주하    ]

김주하 MBC 전 앵커가 결혼 9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13년 10월 법조계에 따르면, 김주하는 남편 강필구씨를 상대로 이혼 및 양육자 지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MBC의 간판 앵커로 활약해온 김주하는 2004년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강씨와 결혼했다. 2006년에는 아들을, 2011에는 딸을 낳았다. 김주하는 둘째 출산 이후 1년8개월 간 휴직했다가 방송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강씨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주하는 지난 4월 MBC 보도국으로 복귀했으나 뉴미디어국 인터넷뉴스부로 발령이 났다. 앞서 김주하는 2012년 1월 남편과 영화 <남쪽으로 튀어> VIP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주하의 남편은 가수 송대관의 처조카다. 당시 MBC 측은 “이혼은 개인적인 일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진흙탕 이혼소송]
 [     류시원    ]

탤런트 류시원이 결혼한 지 2년6개월 만에 배우자 조예나씨와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니라 매달 300만원씩 양육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류씨는 항소심에서 검찰에 징역 8월을 구형받았다. 류씨는 2013년5월 아내 조씨를 폭행하고 조씨의 차량에 위치 추적장치를 몰래 단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류씨가 전과가 없고 폭행과 협박 정도를 고려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류씨는 “끝까지 무죄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혼소송은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지난 2012년 이후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류씨와 조씨는 2013년9월 법원의 조정절차가 재개돼 총 세 차례에 걸쳐 가사조사관 면담을 받았지만 결국 조정이 불발돼 이혼 소송은 재차 조정에서 본안사건으로 전환돼 2014년 2월10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게 됐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며 2년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방송만 되면 논란]
 [    임성한      ]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2013년 안방극장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시청률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사회적 통념과 기본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내용 전개에 많은 사람들은 임성한 작가를 비판했지만 ‘150회’까지 이어지는 건재함을 보였다. 한때 임 작가 퇴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서명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시청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10만 번 절을 하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돌아오고, 암도 생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대사는 수많은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고, 개연성 없는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을 올리며 ‘진격의 막장’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이번 <오로라 공주>로 대중의 공분을 샀던 만큼 한동안 임 작가의 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임 작가는 한류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하는 콘텐츠 기업과 차기작 계약을 마친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차기작을 TV에서 내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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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