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요계 춤바람 열전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26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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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짧아지는 하의, 앨범만 내면 ‘야하다∼’

[일요시사=사회팀올해도 역시 가요계에 새로운 춤바람이 불었다. ‘칼군무’ 등 외국 가수들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절도있는 춤부터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 올해의 춤에는 뭐가 있을까.




지난 14일 개최한 멜론뮤직어워드에서 그룹 샤이니가 뮤직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룹 비스트가 이 상을 수상했다. 수없이 비슷한 리듬의 음악들 속에서 가수들의 경쟁력은 노래실력을 넘어서 ‘춤’까지 더해졌다. 가수들의 포인트라고 불리는 춤은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독창적인 춤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가수들은 누가 있을까.

소녀시대 ‘코브라 춤’
피에스타 ‘학예회 춤’

올해 초 싱글앨범 ‘I Got a Boy’로 가요계에 돌아온 여자 그룹 소녀시대는 ‘힙합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유명 팝스타의 안무를 연출한 내비탭스와 리노 나카소네, 질리언 메이어스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합동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그동안 ‘화살 춤’ ‘제기차기 춤’ 등 여러 춤을 유행시켜 온 소녀시대는 이번에도 ‘꽃받침 춤’ ‘코브라 춤’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춤은 노래 중간에 온 몸을 비틀어 웨이브하는 골반 댄스 코브라 춤이었다.


피리소리에 맞춰 춤추는 ‘코브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코브라 춤 또는 ‘압둘라 춤’은 걸스힙합을 소녀시대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무대에서 파워풀한 코브라 춤을 선보인 소녀시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온몸을 비틀어대는 코브라 춤이 쉽지 않았지만 연습생 시절 매일 했던 안무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소녀시대란 자부심이 없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춤이다”고 말했다.

신인 여자 그룹 피에스타의 싱글 ‘아무것도 몰라요’는 ‘학예회 춤’이 포인트다.

걸그룹 노래보다 안무에 시선 꽂혀 
치마 벗고 엉덩이를…선정적 논란 ‘’

지난해 아이돌의 후배가수로 이름을 알리며 싱글 ‘We Don't Stop’로 카리스마있는 군무를 선보였던 피에스타는 1년 만에 컴백해 소녀 이미지를 강조했다.

학예회 춤은 손바닥을 펼쳐 수평방향으로 흔들다 얼굴을 가리는 안무다. 동요 ‘열 꼬마 인디언’을 차용한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줘도 몰라요’ 리듬에 맞춰 추는 학예회 춤은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춤으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




춤의 차별화로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소녀시대, 피에스타와 달리 일부 가수들은 ‘섹시미’가 돋보이는 포인트 안무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잦은 부상과 선정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싱글 앨범 ‘첫사랑’을 발표한 애프터스쿨은 쇼케이스에서 봉 춤(폴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봉 춤은 다리의 힘을 이용해 수직 기둥(봉)을 타고 공중에 매달려 추는 난이도가 높은 춤으로 미국의 건설 노동자들이 처음 선보인 후 유흥업소에서 주로 행해지던 춤이다.

봉 춤은 국내 여가수들의 뮤직비디오, CF 등에 종종 등장한 적이 있으나 무대에서는 애프터스쿨이 최초였다. 그 동안 ‘북 퍼포먼스’ ‘탭 댄스’ 등으로 보이시한 매력을 강조했던 그들은 봉 춤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표현했다.

와썹 ‘트월킹’
달샤벳 ‘먼로춤’

애프터스쿨은 지난해 tvN <화성인 X-파일>에 봉 춤 마니아로 출연한 윤보현 안무가로부터 6개월 동안 체계적으로 봉 춤을 배웠다. 체력소모가 큰 봉 춤을 배우면서 몸매가 좋아지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는 멤버들이 있는 반면 일부 멤버들은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멤버 리지는 착지하는 과정에서 인대를 다치는가 하면 멤버 레이나는 연습 도중 팔을 다쳐 컴백 무대에서 노래만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프터스쿨의 봉춤이 공개되자 “섹시한 몸 동작이 선정적이다” “미국의 스트립 댄서들이 추는 춤”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애프터스쿨은 “선정성이 아닌 전체적인 ‘아트’로 봐 달라”며 “그럼에도 안무가 문제된다면 수정이 가능하다. 다른 동작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달 신곡 ‘내 다리를 봐’로 컴백해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먼로 춤’을 선보인 달샤벳은 선정성 논란에 춤을 수정했다.

