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욕설 방송 천태만상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2.02 14: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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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욕하는 대담무쌍 프로그램들

[일요시사=사회팀‘삐∼’ 부적절한 단어가 나올 때 ‘삐’처리하던 방송이 이제는 대놓고 욕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에 방영되는 드라마부터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늘어가는 ‘욕설 방송’에 시청자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앞선 19일 여자 가수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과 가상 부부로 출연하는 남자 가수 그룹 샤이니 태민은 가을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태민은 평소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손나은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준비했고, 석고로 손 모양을 뜨는 과정에서 일부러 “불편하다”며 짜증을 냈다. 태민의 차가운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 손나은은 개인 인터뷰에서 이내 속상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결> 제작진 출연자에 “개xx구만”
편집 없이 그대로 전파…실수? 의도?

방송 이후 <우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들의 미방분 영상이 올라왔다. 문제는 손나은의 속마음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들리는 “개xx구만?”이라는 욕설이 화근이었다. 욕설을 들은 누리꾼들이 온라인에 문제의 욕설 부분만 편집된 영상을 올리면서 실시간으로 해당 방송이 검색되자, 제작진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욕설을 한) 목소리 주인공에게 확인한 결과 악의를 가지고 태민씨를 욕한 게 아니었다”며 “손나은씨의 속마음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은씨가 너무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 스태프가 나은씨를 위로하다 무의식 중에 그런 말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청자들은 “위로로 욕을 하다니” “스태프 하차하고 프로그램 내려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욕설 자체에 대한 사과없이 ‘편집의 문제’로만 치부해 변명하기 급급한 제작진들의 공식사과문과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으로 결혼한 남녀 연예인들의 부부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2008년 명절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단독 편성됐다. 당시 20~30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많은 스타커플들을 양성한 <우결>은 세계판이 제작되는가 하면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위로차원 한 말이
“개xx” 라고?

On style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4>도 욕설과 비방이 편집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방송돼 비난을 받았다.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4>는 3차례의 심사에 거쳐 최종 도전자를 선발해 패션잡지의 표지모델, 화장품 모델의 기회를 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출연자 정하은은 같은 방을 쓰게 된 황현주에게 “너 착한 척 하는 것 같아. 그런 거 재수없어. 너 존x 싸가지 없다. 뒤지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 존x 짜증나니까. 너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네가 한다고 말했지? 내 말 흘려서 듣냐”며 욕을 했다.

정하은의 욕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을 붙여 욕설이 오갔음에도 이를 여과 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제작진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했다. 이에 제작진은“서먹한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솔직한 마음을 터놓기 바랐다”고 해명했다.

며칠 뒤 푸켓을 방문해 다른 도전자들과 야자타임 시간을 가진 정하은은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황현주의 질문에 “평소 나를 의식하고 따라한다고 생각해 불편했다”고 답했다.


이후 Top5 선발에서 탈락한 정하은은 황현주를 찾아가 “내가 너를 오해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을 해야지 했는데 이제는 말할 기회도 없다”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욕설논란으로 정하은과 함께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은 황현주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하은을 따로 만나 사과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청률 노린
꼼수 아니냐

반면 SBS <런닝맨>은 실수로 출연진의 욕설을 편집하지 않은 채 방송해 곤혹을 겪었다. 지난 7월 14일 중국 상해에서 개최한 SBS <런닝맨> ‘아시안 드림컵 출전권 레이스’ 편에 축구 선수 박지성과 여자 가수 그룹 에프엑스의 설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런닝맨 멤버인 유재석, 김종국, 하하, 이광수는 드림컵 출전선수로, 나머지 멤버 지석진, 개리, 송지효, 설리는 실내에서 경기에 임한 멤버들을 응원했다. 이 때, 제작진이 출연자 김종국과 지동원 선수가 선발로 앞섰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 설리는 ‘차오xx’라고 말했다. ‘차오xx’는 중국 현지에서 상대방의 부모님을 조롱하는 의미의 수위높은 욕설로 알려져 있다.

