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마담뚜' 시대별 중매프로그램 변천사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30 14: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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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인기 ‘TV 속 사랑쟁탈전’

[일요시사=사회팀‘이 세상 사랑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랑없이 난 못 살아요’라는 노랫말처럼 사랑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사랑에 목마른 청춘남녀를 위해 ‘중매쟁이’가 된 방송들. 데이트 상대부터 결혼 상대까지 소개해주는 기특한 방송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과거에도 자신의 짝을 찾는 젊은이들은 많았다. 방송계는 이런 젊은 싱글남녀의 애정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중매쟁이’를 자처했다. 70년대부터 시작한 중매 프로그램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며 90년대에 이르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수많은 중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보여주기식 사랑’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도 TV 속 사랑쟁탈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는 중매 프로그램이 외모와 화려한 스펙만을 중요시하는 프로라는 오명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건전한 데이트를 권장했던 과거 중매 프로그램의 첫 등장은 뜻밖의 재미와 신선함을 주었다.

처음엔 건전
갈수록 노골

중매 프로그램의 원조는 MBC <청춘만세>다.

77년 1월에 시작한 <청춘만세>는 남녀 각각 3명씩 출연해 대화하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으로 개그계의 명콤비였던 곽규석과 구봉서가 사회를 맡으며 중매역할을 했다.


당시 <청춘만세>의 지석원PD는 “완고한 시청자들의 꾸지람이나 듣지 않을까”라고 걱정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이색적인 프로’라는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얻었다.

<청춘만세>는 건전한 교제의 장으로 인식되면서 120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신청을 해 평균 경쟁률이 22:1이 될 정도로 치열했다. 최종적으로 데이트가 결정된 커플에게는 5만원의 상금이, 결정되지 못한 출연자들에게는 각각 2만 오천원 상당의 기념품이 주어졌다.

인기에 힘입은 <청춘만세>는 지방에 거주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따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도시 및 인근 지방에서도 촬영을 했다. 한 주에 남녀 총 6명이 출연하는데 한 지방촬영에서는 남자 72명, 여자 59명이 지원해 출연자를 선정하는데 고심하기도 했다.

전국의 미혼 남녀의 관심을 모은 <청춘만세>는 대학교 축제시즌인 4월이 되면 파트너를 찾는 대학생들의 출연이 느는가 하면, 대학시절 미팅으로 만났던 남녀가 연락이 끊긴 후 <청춘만세>를 통해 재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90년대부터 우후죽순…6개월 기다려야 출연
짜고 치는 고스톱서 리얼 프로젝트로 변화

1978년 11월 <청춘만세>가 탄생시킨 한 커플이 결혼하며 “우리를 맺어준 MBC에 감사하며 우리의 행복은 MBC가 증인이 돼 지켜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프로그램 방송 후 2년여 만의 처음있는 기쁜 소식에 <청춘만세> 제작진은 축하화환을 보내고 당시 프로그램의 사회자였던 최우철 아나운서가 결혼식의 사회를 맡았다.

당시 보수적인 연애관과 맞서 ‘청춘’인 남녀를 엮어주는 <청춘남녀>가 성공하며 89년 MBC <청춘 데이트>가 뒤를 이었다. <청춘 데이트>는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 출연해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단순한 싱글남녀의 만남에서 시작된 <청춘 데이트>는 오락 위주의 방송이 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버튼을 누르는 선택과정 또한 “남성을 상품화한다”며 비윤리적인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더해 한 프로에서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농촌총각들의 어려운 상황이 방송되며 <청춘 데이트>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 같은 질타 때문인지 그 해 9월 <청춘 데이트>는 ‘농촌총각 50, 도시처녀50’이라는 특집방송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의 개편을 감행했다.

처음에는 도시여성의 계산적인 질문에 농촌총각들이 압도당한다며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기존의 버튼선택에서 출연자들의 가정과 직장, 생활모습을 소개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짝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며 인간적인 중매 프로그램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청춘 데이트>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한 5쌍의 커플에게 예식장 비용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신혼여행 경비를 지원하며 ‘농촌총각 구제하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의 저조한 참가율로 프로그램의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던 <청춘 데이트>는 199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인기 만큼
논란도 많아

90년대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일정기간동안 선보인 후 좋은 반응을 얻는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는, 일명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그 시작은 94년 처음 방송한 MBC <사랑의 스튜디오>다. ‘사랑의 작대기’로 유명한 <사랑의 스튜디오>는 적극적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젊은 남녀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출연자 섭외에 난조를 겪었던 제작진들의 ‘괜찮은 후보 찾기’ 노력으로 수준있는 출연자들의 섭외가 많아져 <사랑의 스튜디오>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 출연자부터 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출연자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은 최종 선택을 하기 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자신을 표현했다.

이후 학력, 외모 등을 갖춘 수준높은 출연신청자가 많아지며 신청하고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출연할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출연자의 부모가 몰래 뒷돈을 건내거나 울며 제작진을 협박하는 등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방송한 탓인지 짝을 찾기 위한 출연자들의 꼼수(?)에 대비한 제작진의 출연진 숨기기 노하우 또한 다양했다. 당시 촬영장을 설명한 한 기사에 따르면 “상대방 출연자와 마주칠 것을 우려한 제작진의 철저한 계산 때문에 녹화 전까지는 화장실조차 제작진의 허락을 받고 가야 할 만큼 엄격히 격리되어 있다”고 했다.

