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현역의원 최초로 '대선불복'을 언급한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최근 성명서 발표 이후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경색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당장 새누리당은 '장하나 의원 제명안' 제출과 함께 장외 규탄 집회에 나섰고, 지도부는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이에 위축되지 않고 각종 집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새누리당의 대응에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장다르크' 장하나 의원을 지난 18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현역의원 가운데 최초로 '대선불복'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 자진사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보궐선거 실시 등을 주장했다.
그간 민주당 내 누구도 공식적으로 하지 못했던 발언들을 비례대표 초선의원인 장 의원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박근혜정부 공격의 선봉에 나선 장 의원의 진짜 속내를 <일요시사>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을 내놨다. 대선 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의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응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것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은 적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국민적 요구가 높은 이런 사안(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저와 같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제출한 저에 대한 제명안이 통과될 확률은 더 낮다는 믿음도 있다. 새누리당은 제명안을 낼 수 없는 사안에 제명안을 냈고, 새누리당의 이런 행동은 더 현실성이 없다.
- 일각에선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대선불복' 언급은 성급했다는 비판도 있다.
▲국정원 대선 댓글 작성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처음에는 수십 건을 기소했다가, 점차 늘려 현재는 120만 건이 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당시 이미 성명서를 준비했으나 그때는 여야 4자회담을 통해 '특검·특위'가 논의 중이라 참았다. 그런데 결국 특위만 받아들여졌고, 며칠 후 국정원이 트위터를 통해 유포한 글이 2000만 건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쯤이면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만약 제가 박 대통령과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자진사퇴했을 것이다.
- 새누리당 반응은 차치하더라도 당내 반응도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장 의원의 발언에 대한 민주당이나 주변 반응은 어떤가?
▲민주당 의원님들은 다들 격려해준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개인의사 표명을 못할 일도 아니고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저에 대한 제명안을 낸 이후 더 많은 지지를 해 주신다. 당내에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다.
- 장 의원의 발언을 기점으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야권의 청년비례대표 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 정치권의 부당한 타협이나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청년비례대표 의원들의 장점이다. 문제의 본질 외에 나머지 부분에 연관되지 않고,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제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쪽의 반응은 자세한 내용도 보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새누리당의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 이는 제가 잘하고 있는 뜻으로도 느껴진다.
새누리당, '제명안 제출·규탄 집회 개최' 악수
박근혜정부 1년…이명박정부보다 오히려 후퇴
- 장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호시탐탐 노리던 '대선불복 프레임'에 민주당을 갇히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불복 프레임은 이미 잘 작동하고 있었다. 저는 거기에 약간의 충격을 더 준 것일 뿐이다. 저를 본보기로 마녀사냥하듯 제명안을 제출하고, 규탄집회를 여는 것은 악수다. 새누리당은 지금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모래 늪에 빠진 것 같다. '대통령 사퇴' 발언은 새누리당의 오버로 더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됐다.
- 최근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전국, 해외, 전 세대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이다. 젊은이들은 이명박정권부터 시작된 '공포정치' '공안몰이'를 겁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구시대의 방식이라 비웃는다. 이념, 안보 논리와 장성택(처형된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계속 외치는 것으로 위축되는 세대가 아니다. 젊은 세대에서 이런 열풍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구시대적 방식으로 이를 진압하려는 정부의 방식은 젊은이들에게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 대선이 치러진 지 딱 1년이 흘렀다. 그간의 박근혜정부 활동을 평가한다면?
▲이명박정부 때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더 후퇴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행복국가, 복지국가 등 대부분의 공약이 후퇴했다. 이 점이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좀 심하다. 또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와 선긋기를 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끈끈한 연장선에 있는 정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 국회에 입성한 지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그간의 자신의 의정활동을 자평한다면?
▲우리 정치가 저 하나 때문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나부터라도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어느 정도는 보여준 것 같다.(웃음) 제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변에서 격려해 줄 때 자부심을 느낀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다. 성에 차게 된 것도 없었고, 현실정치의 벽이 높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최근 가장 심각한 것은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유성기업 고공농성 등 긴박한 문제들이 정치적 대화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더 '이명박스러운 정치'를 보여주고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도 더 '박정희스러운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공안통치 등의 방식으로는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 박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좀 하셨으면 좋겠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후에는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장하나 의원 프로필>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민주당 대외협력 특별위원장
▲민주당 제주도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