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국개특위 간사' 민주당 문병호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7 09:35:20
  • 댓글 0개

"대북파트 기피하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부터 충실해야"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개혁특별위원회가 진통 끝에 드디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여야는 특위 활동의 공개 여부를 놓고 날선 대립을 펼치는 등 향후 특위 활동의 험로를 예고했다. 가까스로 첫발을 내디딘 국정원 개혁 특위는 과연 꽉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4자회담을 통해 드디어 국정원개혁특위가 출범했다. 특위는 지난 9일 첫 회의를 열고 정세균 위원장과 김재원·문병호 여야 간사를 각각 선출했다. 하지만 사안마다 여야의 입장차이가 너무나 커 특위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선 특위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벌써 1년 가까이 정국이 마비되면서 특위의 활동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과연 특위는 어떠한 성과를 내게 될까? <일요시사>가 국정원개혁특위의 야당 간사인 민주당 문병호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민적 관심사인 국정원개혁특위의 야당 간사를 맡게 됐는데, 각오는?
▲ 일찌감치 했어야 할 일을 근 1년간이나 갈등을 겪은 끝에 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하는 바이고 막중한 책무를 맡게 돼 부담도 된다. 이번 특위를 통해 다시는 선거과정에 국정원이나 관계기관이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개혁적이고 상생의 의미를 담은 법안들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 국회 정상화를 위한 4자회담 합의사항을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 특검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 양당이 합의사항을 작성한 것은 앞으로의 약속이니 지키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약속을 위해 4항에 명기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런 합의사항을 뒤집으려는 친박 세력의 꼼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부 친박 세력들이 특검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논리로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은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이므로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현재 검찰이 국정원 수사를 잘하고 있다며 특검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검찰이 수사 인력 한계로 2차 공소장 변경에 적시된 2090여만 건의 트위터 글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121만여 건의 트위터 글만 기소된 현 상황만 보더라도 특검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 현행 국정원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야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 진보집권 10년 동안 최소한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한다든지, 권력놀음에 아첨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없어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 아니겠는가? 당시는 국정원이 제대로 잘 돌아갔고, 최소한 기본권 유린이나 권력에 굴종하는 기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 국정원이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같은 각종 불법행위를 해 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도나 법을 확실히 좀 바꾸고 또 운용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된 것이다.

-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 방안은 어떤 것들인가?
▲ 우선 국회예산통제권의 강화다. 국정원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예산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국정원 예산과 결산 심사도 정보위원회 심의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국회 예결위에서 심의해야 한다. 더불어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수사기관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정보 수집은 정보기관이, 수사는 수사기관이 담당하도록 해서 각 기관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중점으로 다룰 사안으로 부당직무행위 거부권, 내부 고발자 신분 보장, 부당정보 수집금지, 공소시효 연장,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 등은 반드시 연내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엉뚱한 논리로 특검 반대
대선불복 파문은 국정원 개혁 물타기용

-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 방안 중 국내파트 폐지는 많은 국민들이 안보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 국정원의 본연의 업무는 대북파트와 해외파트다. 그런데 국정원 내에서 대북파트나 해외파트는 기피부서란다. 왜냐하면 국내파트로 가야 진급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이는 정상적이지 않다. 또 국내정보파트는 법에 정해진 국한된 부분에 한해서만 활동을 해야 되는데 현재 국정원은 국내 모든 정보에 관여하며 국내파트가 너무 비대화 되어 있다. 즉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축소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폐지하자는 것이다. 대신 대테러나 대정부 전복 활동에 대한 감시활동은 더욱 강화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국가를 지켜야 할 것이다.




- 민주당은 국정원의 국내파트 수사권을 검경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외국에서 수사를 하다가 간첩이 국내에 들어오면 수사를 중단하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는데?
▲ 김진태 의원께서 검찰 출신인데 검찰을 무시하는 말씀을 하신 거다. 현재도 검경에서 대공수사를 하고 있고 많은 대공사범들을 검거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수사권을 검경으로 이관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처럼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고 있으면 권력이 너무 집중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는 정보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기관이 없다.

- 양승조, 장하나 의원 파문으로 특위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었다. 해당 의원들이 불필요한 정쟁을 유도한 것은 아닌가?
▲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을 피하기 위해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물타기, 국면전환용이다. 국회의원의 양심적 발언을 가지고 의원직 제명 운운은 해도 해도 너무한 공포정치 자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문재인 명의의 문자메시지 유포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에 그렇게 비열했던 새누리당이 이제와 야당 의원들에게 제명을 협박하고 있으니 앞뒤가 안 맞는 억지다. 새누리당이 4자회담을 통해 어렵게 마련한 특위를 내팽개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든다.


- 민주당은 특위가 중단되자 예산 심사를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국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번번이 예산을 볼모로 잡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는데?
▲ 현재 예산관련 각 위원회와 예결위의 계수소위도 진행되고 있고, 또 각 위원회의 법안소위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가장 국민적 관심이 큰 국정원개혁특위만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일탈 행위로 온 나라가 일 년간이나 정지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 원인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 특위는 절대로 정쟁의 제물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향후 민주당은 예산을 볼모로 특위를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지금까지 많은 특위가 있었지만 특위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번 국정원 개혁 특위의 경우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 민주당은 이미 합의와 소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만 의존해 억지주장과 국정원 감싸기만 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국정원개혁특위는 이제 시작이다. 여야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고 여야 모두 합의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불법적으로 진행된 사건들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박근혜정부의 불통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정부 여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의 바람, 민생 안정의 바람을 몰고 나갈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문병호 의원 프로필>

▲ 제28회 사법고시 합격
▲ 법무법인 부평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 인천일보 객원 논설위원
▲ 인천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
▲ 제17대 국회의원
▲ 제19대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