먼로 춤은 치마를 접었다 펼쳤다하는 안무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치마를 날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내 다리를 봐’의 먼로 춤은 티저(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 일부만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지율은 “티저 영상이 다리 위주로 공개되다 보니 선정적이란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음원 및 뮤직비디오 전체가 공개되면 선정적이란 말은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전체 공개된 이후에도 선정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치마를 이용해 다리를 강조한 먼로 춤을 본 시청자들은 해당 방송사 게시판에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KBS <뮤직뱅크> 제작진은 “달샤벳의 먼로 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시청자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해당 포인트 안무 부분을 수정하도록 제작자와 협의했다”고 입장을 밝혔고, 달샤벳의 소속사는 기존의 안무와 의상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달샤벳 멤버 수빈은 “사실 야심차게 준비해 나왔는데 먼로 춤을 수정하게 돼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하다”며 “그러나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더 파이팅하겠다”고 말했다.

애프터 스쿨 ‘봉 춤’
걸스데이 ‘멜빵 춤’

지난 8월 데뷔곡 ‘와썹’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여자 그룹 와썹은 빠르게 골판을 튕겨 엉덩이를 흔드는 트월킹(Twerking)을 선보였다.

트월킹은 미국 흑인 문화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으로 기존의 여자 가수들이 선보였던 엉덩이 털기 춤과는 차원이 다르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고난도의 몸놀림이 필요해 국내에서는 전문적으로 시도한 가수가 없어 와썹의 시도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렸다.


데뷔 전, 와썹의 트월킹 연습 영상이 공개되면서 트월킹이 성행위를 연상시킨다 `해 논란이 됐다. 미국에서도 ‘저급한 춤’으로 비난받고 있는 트월킹은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십명의 재학생이 트월킹 영상을 제작했다가 정학을 당한 바 있다.


짧은 핫팬츠와 엉덩이를 흔드는 춤의 선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지상파 방송사는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심의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MBC뮤직 <쇼 챔피언>을 통해 와썹의 데뷔 무대를 본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일종의 퍼포먼스’라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주일 후 “미국의 스트릿 힙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의상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새로운 힙합신을 전파하겠다”며 의상을 수정한 와썹은 KBS <뮤직뱅크>를 통해 정식으로 지상파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많은 논란으로 이름을 알린 와썹은 지난 20일 새로운 싱글 앨범 ‘놈놈놈’을 발표하면서 고무줄뛰기를 응용한 안무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있다.

여자 그룹 크레용 팝은 ‘직렬 5기통 춤’으로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무대 퍼포먼스
고난도에 잦은 부상도


섹시함과 귀여움이 대세였던 가요계에 트레이닝복과 헬멧으로 무장한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 춤은 신선함을 가져왔다. 자동차 엔진 실린더의 피스톤 움직임과 비슷해 직렬 5기통 춤이라고 불리는 포인트 안무는 경찰, 여고생 등 전 국민이 수많은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 직렬 5기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용 팝은 다국적 음악회사인 소니뮤직과 해외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9월 글로벌 버전의 ‘빠빠빠 2.0’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5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갖는 직렬 5기통 춤에 대해 <빌보드닷컴>은 “5명의 소녀들은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헬멧을 쓰고 밝은 색의 트랙 수트를 입은 채 춤을 춘다. 마치 매력적인 5중주를 연출하는 것 같다”며 “멤버들이 마치 엔진 실린더처럼 움직인다. 점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놀이공원의 회전목마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가요계에 직렬 5기통 춤의 열풍을 몰고 온 크레용팝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호주 국영 ABC 방송의 TV프로그램 <Wacky World Beaters>에 출연해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직접 춤을 가르쳐주는 등 춤을 선보인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5기통 춤’으로
 외국방송 출연

여자 그룹 걸스데이는 ‘멜빵 춤’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걸스데이는 지난 3월 정규 1집 타이틀곡 ‘기대해’의 안무로 멜빵을 응용한 멜빵 춤을 선보였다. 200만 명의 네티즌들이 ‘기대해’ 뮤직비디오를 통해 멜빵 춤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배우 박신혜, 가수 진운, 성시경, MC 유재석 등 유명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안무를 따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멜빵 끈을 내렸다가 올리면서 골반을 돌리는 멜빵 춤의 매력에 빠진 수백만명의 외국인들은 온라인에 커버(외국인들이 한국 가요에 심취해 노래와 춤, 가수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멜빵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걸스데이는 ‘여자대통령’을 발표해 여우 꼬리를 흔드는 듯한 ‘구미호 춤’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멜빵 춤과 구미호 춤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데뷔한 지 3년 만에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걸스데이는 치킨, 속눈썹 광고 등의 모델 제의를 받으며 한류열풍에 합류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발라드 황제’신승훈

“아이돌은 아티스트 아니다”

최근 가수를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을 일컫는 ‘아티스트형’ 가수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에 ‘발라드계의 가왕’ 신승훈이 가요계 세태에 쓴 소리를 했다.

신승훈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가수한테 뮤지션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는 아직도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그냥 노래 부르는 가수들한테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면 나는 뭐가 되나.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백남준 작가 정도에 비견할 만한 가수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가 끊어질 지경”이라던 그는 “요즘 케이윌 외에는 정말 잘하는 발라드 솔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가요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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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