욕설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되자, 설리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이먼트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와 출연진이 중국어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의도없이 따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모르면 아예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다른 나라 연예인이 씨x이라고 욕하고 잘 몰랐다고 하면 괜찮겠냐”며 비난하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욕설 부분을 편집하지 않은 채 내보낸 제작진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런닝맨> 조효진PD는 “방송에 포함된 설리의 중국어 욕설은 미리 알지 못했다”며 “중국어라고 하더라도 확인을 안한 건 우리 잘못이다. 편집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실수였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해당 방송의 ‘다시 보기’ 서비스를 즉각 중단시켰다. <런닝맨> 측은 이후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다.

앞선 3월에는 설리와 같은 소속사인 남자 가수 그룹 샤이니 온유가 ‘손가락 욕’으로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18일 MBC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는 11개월 만에 정규 앨범 3집을 발표하고 타이틀 곡 ‘드림걸’로 활동 중이던 샤이니가 출연했다. 당시 ‘보이는 라디오’가 진행되고 있어 출연진들의 모습이 인터넷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방송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샤이니 온유 손가락 욕’이라는 제목의 글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 손가락 욕을 하고 있는 장면이 캡처된 사진들이 게재됐다.

<도전…> 출연자 대화 여과 없이 노출
가족과 보기 민망…불편한 시청자들

당사자의 얼굴이 방송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 욕을 한 당사자의 소매부분이 노출되면서 누리꾼들은 같은 의상을 입은 온유를 의심했다.

문제의 장면은 DJ인 가수 윤하가 샤이니를 소개하기 전 온유가 멤버들과 장난치는 과정에서 한 행동으로 밝혀졌다. 다음날 온유의 소속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유야 어찌됐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온유가 손가락 욕을 한 것에 대해 반성 중이다. 주의하겠다”며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고의성의 유무를 알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일부 드라마는 극중 인물들의 ‘감칠 맛 나는 욕 연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평균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또한 지나친 욕설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으로부터 제재받았다.


<응답하라 1994>는 복고 감성을 자극해 지난해 인기몰이를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스무살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욕설 논란의 문제는 극중 인물 중 경상남도 삼천포 출신의 삼천포(김성균 분)가 룸메이트인 전라남도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 분)와 사투리를 쏟아내며 싸우는 장면에서 “눈깔 확 뽑아다가 깍두기랑 오독오독 씹어볼랑까”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방송 전부터 특별판으로 제작된 이들의 욕배틀은 2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욕설’이 있어야
드라마가 재밌다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이 하숙집 오빠 쓰레기(정우 분)가 여자친구의 가슴을 만졌다는 말에 “변태xx, 저질, 색마”라는 등의 욕설을 퍼붓는 장면 또한 문제가 됐다.

방송 이후 <응답하라 1994>의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해당 욕설은 방송에서 부적절하다”는 민원을 받은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0일 드라마의 사투리 욕설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51조인 ‘품위유지’와 ‘방송언어’ 위반으로 권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욕을 해야 재밌는데”라며 아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개연성없는 스토리 전개, 연장 방송 등 ‘막장 드라마’로 뭇매를 맞고 있는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도 욕설 자막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월 <오로라 공주>에는 극중에서 제작된 드라마 ‘알타이르’의 마지막 촬영 후 뒤풀이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을 빼앗기고 기분이 상한 박지영(정주영 분)이 노래방에서 드라마 제작진인 윤해기(김세민 분)가 막춤을 추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속마음이 말풍선으로 표현됐다. 말풍선에는 ‘하이구, ㅈㄹ이 풍년이에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해당 장면이 본 시청자들은 방송이후 게시판에 “공중파 일일드라마가 맞냐” “황당하다”며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욕설 자막이 삽입된 것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오로라 공주>는 앞선 6월에도 오로라가 남자 주인공 오창석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속마음이 말풍선으로 표현됐다. 오창석이 다른 여자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ㅈㄹ을 떨어요” “놀고들 ㅈㅃㅈㄴ”라는 오로라의 생각이 자막으로 등장해 지난 8월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받고 “저속한 표현 등에 법규를 지키겠다”며 사과문을 내보내기도 했다.