2001년 10월, 7년 동안 1432쌍의 남녀가 출연하고, 총 47쌍의 결혼 커플을 만든 <사랑의 스튜디오>는 시청률이 10%의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에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수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청춘남녀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원조 77년 MBC <청춘만세> 
건전한 데이트 상대 선택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중매 프로그램이 많았던 90년대 초반과는 달리 9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인과 연예인을 함께 출연시키는 중매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99년 2월에 방송된 SBS <남희석·이휘재의 멋진 만남>이 그 중 하나다. 개그맨 이휘재와 남희석이 진행한 <멋진 만남>은 한 명의 일반인 여성이 출연하여 두 MC와의 이색 데이트를 한 후 최종적으로 한 명의 MC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잘생긴 외모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두 MC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출연 신청하는 여성이 매주 100명을 넘으며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멋진 만남>의 담당 PD는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어진 세태 변화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원초적 재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을 밝혔다.

방송 6개월 만에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여성이 <멋진 만남>에 중복 출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연자의 중복출연 경위와 사과의 글을 게재하며 제작진의 잘못을 인정한 <사랑의 스튜디오>와 달리 <멋진 만남>은 해명조차 하지 않아 시청자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후 20%로 시청률이 떨어지며 2000년 9월부터 남희석·이휘재 대신 가수 이지훈, 홍경민, 배우 이동건이 <멋진 만남>을 진행했지만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신인스타 등용문
시나리오 의혹도

이후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2000년 방송한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KBS <1박2일>의 나영석PD가 조연출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여성들의 로망인 남자 연예인들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가수 이민우, 이지훈, 이성진 등이 출연해 일반인 여성과 짝을 이뤄 게임을 하고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들은 산장을 떠나는 방식이다. 출연자들이 장미로 중간 선택을 하고 진실게임을 통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등 이성 앞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출연자의 모습에 반전까지 더해진 최종 선택은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외모가 걸출한 여성 출연자들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무명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예인 입문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선택받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출연자들과 탈락자 선정 시 한 사람을 지목해 탈락 이유를 말하는 방식이 왕따를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방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매주 바뀌는 상대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 연예인들과 인위적인 방식으로 인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1년여 만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폐지됐다.

결혼 전제 SBS <짝>
외모와 스펙 부각

2005년 시작한 MBC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개그맨 박수홍과 박경림이 진행을 맡아 일반인 여성 1명과 남성 4명과의 만남을 주선한 프로그램이다. 게임을 통해 상대를 탐색하는 과거 프로그램들과 달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출연자들의 대화로 이루어졌으며 국내 최초로 여성 출연자의 어머니가 함께 등장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 어머니가 출연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방청객에서 눈빛으로만 응원하는 정도였다. 그에 반해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사위감을 찾는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매쟁이’ 방송의 결정판이라는 평을 받은 <좋은 사람있으면 소개시켜줘>는 ‘대한민국 최고의 신랑감’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의사, 사업가 혹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소위 엘리트급의 스펙을 갖춘 남성 출연자들의 등장과 어머니의 결정에 따른 소극적인 출연여성의 모습들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시 해당 프로의 진행자였던 박경림이 한 남성 출연자와 교제 1년여 만에 결혼하며 프로그램을 통해 유일하게 결혼에 성공한 사례가 됐다.

진행자 빠지고
“알아서 해!”

지난 2011년 3월 첫 방송된 SBS <짝>은 수많은 논란에도 나름 장수하고 있는 중매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20회 방송을 거치며 총 650명이 넘는 남녀가 출연했다.

전형적인 중매 프로그램들과 달리 결혼을 전제로 하는 <짝>은 기존 프로그램들의 핵심인 유희적인 요소를 없앴다. 또한 남녀 출연자들을 엮는 역할을 사회자 없이 출연 당사자들의 몫으로 넘겼다.

10명이 넘는 일반인 싱글남녀가 6박7일동안 <애정촌>이라는 특정장소에서 함께 생활을 하며 자신의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도시락 선택, 데이트권 등 주어진 기회 외에 출연자들의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유다.

또 돌싱이나 노총각·노처녀 특집으로 출연자의 나이가 20∼30대 초반이 다수였던 중매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규칙도 무너뜨리며 많은 싱글 남녀에게 연애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짝> 돌싱특집에 출연했던 한 남성 출연자는 “사실 이혼 후 속된 말로 ‘이번 생은 망했구나’ 싶었다”며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짝’에 출연하며 나의 인생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잊고 있던 사랑의 설렘과 희망을 되찾았다”며 <짝>의 가치를 입증했다.

허나 남자는 스펙, 여자는 외모를 중요시하는 불변의 진리를 증명하는 듯한 출연자 선정부터 출연자들의 홍보 목적의 출연이나 사생활이 드러나며 프로그램의 ‘진정성 여부’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개팅으로 뜬 스타들

지성과 결혼한 이보영, 과거에…

본문/얼마 전 지성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이보영은 <사랑의 스튜디오>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02년 22살의 나이로 서울여자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여자 3번으로 출연하며 한 남성출연자와 커플이 성사됐다. 이후 방송에서 출연 당시를 “제일 핫 했을 때다”라고 고백했지만 네티즌은 “얼굴이 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으로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 윤정희 또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윤정희는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1기로 출연하며 가수 이민우와 파트너가 되어 뽀뽀를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4주 만에 탈락했다.

이후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 “(이민우) 팬들이 어떻게 제 메일을 아셨는지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어요. 제목이 ‘언니 좋아요’, ‘언니 팬이에요’라고 적힌 메일이 와서 기쁜 맘으로 메일을 열어봤더니 ‘왜 꼬리쳐?’, ‘네가 뭔데?’라고 이민우 팬들이 보낸 비방메일이었다”며 당시 일반인이었던 그는 그마저도 신기했다고 고백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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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