극중 학생 입서
‘새x∼’‘지x∼’

스타배우들의 출연과 흥미로운 소재로 올해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속물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 바른 생활 사나이 차관우(윤상현 분)가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드라마다.

지난 6월 12일에 방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국선변호사 장혜성이 살인미수로 기소된 고등학생 고성빈(김가은 분)의 변호를 맡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고등학생 신분의 피의자 고성빈이 피해 여학생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저 xx 끝까지, 야 이xx야, 뭐라고 xx리는지 면상을 보고 말겠다”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강도가 심한 욕설은 무음으로 방영됐으나 일부 욕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 7월 18일에 방송에는 주인공 장혜성이 회의 중에 자신을 위협한 살인마 민준국(정웅인 분)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민준국 소가 새끼를 낳으면 송아지고 개가 새끼를 낳으면 너다. 민준국 이 나쁜 xx야. 나 이제 너 하나도 안 무서워. 너 따위한테 겁 안 먹어. 꺼져버려”라고 욕설을 퍼부어 드라마 관련 검색어로 ‘욕’이 오르기도 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배째라 방송’ 1등은?

경고 받고도 ‘나몰라라’

지난 7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종편사업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제재조치 이행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출연자의 막말·저질 발언이나 선정적인 발언에 대한 제재가 이뤄졌음에도 해당 종편들이 출연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출연자로 인해 가장 많은 제재조치를 받은 종편은 ‘채널A’로 모두 10건의 ‘제재’를 받았으나 6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널A는 지난해 11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더티(dirty)한 작당”  “애송이 같은 아마추어” 등의 표현으로 ‘주의’조치를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에 최민희 측은 “오히려 윤 전 대변인은 2주 뒤인 채널A <이언경의 세상만사>에 출연해 ‘후보단일화는 막장드라마’ ‘후보단일화 TV토론은 사기꾼 같은 이야기’라고 말해 선거방송심의에서 ‘경고’ 제재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에는 시사평론가 이봉규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비난을 표해 ‘주의’조치를 받았다. 이에 채널A는 이봉규에게 ‘구두경고와 1개월 출연정지’ 조치를 내렸으나 지난 2월 이후 3차례에 걸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봉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막말 발언으로 또다시 ‘경고’조치 받았다. 채널A는 출범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방송언어 순화 계획’의 일환으로 ‘막말 방송 3진 아웃제 실시’를 내세웠으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 ‘3진 아웃제’는 방통위나 자체 심의규정 등을 연간 3회 이상 위반한 출연자를 해당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는 제재방법이다.

 

저속한 용어 <SNL 코리아> ‘경고’
욕먹고 억울한 김구라

방송인 김구라는 욕 때문에 억울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구라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후배 개그맨인 맹승지가 동료 개그맨인 정명옥을 언급하자 “내가 <SNL 코리아>에서 정명옥에게 욕을 먹는 연기를 했다”며 “억울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SNL 코리아>는 ‘김구라의 말싸움 대행서비스, 일오xx에 x팔x팔’코너에서 “이 펠리컨같이 생긴 xx야, 니가 왜 xx이야, 이 xx야. 니 하관이 풍년이다. 이 개xx야. 이 풍년 xx야”, “이 또라이 같은 x아. 이런 거지같은 x을 봤나” “이런 싸가지 없는 개xx, x놈의 개 호로xx를 봤나, x팔 x끼,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리기 전에 똑바로 해. 개x끼, 이 마징가 x끼야”라고 언급하는 장면 등을 삐음으로 처리해 방송했다.

방통심의위는 회의를 열어 지나친 욕설과 저속한 용어 사용 등의 이유로 <SNL 코리아>를 ‘경고’ 조치했고, 이 사실이 일부 매체에 ‘SNL 김구라편 지나친 욕설’ ‘욕설, 비속어 SNL 김구라편 경고’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이에 김구라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징계를 받은 걸로 안다”며 “사실 정명옥이 내게 한 욕 연기 때문에 징계를 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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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